桃花 필것이다

조선인의유토피아 저자 서신혜 출판사 문학동네(2010년01월08일) 카테고리 국내도서>역사와문화

선조때이야기다.

사람들의비웃음을받던선비유영이안평대군의옛집인수성궁터에들어가

홀로술을마시다가잠이든다.

잠에서깨어난그앞에아리따운여인운영과그의연인김진사가앉아있다.

운영은매우비극적인사랑이야기ㅡ

즉이룰수없는사랑에대해자신은비단으로목을매죽었고

그를그리워하던김진사도슬픔때문에죽었다는ㅡ

를유영에게이야기하고김진사는글로적는다.

유영은다시잠이들고깨어나보니사람은간곳없고김진사가적던책만있다.

운영전은단순한해피앤드나권선징악적인결말이아닌

우리나라최초의비극적결말을지닌소설이다.

액자소설이기도한운영전은그래서

몽유전이라고도부른다.

안견의몽유도원도는안평대군의꿈에기초한그림이다.

안평대군은동생인수양대군에의해역적으로몰려죽임을당한비극적인인물이다.

예술에대한소양이깊은그는특히글씨가빼어나조선의사대명필이었다.

그런그가어느날밤꿈을꾼다.

“골짜기는그윽하고아득하였다.

복숭아꽃나무수십그루도있었다.

흙으로만든섬돌은이미무너져있었으며닭이나개소같은것은없었다.

앞내에조각배만물결을따라떠다닐뿐이어서

그쓸쓸한정경은마치신선이사는곳인듯했다.“

안평대군은이꿈이야기를안견에게했고사흘만에안견은비단채색화로

몽유도원도를그려낸다.

왜안평대군의꿈에나타난신선이사는곳은

‘도원’일까,

당연히도연명의‘도화원기’의영향탓이라고‘조선인의유토피아’를쓴

서신혜는적고있다.

노자의小국과민은도연명이쓴도화원기의원줄기인데

작은나라적은국민들은빤히보이는이웃나라라도

늙어죽을때까지서로왕래를하지않아야한다는것이

노자가말한이상사회이다.

아마도노자는<자족>을이상향의가장큰틀로삼았음이틀림없다.

여기저기다니면서비교하거나

나와다른삶을알아가는것보다

그저자신의삶에만족하는아주작은나라와작은국민들,

도연명의도화원기는조금다르다.

주인공복숭아나무가등장하고

사람들은즐겁게웃고일하며

닭우는소리개짓는소리가들려오는곳이다.

안평대군이꿈에본이상향은주인공인복숭아나무만여전할뿐

닭이나개짓는소리도들리지않고사람도보이지않는아주쓸쓸한곳이다.

우리할아버지의할아버지가꿈꾼세계라는부제가붙은서신혜의

‘조선인의유토피아’를읽으면서

나는내내가슴이좀답답했다.

그것은내가한번도나만의도화원을꿈꾼적이없는

너무나삭막한현실적인사람이라는데에생각이미친탓이었고

결국현생에서의유토피아는없다!라는생각탓이기도했다.

수많은사람들이혹이상세계에들어가거나혹꿈꾸거나혹바란다할지라도

그모든유토피아가자신의삶을넘어서지못한다는역설도

이책의행간은선명하게포착해내고있다.

그럼에도불구하고나는

桃花ㅡ복숭아꽃나무에주목해보려고한다.

우아한흰빛의매화가격을따지고있다면

복숭아꽃의아련한분홍빛은자연스럽기그지없다.

유년의꿈처럼소박하면서도은근해서사람을선뜻무장해제시킨다.

아무리쓸쓸한마음을지닌사람이라할지라도

화사하게핀도화가그무상함을상쇄해주지않을까,

닭도개도짓지않는섬돌무너진고요한동네에

분홍빛도화나무조차

없다고한다면

아무리신선이라한들어찌쓸쓸해서살수있으랴,

허니

이상향속에서의주인공도화는

결국우리네삶의천칭같은것이아닐까,

몽유도원도같은꿈을꾸거나

수성궁터사라져운영의비밀스런사랑이야기를전해듣지못한다할지라도

이제사월,

도화피는시간이다.

복숭아나무아래무연히서있을수는있지않겠는가.

작년오월북한산

4 Comments

  1. Elliot

    2011년 4월 18일 at 1:49 오후

    유토피아가자신이바라고원하는대로되는세상이라면사후엔더더욱없겠지요.
    오히려현세와얼마나타협을잘하느냐에따라실현가능성이있다눙…..^^

       

  2. 푸나무

    2011년 4월 18일 at 2:42 오후

    Elliot님은컴박사이신가봐요.
    전이렇게글올려놓고
    댓글적어주신분들고맙고감사해서
    그댁에방문하면
    사람이없으면혼자민망하고
    사람이많으면끼어들기어렵고…..
    하여댓글난을막어볼까하는데도무지안되더라구요.
    왜그러는지….
    좀가르쳐주시면감사하겠어요.^^*   

  3. Elliot

    2011년 4월 18일 at 7:16 오후

    만약책을읽거나영화를본후감상문을쓰지못하게한다면깝깝하겠죠?
    댓글을막으면딱그런효과거덩요.-_-
    고로안가르쳐드릴래요^^

    방문하여글쓰기망설이는건별개의문제구요.

       

  4. 푸나무

    2011년 4월 19일 at 1:02 오전

    깝깝할수도있겠지만
    편할수도있겠지요.

    안가르쳐주시니
    머리를싸매고여기저기눌러보며공부를해야지.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