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메, 환장하겄네!!!!

아무래도진달래는시집갈날다가오는설레이는아기씨꽃이아닐지.
그연분홍꽃잎은발그레상기된아기씨볼이분명하고
바람에살짝흔들릴때미려하게다가오는옅은향기역시때묻지않는아기씨향기라.
해가설핏기울무렵길쭉한햇살을가득받고있는진달래를보라.
마치습자지처럼얇고투명한분홍살이얼마나곱고여린지
부엌설거지물에아직손담구지않은아기씨살빛아닌가,
진달래자태역시아기씨다.
고개를꼿꼿하게세울줄모른다.
분홍옷고름입에문아기씨처럼얼굴반쯤가린채피어난다.
배시시옆으로고개돌리며피어난다.

삼월삼짓날화전놀이를갈때면남자들은땔감과솥을가져다가산자락에설치해주고
돌아온다.여인들은빛이잘드는산자락에곱게피어난진달래를치마폭에따서
반죽한찹쌀가루를기름에지져낸뒤그위에곱게얹는다.
전병을먹는가,
아니다.그때여인들은꽃을먹는다.
꽃을먹으며꽃이된다.
꽃같던젊음을기억해낼수도있겠지.
꽃처럼사랑받았던어린시절때문에혼자속으로울컥할수도있다.
혹은꽃처럼고왔던새색시얼굴을담았던색경ㅡ이깨지던순간을생각할지도,
불어오는바람은똑같을텐데진달래를거쳐다가오는산바람은
추억의불씨처럼마음을서럽게도하고기쁘게도한다.
훠이,훠이,어디론가날아가고싶은화전을먹으면서다독인다.

남자는어떠할까?
집안의가구가되어가던아내가옷을차려입고사람가운데서니조금낯선타인같다.
멀리아내의등위로연한분홍빛꽃망울이어른거리니
문득고왔던첫모습이기억난다.
뒤안으로돌아가는치마자락만봐도설레이던시절이있었다.
밤이면어떠했던가,부엌에서달그락거리는소리가그쳐지고밤세숫물소리
그리고자박거리는발자욱소리.
마루를지나방문손잡이가조심스럽게들려지는순간,
가슴속숨이멈췄던가,
그런아내가사방탁자가되어가고쌀뒤주가되어가고어느때부턴지
있는듯없는듯해졌다.
진달래를거쳐불어오는바람은남자의가슴속에서작은불씨를일궈낸다.
삼월삼짓날밤오랜만에안은아내의몸에서진달래향기가난다.

갓삼십되었을때아주깊은산골에서이년여살았다.
동네에홀로사는여인과아들이있었다.드문드문교회에서만나던사이인데
갑자기여인이중풍으로눕게되었다.교회에다니는몇분과그분을돕기시작했다.
이불을빨고먹고싶은음식을해주고집안청소를해주는일이었다.
그집방안에만들어서면숨이턱턱막혔다.
이불을빨려고들고나오는동안숨을들이쉴수가없었다.
재래식화장실냄새는양반중의양반이었다.
그런데참신기했다.
약간심하게말하면결벽증환자였던내겐기적같은일이었다고나할까,
그집을다녀올때마다그냄새와이불여인의몸을다기억하면서도
밥이잘넘어가던것,
그일이후로비위가상당히강해지는역사가(?)내안에서도생겨났다.
그여인이오래살지못하고세상을떠났다.
그때까지죽음이라고는외할머니를떠나보내는일뿐이었는데,
물론외할머니도어른들이가려서돌아가신모습을뵐수도없었지만,
영혼이떠난물체의몸을난생처음바라보았다.
돌봐줄친척도없어서면사무소와동네사람끼리장례를치루었다.
그녀도경운기에실고나도경운기를타고산골짝골짝으로들어가는데
아거기분홍빛진달래가온산을가득물들이고있었다.
진달래의또다른이름‘만산홍(萬山紅)’이었다.

햇살은어이그렇게환할수있을까,

경상도에서는진달래나무숲에꽃귀신이산다고하여봄철진달래가필때
어린이들을산에가지못하게말렸다고한다.
아이들이가서혹봄날건조한산에불놀이라도할까봐서그랬을까,
그래도진달래나무숲의꽃귀신은참서정적이기도하지.
진달래나무숲의꽃귀신은어떻게생겼을까?

전라도지방에서는진달래꽃이피면이름없는무덤에도꽃다발이놓인다고한다.
시집못가고죽은처녀무덤에는총각들이,총각무덤에는처녀들이
진달래꽃을꽂아준다고한다.
속설에는처녀,총각귀신을달래지않으면
원혼이나타나혼사를망쳐놓는다고하나
그보다는눈부신봄날활짝핀진달래앞에서면
누구든못견디게외로워서아닐까,
지천으로피어난진달래속에서
결혼도못하고죽어있는쓸쓸한무덤.
그무덤만큼갑자기고독해진아기씨나타난다.
분홍빛꽃가지를들었다.
쓸쓸하면서도미래를비는마음으로무덤앞에꽃가지를아기씨조심스러이놓는다.
순간가르쳐준이없는데
참으로허망한것이인생이란것을아기씨저절로깨닫는다.
산자락떠나기전아기씨한번더뒤돌아본다.
둥근무덤앞에분홍색꽃무더기무덤化되어있다.

진달래는이름도많다.
형제의전설이어려있는두견화를비롯해만산홍외에도
물가에피어나서수달래라고도한다.
뿐이랴,
진달래를처녀아기씨에비유하여앳된낭자를연달래성숙한처녀는진달래,
그리고과년한노처녀는난달래라고불렀다고도하는데제법그럴듯하다.

그나저나올봄
피어나는꽃은어이이다지도사람을헤집는가,

‘오메,이것이진짜사람환장하게하네.’
산수유보면서도저절로혼잣말나오더라.
그연노랑빛꽃들이내창자를뒤집어서
약간의조증과울증이함께결합된어떤기이한상태를유발하더라.
그러니그중얼거림은꽃의중얼거림일수도.

아,바로그상태가바꿀換창자腸의<환장>이아닐까,
그러고보면참꽃의힘도대단하다.

김포가현산의진달래사진을찍으면서
텅빈머릿속으로들이차는문장하나

오메,환장하겄네!!!!


김포가현산의진달래

2 Comments

  1. 4me

    2011년 4월 18일 at 9:37 오전

    오메,환장하겄네…
    참정겨운말이네요.
    전라도지역에서진달래가피어나면아무무덤에나그꽃을놓아준다는
    그런이야기는처음접합니다.
    근데,은근히감동이밀려옵니다.
    저도진달래만보면가슴이설레입니다.
    어린시절입술이시퍼렇도록따먹었던꽃이기도하고
    제가시집가던날,엄마가찹쌀빻아서반죽해서어디서구했는지
    진달래화전을쑥갓잎과함께부쳐서바리바리싸서보내셔서….
    엄마는어떤마음으로그전을부치셨는지
    생각해보니목이메입니다.
    푸나무님의정답고고운글잘읽습니다.
    편안한저녁시간되세요.   

  2. Elliot

    2011년 4월 18일 at 1:44 오후

    일부사진의가로길이가640픽슬보다훨큰지포스트가옆으로길게누우션네요^^

    음악이참좋습니다.좋을뿐아니라글과도어울리는…..
    요거뿐아니라포스트에걸리는음악다수가…..

    오늘은아기씨의일생을FastForward로디다보고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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