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밭을 흔드는 바람


"보리밭을흔드는바람"’
제목이참서정적이다.
나처럼서정채취에취미가있는사람한테는
아주매력적인제목아닌가..

조선시대사람홍길주의글한토막.
<문장은다만독서에있지않고,

독서는다만책속에있지않다.
산과시내,구름과새나짐승,

풀과나무등의볼거리및일상의자질구레한일들속에독서가있다.>

연암박지원도뒤질세라말했다.,

아침에뜨락에서우짖는새소리를듣고부채를내리치며
나는아침에책을읽었다.

라고.

이런대목들은아주단순하지만
그리고쉬운문장으로되어있지만
사실인식한다는것이썩그리쉬운일은아니다.

풀과나무에서독서를한다는것은

긴인생살이에서축적된사유를통함이요
새우짖는소리에서책을읽어낸다는것은
삶을바라보는응축된시선속에서나가능한일이겠지.

그분들만큼은아니겠지만
보리밭을흔드는바람이란제목에서
다가오는

생각이나느낌들이많은것은사실이다.
어느시인은
바람이없으면모든식물들이고체가되어있을거라는….
바람이생명이기도하고
살아있다는흔적이기도하고

하니

보리밭을흔드는바람…..

유월의그짙푸른녹빛과함께
사람을사무치게하는거있다.

보리밭을흔드는바람은
영국냥반켄로치감독이만든영화이다.
36년생나보다이십살도넘게더드셨으니
우리나라나이로하믄…..엄청많다.

영화의처음을보면어디나인간은다같구나!라는생각이저절로들어온다.
점령한영국군의아일랜드인에대한

거칠고오만불손한태도에서는
자연스레우리나라일제시대를떠올리게되고
자존심강한청년이영어로이름을말하지않고

자기네들언어게일어를고집할때는
상투틀고꼿꼿한선비들을떠올리게한다.

주인공데이미언은의사가되기위해런던으로가려다가
조국의독립을위해모든것을버려두고형과함께저항군이되고
결국영국은손을들게된다.
그러나완벽한독립은아니었기에
오히려처절하게투쟁하던형은
불완전한독립일지라도조국의발전을생각하며자유군군복을입지만,
데이미언다시IRA가된다.

그래서서로적이되어버리는형제.
결국영화의말미에서
형은동생을회유하나

동생은변하지않고
형의구호에따라동생은총살된다.
데이미언의마지막편지를받게된동생의연인은
형에게말한다.
다시는널보고싶지않다!고

데이미언도밀고를한이유로친척처럼지내던청년을총살하고
그어머니에게말한다.

그어머니는아들에게데려다달라고하고
여섯시간을걸어아들의무덤에온

그어머니는
데이미언에게말한다.
다시는널보고싶지않다고….

다시는널보고싶지않다.!!!!!

영화를보고느끼는것은

아마우리들생김새처럼이나다양할것이다.

어느사람은이영화를보며
이데올로기를뚜렷하고강렬하게바라보았을것이고

켄로치감독을마지막빨치산이라고한사람도있다고하더라만
나는언제나그렇듯이아주사소한것을침소봉대한다거나,
아니면작은장면들에마음을주어버린다.

예를들어
주인공데이미언의변하는모습….
처음에는얼빵할정도로순수했다가

차츰눈빛에힘이들어가며

강렬해지며
그러면서담대해지는….

사람의습관이얼마나사람을변하게하는가?
혹은
아들죽인사람과여섯시간을한마디말없이

아들의무덤을찾아가는어머니의마음이랄지..
끝까지죽음과타협하지않으면서도
총구앞에서의데이미언의겁에질린커다란숨소리를포착해내서
영회를보는이들에게

슬픔과감동을함께느끼게하는감독의섬세함이랄지….

저절로삶을생각하게바라보게사유하게

만드는영화이다.
그렇다고무슨명쾌한답이있는것은아니지만

영화에서보리밭은안나온다.

당연히보리밭을흔드는바람도보이지않고
그래서

더욱

보리밭을흔드는바람이

보이고느껴지는영화이다.

4 Comments

  1. 보리

    2011년 4월 30일 at 4:47 오전

    우연히이글읽고영화제목이아주시적이어서
    혹어느시의한구절이아닌가찾아봤어요.
    정말그렇더군요.아일랜드출신의여성시인이자작가인
    KatharineTynan이쓴같은제목의시가있었어요.
    우리에게는정지용의향수가주는서정적감상을
    아일랜드인들에게불러일으킬그런시더군요.
    이민자로서살아가는저에게도깊은공감을주었구요.
    초면에실례가되지않는다면영화를소개한
    이글의엮인글로같은제목의시를제블로그에
    올리고싶은데요,허락해주실런지요?

       

  2. 푸나무

    2011년 4월 30일 at 6:56 오전

    전아직댓글옆의엮인글이어떻게엮이는지잘몰라요.
    뭔지모르지만영광이지요.
    더군다나그시는저두참궁금하네요.

    한참뒤의글읽어주시니더고맙고반갑네요.   

  3. 푸나무

    2011년 4월 30일 at 6:57 오전

    아님의이름이
    내글제목에관심을보일수있었겠네요.^^*.   

  4. 보리

    2011년 4월 30일 at 12:06 오후

    네,맞아요.
    남도의붉은황토빛들판에서자라는
    겨울보리의파릇파릇한새싹들에서
    받은감동을기억하려고지은닉네임이죠.
    ^^
    여긴이제토요일아침인데오전에몇가지볼일보고
    집으로돌아오면말씀드린시를올려보겠습니다.

    글들이갓쪄서구수한콩가루묻힌찰떡처럼
    쫀덕쫀덕맛나서,끌리는제목부터
    천천히꼭꼭씹으며행간의뜻을헤아려읽고
    있답니다.
    좋은글들감사드립니다.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