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라하여모습이없는것은아니다.
가늘고기다란모습의소쇄한향기가있는가하면
가루처럼분분히날리며다가오는향기도있다.
점액질처럼질척거리며다가오는향기도있고
뭉툭하기그지없는모습으로그러나은근히오래남는향기도있다.
소동파의시중유화화중유시라
색이라하여하마향기없을까,
특히햇살눈부신봄날이면색이지닌향기는눈에보일듯손에만져질듯
아흐,난분분이다.
가현산을오른다.
김포가현산주변은’상전벽해’란병을앓고있었다.
작년이무렵만해도해도조금곁길로들어서기만하면
가느다란논둑길에꽃다지노오랗게피어나있었고
잘하면아지랑이조차아른거리는모습읖바라볼수있었다.
김포가현산은요즈음보기드물게소나무가많은숲이다.
오래된세월만이만들어줄수있는우미한선이있는소나무들,
그래서가현산은도시근교의산치고는
소나무의향이제법그윽하다.
그소나무아래연하게피어나있는진달래,
소나무는곁을잘주지않는나무이지만
진달래에게는조금예외인듯도하다.
소나무아래척박한곳에서도진달래는의연하게살아난다.
아마도진달래는자존감이매우센나무일것이다.
커다란소나무의위엄과무시를의연하게견뎌낼수있는,
진달래와소나무는마디크는나무이다.
혹시
그리하여
비슷한성향으로공존하고있는지도모른다.
가현산입구소나무아래진달래는
양지바른쪽진달래들과는조금다르다.
가령원미산의진달래나정상위의군락과도조금다르다.
우선꽃송이가그리많질않고
색깔도조금연하다.
당연히햇살때문이겠지,
그러나가지끝에두어송이가녀리게피어나있는
진달래가내게는훨씬더진달래스럽다.
소나무아래분홍진달래,
어느한색이있어저다지도포용이넓을손가,
자신이지닌색을홀로지니고있는것이아니라
여기저기나누며흩뿌리며서있다.
진달래의분홍은혼자만의오롯한분홍이라기보다는
사위와함께물들여가는색이다.
가지끝한두송이처연하다.
매마른가지위에살짝얹힌듯그옅은분홍은연약하기그지없다.
자신을지탱하는것도힘들어보이는모습이다.
그러나달무리가비를부르듯
진달래무리는온산을분홍빛으로물들이고야만다.
어쩌봄산,
봄빛에서가장큰파고를지닌색이이옅은분홍이아닐까,
분홍은붉음이가루가되어하염없이옅어지는빛이다.
가루분붉을홍이합해진분홍이라는단어는얼마나그태생이어여쁜가,
분홍,분홍이라고가만히속삭여본다.
아랫동네어디선가는진달래피어나면꽃무덤을만들어준다고한다.
장가못가고죽은총각무덤에는처녀들이
시집못가고죽은처녀무덤에는총각들이
진달래를꺽어다헌화를해꽃무덤을만드는일이다.
이렇게위로해주지않으면처녀귀신총각귀신이붙어서해코지를
한다고했다는데,설마,
그보다는차라리그처녀귀신총각귀신이죽어보니자신의삶이애달파
다른사람들은그리하지말라는너그러운도량아니겠는가,
이다지도아름다운분홍이가득한시절에
산만분홍으로화할것이아니라그대들마음도분홍으로화하라,
귀신을빙자하여그대들분홍스러운(?)사랑의장을마련토록하라.
산을물들여가는진달래를품은처녀와
씩씩하기그지없는젊은총각이한아름진달래를품에안고산길에서마주친다면
그둘은무덤을향하여가면서한눈에무조건사랑하게될것이다.
무덤앞에헌화를하며묻겠지..
당신도이런설레임을지니셨나요?
귀신은친절하게대답해줄것이다.
물론이다.단지이루지못했을뿐,
허나연분홍같은사랑만이인생이아니다.
죽음은네젊음처럼,이웃처럼친근한벗처럼자리하고있더구나.
가현산의분홍을찾아가며여기저기해메고다녔다.
산자락아래산의입구를도대체찾을수없어셔였다.
김포라는이름조차선듯버리고
새로운이름을단한강신도시탓이다.
거대한팬스속에서는
파괴로인한신음만이넘쳐나는듯했다.
야트막한동산들
수많은곡식을내주었던논과밭들은
옛모습을잃어버린채거대한폐허가되어있었다.
얼마나더부셔야
직성이풀릴것인가?
소나무아래진달래와확연하게다른정상위의진달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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