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식작청춘을돌려다오)
‘풍경의초상’
초상이란매우섬세한단어가
어찌보면거대하달수있는풍경옆에서니
풍경이섬세해지기도하고
초상이커보이기도한다.
나는연필을좋아한다.
내필통에도볼펜보다는연필이더많이꽂혀있다.
말이전혀안통하는동네호텔카운터에가서도연필은꼭얻어온다.
문성식이란이친구가연필로그린그림을
소격동국제갤러리에서전시한다는기사를읽고신문속한장실린
‘별과소쩍새그리고내할머니’라는그림을보면서
어머!저절로혼잣말을했다.
미루고미루다가방사능비가내린다는전시회마지막날
우산을들고갤러리를찾았다.
사람은하나도없었다.입구에막들어서는데
‘청춘을돌려다오’가걸려있었다.
갑자기크지않는그그림을대하는순간목이말라왔다.
혹시물좀마실수없어요?
여자둘이앉아있는데누구랄것도없이물었다.
한아이는민망한표정으로멍하니바라보고
한아이는없습니다.딱부러지게말한다.
똑같은상황에서도대처하는법은천지차이다.
나는다시청춘을돌려다오앞에섰다.
이그림은영화마더에서영감을받았다고했다.
김혜자가빈들판에서혼자춤을추는대목이다.
두려움을감추기위해,외로움을감추기위해,
그녀의삶에깃든신산함을잊기위해그녀가택한것은춤이었다.
영화속그녀의촌스러운(?)춤은
그래서더욱외롭고더욱쓸쓸한춤이었다.
‘청춘을돌려다오’
아마도틀림없이
그림속의주인공들은전부아는사일것이다.
동창회든,혹은동네친목회든,
그들은체온을나누고싶어서함께모인다.
술이들어가고들어간술은내면을대신채운다.
어둑한깊은속,
스스로조차들어내바라보고싶지않던
<자신의내면들>이
술에밀려스멀스멀밖으로나온다.
술과섞이며
그스멀거리는내면들은<소리>와<춤>으로化한다.
모두들몸을움직이며입을벌리고있다.
그러나그입들은다검다.
아무리소리를질러도몸을움직여도
다토해내지못한어떤것을형상하는것일까?
술상위에널브러져있는이,
술상아래에쓰러져있는이,
그리고개한마리그상을홅고있다.
그많은사람들이
다,혼,자,다,
누구도상대방의이야기를듣지않는다.
눈이마주치고있는사람들도있지만
그들역시자신의소리만을발할뿐이다.
아무리소리치며노래를부르고
몸을흔들며
나의이야기를해도
아무도그것을들어주지도바라봐주지도않는다.
그것이세상이다.
그것이내곁의수많은당신들이다.
어이하여세상은이다지도나를
몸으로울게하는가?
노래로울게하는가?
천막(필시광목으로된옛날천막일것이다)위에서
내려다보는나무
꽤나깊은가을이다.
이미잎을홀홀이내다버리고
몇남아있지만나무어미의관조를이미배운냥무심하다.
나무야말해무삼하리.
나무가하는침묵의언어도있다.
나무라고외롭지않겠는가?
꽃도잎도현기증나게피어오르며
사랑을속삭인것이바로어제다/.
그런데그들모두내곁을떠나갔다.
뒤돌아보는미련도없이사라져가더라.
사라져가는그들이라고어디고통없겠는가?
그들이라고두려움없겠는가?
그래서하염없이보내줄수밖에없다.
당신들만외로운가?
당신들만힘든가?
당신들만배신당한다고?
나의배신은매년다가온다.
어느누구보다도아프게내몸을통해태어나는그들,
나아니면죽겠다고붙잡던그들아주홀홀이떠난다.
내게배신은삶이기도하다.
그렇게무연히나무서서사람들바라본다.
척박한땅에피어나있는바랭이몇그루도
소란스러운사람들재미있다는는듯
고개를갸웃하며바라보고있다.
우리도사는데
오,그러셔요?
아무리우리만할까요?
틀림없이묻고있는형상이다.
무리져있는배초향(맞겠지?아마도?)
은어떤가?
신기한듯수런거리며사람들엿보고있다.
우리도살잖아요.,
아니왜그러시는거여요?
그러면뭐달라지는것있어요?
‘풍경의초상’전은이미끝났다.
풍경의초상전시회그림중하나인
연필로그린소묘,
연필드로잉,
<청춘을돌려다오>는
삼십대초반작가의그림이라고는믿을수없을만큼
슬픈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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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liot
2011년 4월 22일 at 7:59 오후
그림이작아자세히보이지않지만저그림속사람들이
죄다청춘을잃은늙은이들이란말씀이시죠?
Youth(청춘)Lost&Found삼실을하나차려야할듯-_-
배흘림
2011년 4월 23일 at 9:53 오전
느낌이탈출과자유
그리고
조금은우울해보이네요
푸나무
2011년 4월 25일 at 3:00 오전
글쎄요,그런사무실하나차린다면
대박이겠네요.
원래저그림그다지크질않더라구요.
하지만넷상으로보는것과는많이다르지요.
나홀로길을가네
이러시아민요는
몇년째심심하면듣는곡인데좋지요?
푸나무
2011년 4월 25일 at 3:02 오전
탈출자유라….
그리볼수도있겠습니다.
우울하지않기위한열창일수도있겠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