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메커니즘

*

사람을안다는것과이해한다는것에는많은차이가있을듯하다.
거의모든사람의관계는아마안다는것에그치지않을까?
설령이해를한다손치더래도
언제나그이해라는종자는자기가살아온밭을떠나지못하고

그밭의토양이나토질혹은공기나양분에의해
바라보아지며해석되는것말이다.

감자의씨앗도자신이살아온고도를안다고한다.
낮은곳에서편안하게자라온감자의씨앗은
자기가살아온고도보다조금더높은곳에서파종을하면
열매를맺지못한다고하니
그보이지않는눈의감도가참으로경이로울뿐이다.

그러나조금더깊게생각해보면
감자의그런습성이우리에게시사해주는의미가참으로많지않는가?

낯선환경에적응하지못하고도태하는누군가의모습으로보이기도하고
수많은타인을만나면서도그들과의고도가다르다는이유로
결국은관계를맺지못하고홀로쓸쓸하게살아가는인생말이다.

엄혹한눈으로바라본다면
적응한다하여
모든사람들과아주잘관계를맺는다하여
혹은무엇인가를성취하며이루어낸다하여
그리하여
혹모든사람을사랑하고
사랑받는다하여쓸쓸함이사라지겠는가?

그작은이해라는텃밭을우리는원하고바라고
그리하여애써가꾸지만

생전물러설줄모르는것처럼완강하기만하던겨울자락
어느새꼬리감추고
저부드러운봄바람보라,

딱딱하기그지없는나무속의꽃눈티워

꽃내보내고순내보내느것보라.

부드러운봄바람이차가운겨울바람보다더강하다는것,
그저

자연스러운가?
아니
자연은냉정하기도하다.
사라지는겨울도냉정하고
다가오는봄은부드러워서더욱도도하다.

우리가가꾸고자하는이해라는텃밭은
어쩌면신기루와같으며
자신의인생을향하여총총히걸어나가는자식과같으며
같은자리에누워서같은이불을덭고같은천정의무늬를바라보면서도
전혀다른생각에골몰해있는세상의모든부부와같은것이다.
그래서
사라지는겨울같으며
다가오는봄같은것이다.

***사람들사이에섬이있다.
그섬에가고싶다.****

정현종의이짧은시는마치섬광과같다.
그섬광은
섬광처럼인간을비추이며
섬광처럼인생의길을보여준다.
가고싶지만가지못한길이

섬광속에있는듯
갈수없는길을보여주는듯하기도하다.

그래서쓸쓸하다.

*****누구를위하여종은울리나?
종은그대를위해서울린다.*****

존던이쓴시의내용은보다싶이따뜻하다.
모르는사람의죽음도우리를감소시킨다는
그의시적갈망은
마치마약처럼,
술에취한것처럼우리를매혹시킨다.
어느땐그런부드러움에내인생을걸어버리고싶기도하다.

수년전내가아는한여인이자살을했다.
내가아는그여인은아주명랑했고
노래방에가면벽의꽃이되어버리는나와는달리
허리와엉덩이를요염하게비틀줄아는여인이었다.
누구와만나서도즐겁게이야기했으며
자신의집에사람들이오는것을좋아했다.

내가아는그녀의남편은

여행을미치고귀가한아내의기분을풀어줄요량으로
랙서스를선물했으며
그녀가원하는대로아무렇지도않는부엌을새로개비했다.
그녀가원해서그동안친구집에가서살았고
아이들생일이되면밖에서만나외식을했다.
집공사가다끝나던어느날
그녀는집으로돌아왔다.
남편은좀설레는기분이었을까?
하여간잠든아내를두고다운타운에가서볼일을봤다.
그리고돌아왔다.
그녀는이미차디차게식어있었다.
네아이의엄마인그녀가…

고대원시인과현대인의뇌는다르다고한다.
고대원시인의뇌는무엇인가를인지하며
그인지에대한방이만들어지고그대로존재할뿐인데
현대인의뇌는무엇인가를인지해서만들어지는방들이
홀로있지않고그사이에새로은뉴우런이만들어져

그방들을유기적관계속으로밀어넣게된다고.
이를비교혹은비유라하던가?

그유기적인딜레마어디에
그녀의자살메커니즘이산출되었던것일까?
자신을죽이고
그죽음으로
자신을사랑하던주위의사람에게더할수없는상처를주고….

그런데
그런데
그무시무시한자살메커니즘을일부러심는사람이있다고한다.
이름하여
테트라사이클린이라부르는유전자세트.

이유전자세트를
종자에삽입하면
한해는아주잘열매가열리는데
그다음해에같은종자를걷어땅에심으면
싸앗스스로무서운독소를내뿜어자살을한다는것이다.

이를
terminatertecnology라하는데
시골냥반들도다아안단다

그것터미네이터공법을해서열매가안열려,
그랑께씨앗을다시사다가심어야제…….

식물에게
자살메커니즘을심는무리들의목표는오직<돈>이다.

돈을사랑함이일만악의근원이라고
매섭게갈파하신이쳔여년전의그분은
아마아셨을것이다.
사람의끝간데없는탐욕을
그리해서그들이하다못해
식물에게까지자살을권유해서자신의탐욕을채우려할거라는것을…

그미묘한자살욕구를듬뿍배인식물을
날마다우리가섭취함으로
우리에게도자살욕구가생기지말라는법있을까?
그기묘한자살메커니즘이오직그식물에게만작용하고말라는법있는가말이다.

자살해라.
땅은그씨앗을해마다품으면서
씨앗이말하는소리를들을것이고
씨앗이새싹이되어자라나면공기와바람에게속삭일것이고

아,어느순간,
우리는자살메커니즘에젖어버리게될지도모른다.
그리해서
우리스스로말세를불러오게되고
스스로파멸의길로들어설것이다.
그러면서여전히롯의아내처럼환락의시절을그리워하여뒤돌아보다가
소금기둥이되어버릴지도모른다.

***사람들사이에섬이있다.
그섬에가고싶다.****

*****누구를위하여종은울리나?
종은그대를위해서울린다.*****

두시인은서로다른길을우리에게보여준다

나는쓸쓸함쪽에손을들지만
어느쪽을더정겹게여기는가는당신이선택할몫이다.
그선택으로인해서인생의모습달라질것이다.

4 Comments

  1. Elliot

    2011년 4월 26일 at 1:35 오전

    자살한분을알고는있었지만제삼자로서아니심지어그남편조차도
    그의인생을이해하지못한것일수도있겠죠?

    집도서관(머릿속)에책이많으시군효.
    하루가멀다하고새글이…..^^

       

  2. 푸나무

    2011년 4월 26일 at 1:49 오전

    블러그를시작한이유중의하나가
    전에써놓았던글모으고정리하는일도있거든요.
    그나저나별재미없는글
    읽으시느라고고생하신다요.^^*

    울아들딸
    엄마글재미없다고무조건안읽거든요.^^*
    내가봐두그렇구요.   

  3. 나무와 달

    2011년 4월 28일 at 11:33 오후

    매우재미있고…생각케하는글들이네요…아침일을시작하기전에잘보았습니다.

    영화,흐르는강물처럼의거의마지막부분이생각나네요…
    둘째,브레드피트를잃고그의아버지(교회목사님)께서교인들에게설교하면서하던말요…

    함께사는사람들을이해하면서살기는어렵지만,사랑하면서살수는있다..라고말이에요…대충그렇게기억이납니다.

    좋은글…고마와요…*^^*   

  4. 푸나무

    2011년 4월 29일 at 1:32 오전

    맞아요,
    그대사기억납니다.

    세번정도본것같아요.그영화.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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