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의 남자를 사랑하다

<쉰살>하면왠지
아주어릴적먹었던보리밥생각이묻어난다.
시각보다취각이나미각이
기억이란회로에미치는영향이강해선지도모르겠다.
그땐보리밥을한번삶아가지고밥을했다.
여름이면
뚜껑있는바구니에보리밥을해서정재앞에걸어놓았는데
아니정재안인가?
그보리쌀을쌀하고섞어서밥을했다.

하여간그보리밥이여름이면아주잘<쉰>다.
쉬면시큼한냄새가나고당연히밥으로먹기에는어려운그밥에

엄마는엿기름을넣어삭혔다.
푸욱삭혀진그보리밥을채에걸러끓이면
전라도말로탑탑한보리단술이되곤했다..

그보리단술은요즈음화장실가는데유용하다고

선전하는요쿠르트맛과도흡사하다.

희부덕덕한색깔은광목천같기도하고
막걸리보다탐져서그렇지막걸리처럼보이기도했다.
죽이면서도죽이아닌,

시큼하면서도달콤한,

부드러운가하면강한느낌도묻어나는아주독특한맛이다.

보리밥쉰냄새탓일까,

이보리단술냄새는땀냄새도섞여있다.
젊음의냄새가아닌
지치고힘든응어리진냄새라고나할까,

언젠가아무도없는빈집에서
먹을것을찾다가
살강에서이보리단술을보았다.
아주어린나이였는데도
마루끝에앉아서단술을떠먹다가
무엇인가아주미묘한기류ㅡ를감지한기억이난다.

시간속에상재하는슬픔의덩어리들을혹시그때처음으로상면하지않았을까,

엿기름으로삭혀내는감주,단술

술을빚어내는누룩등,

무엇인가를삭혀내는것들속에깃들인

서러운회한들이몽글몽글떠돌다가

마루끝에혼자앉아

단술을떠먹는아이에게
슬쩍부딪혔는지도,

음식이쉰다는것과
쉰살은전혀관계가없을까?
혹시

음식이쉰다는것은

음식이천명을아는일일지도모르지.
그리하여땅으로

혹은자연으로

쉰자세로회귀하는…..

맨처음어른이되었다는것을의식한나이는중3이었다.
이른봄약간그늘진교실안에서
쉬는시간에창밖운동장을내다보고있는데
아이들은눈부신봄햇살아래서
초록작은순처럼생기발랄햇고,
그순간난데없는생각!
음,이제난어른이되었구나.

고등학교에입학을하고나서중학생들을보니
원참같잖기가그지없었다.

그리고나이를의식하게된것이
정확히스물세살때이다..
누가몇살이냐고물으면
스물세살이란나이가정말로많아서
부끄럽다는생각이들었다.
이젠정말아이가아니야.어른이야.

그리고설흔일곱때
나보담일곱살더많은
나랑친한여자분이
그니깐그여인그때마흔넷이었네.
얘,넌아직청춘이다!했다.
청춘이요?
아,이젠저두늙어가는데요.

그런데그,마흔넷도한참넘고
이제쉰넘은지도한참이다..

이젠여자라기보다는
사람쪽이고
아줌마쪽보다는할머니쪽으로다가섰다.

영국영화<마더>에서는
육십대후반의남편을잃은여인이외로워서
자식들을보러런던에왔다가

딸의연인과사랑에빠지게된이야기다.
평생살아왔던그녀의스타일이아닌,노동자출신의육체적인,

그리고약간은천박하기도한그런사랑,

그녀는자신의늙은몸이랄지,

딸과의관계랄지,

많은나이도생각지않는다.

설마그모든것을생각하지않았으랴,

단지그런생각들보다

더갈급한감정에밀려간것이겠지.

그사랑.
엄마로서,

나이든여인이저럴수가있을까,할정도로
몰입하게되고

엄말때리고싶어하는딸에게그리고정말로때리는딸에게
멍이들정도로맞는다.

줄거리만보면참으로자극적인이야기같지만
사람들은너무리얼해서
사실은아주불편하고연민이가는영화였다.
더군다나늙어가는아줌마에겐,

맹목적이어서너무사납게보이는사랑,

태풍보다더거칠어보이는사람들과의관계,

그러면서도고요를켜켜이담은격,
영국영화다운영화,

남자와누워서그녀가말한다.
난이젠내몸을장의사나만질줄알았어……

11 Comments

  1. equus

    2011년 4월 29일 at 4:38 오전

    감동적이군요.보리밥,마룻가에앉아있는어린소녀에서부터마지막영화에서나오는대사까지…   

  2. 벅수

    2011년 4월 29일 at 3:19 오후

    눈을감고모랫바닥에뒹굴어보고
    바람불어휘몰아쳐진낙엽구덩이에몸을던져빠져보면내가누구인지안다.
    가면을쓰고사는인생,그러나가면인줄모르는인생,그리고모두가그것이진리인줄아는인생
    우연한일탈로나를찾았으면참다운인생을살았으리라.
    행복한인생이리라.
    인생이무너지더라도.
    뒤돌아보지않는인생이리라.   

  3. bbibbi

    2011년 4월 29일 at 8:22 오후

    제목만봐선,이건아닌데…하는생각을숨길수가없군여…
    영화를보고,
    그영화에내가몰입을한다면…글쎄요…이해가갈래나?ㅎ

    중3때,내가어른이되었다는의식을가진…
    그대의,그때그느낌은어땠을까를…진지하게게스해봅니다.
    아홉살인생에도나름의진지함은있었을터….
    난,언제쯤내가어른이되었다고생각했을까?도함께요…ㅎ

    이제는돌아와거울앞에선내누님같은할미꽃이여ㅎㅎ…함서,
    장의사나만질줄알았던내몸을푸르디푸른네가만지게될줄이야…

    사랑이라는이름으로포장한,
    저맹목적인유희를진짜사랑으로보아야할지도의문이고…
    젊은남자가만졌을때진짜로,
    그몸의세포들이일제히일어서며어떻게반응을했을까도궁금하고….

    그영화를보기전엔,그누구도어떤말도할수없음을…
    그영화를보기전엔,그누구도편견을가지고돌을던질수없음에…
    함,보고싶다는강렬한욕구를느끼고갑니다.   

  4. 素川

    2011년 4월 29일 at 9:21 오후

    보리밥삭힌단술냄새가물씬풍기는글입니다.
    감미로운추억에젖어봅니다.
       

  5. cccman3

    2011년 4월 29일 at 11:31 오후

    제경우는…….아들의여자친구를?….에고……..그냥제나이또래가편합니다.ㅎㅎ
    정감이있는스토리에잠시빠졌다갑니다.   

  6. bbibbi

    2011년 4월 30일 at 8:55 오후

    우와~~하이쉬쎔…님을요기서만나니..디게반갑네여…
    그외설,아치나~으실수..그예술작품은아즉도전시되어있나요?

    푸나무님쏘리요…
    너메방에서회포를풀려하다니..ㅉㅉ
    쉬쎔…내,곧그대방으로가리다.흐흐흐…   

  7. 쥴리아스

    2011년 5월 1일 at 8:27 오전

    <쉰>술과나이<쉰>의교묘한연결고리가흥미롭네요…그러고보니..맞을듯도싶은데..어쩐지좀….   

  8. 2011년 7월 28일 at 9:30 오전

    쉰나이
    단술청량음료
    사랑나이?

    딸의남자와사랑에빠지는중년의여인
    딸이알면슬플지몰라도
    딸이모르기를바라면서하는어머니믜회춘적인사랑
    딸의남자는육욕적인감정보다는엄마의따스하고포근한
    모성에매력을느꼈을테고
    여인은다끝난육체인줄알았다가그래도
    타고남은재라고만생각했던자신의육체를누군가가
    아직도원한다는사실에모든것을걸수가있었다?
       

  9. 푸나무

    2011년 7월 29일 at 1:20 오전

    여러각도로바라볼수있는영화였는데요.
    저나이에
    저렇게?
    ……
    경이로웠어요.

       

  10. mutter

    2012년 9월 12일 at 3:43 오후

    딸에게맞으면서엄마는이렇게외쳤을것같아요.
    "너는또다른사랑을얼마든지할수있지만나는이것이마지막이야!"
    저는23살에내가어른이되었다고생각했어요.
    내가늦되었나봐요.ㅎㅎ   

  11. 만년 중년 !!

    2013년 5월 25일 at 4:57 오전

    글세요아무래도이해불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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