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책을정독한다해도
스쳐지나가버리는의미와은유는무수하다.
예를들어어젯밤
잠이오지않아
빗소리들으려고부엌베란다앞에쪼그리고앉아
열어놓은창문으로비냄새와
이제지기시작하는꽃잎들의향
그리고솟구치기시작한여린새순의체취가엉긴공기를들이마시며
책을읽을때,
나카지마아츠시가쓴산월기
이냥반은설흔셋에요절햇는데그젊은나이에도
인간이해가뛰어나서
중국의고전속이야기를자기식으로각색한소설을
쓴사람이다.
산월기도그런글들중의하나,
이징이란시인이주인공인데
시에대한열망과
그열망에의한자존감,오만이가득차있다.
그심각한열망이
지어내는시와맞물려
수치심이나겁이많은사람으로변화시키고
점점사람과의관계가끊어지게되고
고독하게되며
그러다가
어느순간문득호랑이가되어버린다.
오래전자신이무시했던친구와의우연한만남에서
호랑이가되었으면서도
여전히시에대한열망과그열망에의해
파괴된자신의존재에대해설파하면서
친구에게자신의시삼십여편을읽어주는호랑이,
그는친구에게자신의시를후세에남겨달라는부탁을한다.
그리고마지막으로친구에게자신의식솔들을
굶어죽지않도록헤아려달라고하면서
이렇게말한다.
"내가인간이었다면사실이것을먼저부탁했어야하는데
굶주리는처자보다시나부랭이에신경을쓰고있으니
그러니까이런짐승으로변하지않았겠는가?"
이대목,
이대목에서글자가방망이가되어후두둑가슴을쳐댄다..
이책은작년가을엔가사서이미한번읽은책이다.
어젯밤
비탓인지
자갈돌아다니는머리가좀헤아려달라는듯하두번잡하게하여
산월기를빼들고
읽기시작햇다.
사실책과의조우도사람못지않다.
수많은책중에서특별한만남이있어야하며
모든사람과의인연이그러하듯
만남만으로되어지는것도아니다.
그가지닌내적인무수한언어를읽어내야하고
그언어가내가슴속에서지피는불을바라보기도해야하며
댕그렁소리나는종소리를잘들어야하지.
섬세하지못한신경때문에스쳐지나가기도하고
지적인결핍으로인하여
혹은사유의부조화로인하여
책이지닌숱한아름다움을놓치기가일수이고,
분명작년에읽을때는
스쳐지나갔던이대목이어젯밤새롭게살아났다..
시에대한열망,
그열망을어찌할수없어서
狂의상태가되고동물이되고
동물이된후에도식솔들보다,
더애증어린시에대한열망,
작가는아마
짐승이라는가학적인단어로
이징에대한긍정적인해석을
유도햇을지도모른다.
그러나
짐승이된뒤에도그를묶고있는그열망은
가슴을저며왔다.
단순히명망을얻고싶었다면
그렇게광기의상태에이르지는않았을겄이다.
그저시에대한순진무구한열망이
새삼읽혀지더라,
어쩌면인생은秘意의연속일지도,
시에대한무한정한열망때문에
결국은호랑이가되어버린,
호랑이가되어서도
시에대한열망을포기할수없는그….
물신의시대에서
물신의주범으로살아가고있는내게
어이그다지도신선한가,
제단의비의를엿본것처럼
시가지닌아우라를살짝들춰본것같은,
<秘密>
써놓고보니거참솔깃하다..
지루하긴했지만
어절수없는구조주의의영향이사람에게
미치는파고를생각케하는
흑인딸과백인엄마가주인공인
비밀과거짓말이란영국영화생각도나고,
남에게이야기할수없는
혹은남이알아서는안되는것이게비밀인데
의외로
숨길秘가빽빽할密과어울려서
감추어지는게아니라오히려사람의
호기심을상승시키는역할도하는것같다.
그러나정말큰비밀은여기저기성큼거리며걸어다니기도한다.
너무커서오히려보지못하는비밀은수다하고,.
내가아는어느집은
세아이들이다아아부지가다르다.
그리고그비밀을주위사람들은거의다안다.
그러나정작오십이다된본인들만모른다.
모르긴몰라도아마
그들은평생그비밀을모르고살아갈것이다.
이런이야기는비밀인가,
열망의소산에의한비의인가,.
남들에게는사실이면서도
본인들은모르는일
그러나알아서는절대로안되는일도많다.
내가생각하는나와
남이생각하는나.
그둘의말할수없이깊은차이가
비밀스럽게….
아니커다란몸짓으로발소리까지저벅거리며내주위를소란스럽게해도
아주고요하고
아주적막한깊은밤이아니라면
그밤에깨어있지않다면
귀가밝지않다면절대들려오지않는비밀.
아,저빽빽할密자는
은밀하고깊숙한데신이모셔져있는모양을나타낸다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