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턱없이인색하다가도턱없이너그러울때가있다.
특히영화를볼때자주그렇다.
이자심한변덕은아마도나의본질인너그럽지못함에뿌리를박고있을것이다.
즉너그러움은너그럽지못함에대한반작용이거나
영화가내면을살피게할때투명해진나를가리기위한
너그러움에대한일종의바리케이드라고나할까,
구로사와아키라감독의이키루’Ikiru”tolive’살다.를보러갔다.
상암동에있는한국영상자료원이다.
오메,그동네는정말상전벽해의산증인이다.
거의가다유리로만들어진우람한,거대한,화려하고세련된궁전들의각축장이다.
쓰레기매립장동네에어느새이렇게빛나는건물들이즐비한가,
운전하면서도어찌나눈길을빼앗던지현대판세이런에게홀리는가,
더군다나쏟아붓듯이거세게비내리시니,
사실빗소리제대로듣지못하며살다가
차창이나차지붕에서들려오는
빗방울소리들은얼마나아늑한지,
아마도나는그런연유로인하여영화를보기전부터마음이열려있었을것이다.
더군다나내가태어나기도한참전인1952년에만들어진영화이니
세월에대한공경심도한몫하고있었을터이고,
비슷한스토리의영화는예나제나흔하다.
얼마전에본버킷리스트도죽음을앞에둔시한부인생남자들이만들어낸영화였고
베르히만의산딸기도죽음을가까이둔노교수의여정이주제였는데
이키루역시아주평범한시청공무원의암선고로스토리는시작된다.
와타나베간지는젊은나이에아내를잃고아들을키우면서
그의부하여직원이지어준별명미라처럼살아왔다.
그런그에게죽음이선고되고동시에그의앞에던져진삶이라는주제,
삶이소설보다맹랑하거나불친절한이유는소설은곳곳에서은근히주제를보여주는데
죽음앞에서서야선명하게드러나는아이러니함때문이다.
섬세하게그러나얼마만큼진부하게
ㅡ왜냐면그런스토리들을너무많이봐왔기때문에ㅡ
이야기는진행되고
그는그어린직원의말대로마지막남은해야할일을찾게된다.
결국하층민들의오랜숙원이던하수구동네는
아이들이놀수있는공원으로바뀌게되고
그는눈내리는날펑펑내리는눈을맞으며
인생은찰라의것,소녀여사랑하라는곤돌라의노래를부르며세상을하직한다.
와타나베가눈을맞으며그네위에서노래를부르는장면은
정말내가슴을부르르떨리게했다.
어두운밤하늘
그보다조금더밝은함박눈
함박눈은와타나베를천천히내리덮고
…..
그장면은어던군더더기도없이
어떤묘사나
어떤표현으로는다하지못한
오직영화만이줄수있는
아름담고극적인서정성을내포하고있었다.
비슷한줄거리의다른영화와격을달리해주는
어떤정점같기도했다.
와타나베간지의모자를들고문상을온경찰은말한다.
‘즐겁게…이상하리만치마음깊숙한곳까지스며드는목소리’로
노래를해서그냥스쳐지나갔었다는,
이곤돌라의노래는시무라다까시의음성으로두번불러진다.
우연히만난소설가와함께하룻밤내내누리는환락의장에서
그모든분위기를일시에바꿔버리는구슬프고장중하면서도고통에찬목소리로,
동전의양면처럼그림자와빛처럼슬픔과기쁨처럼
와타나베의노래는전혀다른모습으로존재하면서우리에게존재를되묻는다.
주인공인그의죽음으로영화는끝인가,
아니영화는전혀다른시퀀스로이어져간다.
그의장례식에모인수많은사람들의회상속에서와타나베는새롭게그려진다.
조직의일원,타성에젖은사람들,자신만을생각하는인간의이기심에대하여
영화는무수한질문을집요하게던진다.
그러나,그리고,
다시변함없이시작되는타성과일상들…….
구로사와아키라감독은그엣날의영화라고는상상할수없이
세련된포맷과나래이션변화와반증으로영화보는내내깊은즐거움을주었다.
그가이야기하고자하는멧세지는
흑백영화가지닌더할수없이차분한미덕과함께나에게다가왔다.
삶을생각하게하는,….
되돌아보게하는……,
저먼곳을응시하게하는,……
Share the post "눈내리는 공원에서 그네를 타다"
성학
2011년 5월 4일 at 2:46 오후
참글을잘쓰시는분이시네요.
벌써많은글을적으셔서언제다돌파할수있을까…
높은산을앞에두고숨을삼켜봅니다.그날이의외로결코길지않을듯한느낌입니다.^^
저의글에바쁜발길을멈추어주셔서감사드리며…좋은5월되시기를!
푸나무
2011년 5월 5일 at 12:41 오전
아이구,반갑구고맙습니다.
성학님글
저도다읽어볼요량인데요,^^*
오월참좋지요?
성학
2011년 5월 5일 at 2:29 오후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