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꽃다리 피었다

꽃들도사람과참으로흡사한것을,

사월내내수수꽃다리곁을지나다니면서떠오르는생각이다.

건륭제의愛妃였던향비는선천적으로몸에서고운향기가나이름조차향비가되었다는

글을읽으며말도안되는소리,하며저었던고개짓을

수수꽃다리가

정말일수도있지않겠어?

사람과꽃이흡사하다면말이지,

丁香나무다운속삭임으로멈추게했던것이다.

수수꽃다리는젊음의꽃이다.

총상화서의모습은상큼하고향기는발랄하다.

연보랏빛이나흰빛은둘다이제막소녀에서여인으로변하는절묘한챈스의빛깔이다.

어느영국아가씨가완전히믿고있던젊은남자에게순결을짓밟혔다.

아가씨는마음에상처를입은나머지자살하고말았다.

슬픔에빠진친구가아가씨의묘에산더미처럼수수꽃다리을바쳤다.

수수꽃다리는보랏빛이었는데이튿날아침꽃잎이모두순백색으로변해있었다.

이이야기에나오는수수꽃다리는

지금도하트포드셔라는마을에있는교회묘지에계속피고있다고한다.

친구의묘지앞에향기가득한수수꽃다리를놓으며슬프기만했을까?

무덤을꽃으로싸안던아가씨의마음에는

슬픔못지않게친구의남자를향한증오도가득하지않았을까,

자살로인생을끝막음한벗을바라보며

처음다가온삶의회한에몸을떨지않았을까,

더군다나죽음을처음으로직시한날이눈부신봄날이다.

신록의잎은한해중가장아름다울때이다.

싸늘한주검이되어버린벗도그렇게아름답지않았는가.

이야기의시작은영국인데

프랑스에서는하얀수수꽃다리는청춘의상징으로무엇보다젊은아가씨이외에는

몸에지니지않는게좋다는묵계가있다고하니

수수꽃다리가젊음의꽃이란것을증빙하는셈이다.

흰빛,그빛깔이지닌단순한순결성을생각하며

가만그흰꽃옆에서서향기슬쩍몸에들이켜본다.

서양에서도이런향기성분을추출하여향수를만들기도하지만

우리나라엤여인들도수수꽃다리꽃봉오리를따서

그늘에말려향낭이나향갑에넣어몸에지니기도했다고한다.

수수꽃다리여린잎은지나가버린첫사랑의맛이라는속설도있다.

그이야기를언제들었는지아득할정도인데

올봄처음으로연둣빛수수꽃다리잎을하나따서입에넣어보았다.

연한생김새와부드러운빛깔과는너무나다른쓴맛,

첫사랑의맛이이다지도쓸까,

저싱그러운향기와반하는,

꽃의향기는꽃보다먼저바람처럼사라지고

쓰디쓴인생은잎처럼계속된다는속깊은이야길까,

생명이서식할수없는불모의땅황무지에수수꽃다리피어난다고

엘리웃은시를적었고

그시를본혹은읽은,

혹은가슴에품은사람들은그황무지가죽음의굴레를머리에두른

人間事이든지아니면문명에질식해서생명의기운을잃어버린

인간의자화상으로바라보기도했다.

그럼에도봄은돌아오고꽃은피었다는것이다.

더군다나과거의기억과미래의욕망을뒤섞으며,

아,그반대일수도있겠지.

죽은땅에서피어난다.수수꽃다리.

기억을기억해내고욕망을추구하는꽃이저수수꽃다리란말도되겠다.

타르코프스키의단조로운삶이라는제하의일기를읽다.

일기가자신의기록인데도그는영화처럼

자신이아닌도스트예프스키라는타인을응시하고있다.

<도스트예프스키는두자루의촛불밑에서독서를하였다.

그는램프를좋아하지않았다.

그는일하는동안많은담배를피웠으며이따금진한차를마셨다.

그는단조로운생활을영위하였다.

그가좋아하는빛깔은바다의파도빛이었다.

그는흔히자신의여주인공들에게바로그빛깔의옷을입혔다.>

아마할수있다면타르코프스키는도스토엡스키의정신을영화로만들고싶었을것이다.

무수한삶의가락들이들어있는천갈래만갈래의머릿속,

그러나그많은갈래에도불구하고삶은단조롭고고요했으니

일천한식견으로는평범속의비범이떠오르며

거기수수꽃다리향기가더해졌을뿐이다.

노오란개나리도선명한분홍빛의철쭉도아닌연보랏빛저하얀순결의빛,

가장봄스러운꽃이수수꽃다리라고엘리웃도여겼음이틀림없다.

수수꽃다리보다더일찍피어난꽃들은그저봄의전령사일뿐

진짜봄은수수꽃다리로부터시작된다는,

그러나그시작점이바로봄의끝이기도하니

수수꽃다리는이래저래깊고깊은삶의아이러니를품고있다고나할까,

사람도꽃같은것을.

이제바야흐로만개한봄이다.

그러나봄은금방사라질것이다.

수수꽃다리피었으므로.

*수수꽃다리는원래우리나라꽃이었으나외국으로나가

다시미스킴라일락이란혼혈(?)의이름을지닌채되돌아왔다.

영어로는라일락프랑스어로는리라라고불리워진다.

*사진은작년5월20일광릉


5 Comments

  1. 물처럼

    2011년 5월 6일 at 1:22 오전

    잘봤습니다.
    근데요.

    수수꽃다리,즉미스킴라일락이아니라,
    그냥라일락인데요?

    초면에실례가되었다면,
    용서하시길요.   

  2. 푸나무

    2011년 5월 6일 at 1:56 오전

    라일락의학명이예요.
    SyringapatulaMissKim

    그냥우리는라일락으로부르지요만

    토종라일락은
    개회나무정향나무수수꽃다리등으로불리운꽃이였지요.
    통상수수꽃다리로불렀구요.

    나두닥한번북한산에서정향나무혹은개회나무로보이는꽃을본적이있는데
    그향기는놀라울정도더군요.
    육이오전쟁무렵미국인미드가북한산에서
    그씨를채집해가서
    라일락으로만들었다고해요.

    크리스마스트리로쓰는구상나무도우리나라종자라더군요.

    일제시대에도한라산부터금강산까지300여종의식물을채집해갓고
    그뒤에도두번이나더그랬다는데,

    설명이넘길었나요?

    초면에실례가되었다면,
    용서하시길요^^*

       

  3. 비비아나

    2011년 5월 7일 at 11:28 오전

    이방에오면나무이야기가있어
    기분좋게일고가는데
    자주온다면서도덜렁거려그냥지나칩니다

    아주어릴때우리집동산에있던라일라(할머니를그렇게부르셨죠)
    멋진이야기가있군요.
    그게수수꽃다리로불리우는군요.
    우리이름도모르고라일라로만알았다니.
    아름다운모양새와온동네를향기로물들이는꽃.   

  4. bbibbi

    2011년 5월 7일 at 8:09 오후

    지나가버린첫사랑의맛은어떤맛일까?
    직접시식(?)을하고서쓰디쓴맛이라는걸알았으니…흐흐흐

    나역시라일락의향기를첫사랑에비유한포스팅을했던적이있답니다.
    천리향이나,만리행도….그비슷한향이나는걸로알고있습니다만…
    그香이천리를간다해서..만리를간다해서..붙여진이름이라하더군요.

    수수꽃다리가만개하면….
    봄은그렇게속절없이가버리는군요..
    라일락이수수꽃다리로불리운다는새로운사실을알고갑니다.   

  5. 벤조

    2011년 5월 9일 at 3:20 오전

    왜끝에미스킴이붙었을까요?
    미스킴이서양에처음소개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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