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지요.
오월하루.
광릉숲으로,
우리가매양입어야하는‘일상’이라는갑옷을
눈부신오월의하루,
그하루의몇시간이라도훌훌벗어버리고숲의옷으로갈아입는겁니다.
세상을이어주는주욱뻗어있는길을달리다가
‘광릉국립수목원’이란팻말이보이는곳에서우회전을하십시오.
그길은도시를향하는길이아니라숲을향하는길이므로
창문을열어놓으셔도무방합니다.
아니가능하다면창문을활짝열고그길을가십시오.
길은점점좁아지고숲은깊어지며
신록의빛깔은참으로아름답습니다.
마음을깊이열고그들을호흡하며속에고여있던많은것들을날려보내는거지요.
습관적으로걸쳤던미소는상대방까지날아가지못하고
어디선가추락하여슬픔이라는화석으로변해가고
하고싶지않던말은입술사이로슬쩍나갔다가
회항하여마음속깊은곳에고여냄새를피우질않습니까,
숲이지닌폭과너비깊이는헤아릴수없어서
우리속에고여있던탁한배설물을
어느맑은물보다도더청결하게소쇄시켜준다는거지요.
뿐인가요.
숲과사람이지어낸유머도있습니다.
노거수를보호해주라면서야광페인트가칠해진폐타이어를배에휘감고있습니다.
혹시술먹은자가치받더라도너도살고나도살자는수용력이지요.
우리가미소를지을때오래된나무할아버지들
타이어걸친몸을가지고역시미소를지으며
우리를바라본다는것을충분히알수가있습니다.
매표소입구에는나무만큼은아니더라도
우리보다는오래산할머니들이
야트막한돌담에앉아서두런거리는모습이보이기도하지요.그
냥다리만아프네…..
나무가그렇고그러제…..
키우기는잘키워놨네.
살기가하도팍팍해서큰것만바라보고살아온할머니들의너그러운판단은
이팝나무의속삭임으로들리기도하지요.
맞어맞아,..
고개를끄덕이며나무길로들어섭니다.
고로쇠나무를바라보며한마디해두됩니다.
넌태생이좋구나.
이런곳에서태어나니누가네몸에파이프를박겠니.
속으로중얼거려도됩니다.
그런데나는아직도좁은잎단풍나무와고로쇠너차이를잘모르겠구나.
고로쇠나무가서운할거예요.
이름어여쁜물푸레나무를지나키크고무성한갈참나무를바라보며
마루야마겐지의신갈나무투쟁기를기억해냅니다.
죽음속에서태어난빛나는청년,
물처럼흘러가는청년주인공을….
나무밑,사람눈잘안띄는곳에보랏빛꽃들이무구하게도피어나있습니다.
얼핏보면입을헤벌린듯한,
거기다수염두세개붙은벌깨덩굴입니다.
실제로는처음대면한녀석이지요.
당연히진지하게상견례를합니다.
다리를접히고허리를구부리고내눈보다예리하면서도감정이덜섞인카메라렌즈와함께요.
카메라와함께하면서내눈에도렌즈의힘이전이되었는지도모르겟어요.
렌즈처럼자세히보기도하구요.
렌즈마음에들때까지이리저리앵글을맞추면서
그작은풀꽃과더정이드는거지요.
벌깨덩굴곁에처음본하얀풀꽃이성장을하고있습니다.
얼핏보면사상자류처럼보이나처음본식물입니다.
너도네소개정도는할수있는말을좀했으면좋겠다.
그리고참꽃마리처럼생겼으나꽃이훨씬큰00..
야생화사이트에서도식물도감에서도보지못한꽃입니다.
잎은둥글레나박새처럼생겼고
꽃은노루오줌비슷한풀솜대도많습니다.
풀솜대,마치포근하고달콤한솜사탕같습니다.
안녕,풀솜대.아새로전학온수줍은아이처럼도보이는군요.
오월은풀꽃의계절이기도하지만나무꽃도만만치않습니다.
하늘을향해자그마한두팔을벌린것같은
괴불나무아래서한참서성거리셔도됩니다.
그순박하고순후한모습을가슴속에담으면서요.
그곁에고추나무도꽃이피어납니다.
이파리는영낙없이고춧잎입니다.
꽃도몽오리진모습이제법탐스럽습니다.
고추와고추나무.
고추가먼저였을까요?
고추나무가먼저였을까요?
그러나이름붙여진것은사람입에닿은고추였겠지요.
며느리주머니라고도불리우는금낭화곁에서한참노닥거렸습니다.
꽃도볼수록특이하고이파리도품위가있는우리나라자생꽃입니다.
예전우리어렸을적약간그늘진곳어디에나피어있는아주흔한꽃입니다.
지금은제법귀물이되었지요.
아주자그마한샛길이보입니다.
샛길보다는하얗게피어난병아리나무꽃이먼저눈에띈거지요.
주름이선명한잎새사이에서투명한꽃한송이.
무성한초록잎사이에서드문드문피어나는병아리나무꽃을만나게되면
저절로탄성이나오게됩니다.
그것도사람아무도없는숲가운데서호젓하게말이지요.
오메,아야,세상에,어쩌면……
꽃이지어내는고적함도사람의그것에못지않습니다.
고요한푸르름속에드문드문새어들어오는빛줄기는
고요함을더욱눈부시게합니다.
순간,
인생의짙고고달픈색채가옅어지는놀라운경험을하게됩니다.
사람속에부여된,
아무리늙어도사라지지않는
‘사랑’에대한그미묘한기류가정화되는곳,
사랑이아무리달콤하고강렬하다할지라도
타인에대한상처가주어지는사랑이라면
단호하게방향전환을하게하는힘이있는곳.
숲입니다.
죽음과삶의그무한한거리가아주가까워지는곳,
그래서삶도죽음도두렵지않게되는곳,
그리하여자신을투명하게바라볼수있는곳,
오월의숲.
오시지요.
오월하루,
광릉숲으로
-광릉숲눈개승마
–
고추나무
–
광릉숲금낭화-
광릉숲병아리나무꽃-
보리
2011년 5월 10일 at 9:14 오후
어쩌면이리도곱고정겨운언어가있을까요!
한글을모국어로받아이글을소름끼치게이해할수
있다는사실이감사하기까지하네요.
제가사는곳에선오월이
정원살이중가장바쁜철이어서
허리가휘어지게일하느라막상숲의
초대에는쉽게응하지못하고있답니다.
한템포느리게봄이오는까닭도있구요.
푸나무들을사랑스럽게깊이응시하는
푸나무님의눈길이보석같습니다.
^^
푸나무
2011년 5월 11일 at 12:20 오전
글쓰는즐거움을빼면
머그리남는것없는세상살이인데
사십대의짱짱한^^*보리님이
이아침절행복하게해주는군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