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발이여

한국학그림과만나다(양장) 저자 정민 출판사 태학사(2011년02월20일) 카테고리 국내도서>역사와문화

통섭(Consilience)이학문의새로운주류로떠올랐다.

통섭은자연과학과인문학을통합하는학문이론이라고하지만

꼭자연과학과인문학아니라도어디서든가능하지않을까?

그런의미에서<한국학그림과만나다>도멋진통섭의책이다.

그림도인문학이고한국학도인문학이니

통섭이아니라고한다면할말없긴하다만

만약누군가가그렇게시시콜콜따진다면

그렇다면실제통섭도일종의기획아닌가?물어볼것이다.

<한국학그림과만나다>는공부모임인(아마도한국학전공교수연구원으로된)

‘문헌과해석’이발행하는계간지

‘문헌과해석’50호발간기념을기획한책으로

옛그림이나옛사진을읽고나누는글이다.

그림과글이만나는장면,

옛그림을꼼꼼히읽은글,

무대현장과주변을스케치한글

그림이나사진으로살펴본역사등네부분으로되어있다.

조금은근짜처럼보일지모르지만이책의대표집필자인

한대교수인정민선생의많은저서들을보면

한국학문은일종의구슬꿰기로도보인다.

수많은아버지들의편지,다산의어록,연암의글,

즉전해내려오는문장들속에서방향을정해모으고꿰고해석한글,

참신한기획의도만있으면저절로되는(?)

하긴공부를깊게하다보면통섭의길이저절로보일지도모르겠다.

정민선생의문장은시를쓰고싶었던분답게참유려하기도하고,

이책도읽고싶은책으로꼽았으면서도

또구슬꿰기인가…..싶은생각,하긴했다.

그럼에도불구하고이책좋다.

흥미있고글을읽는기쁨있으며지적인감각과서정을터치하는,

모르는것을알아가는즐거움까지손맛좋은사람의나물무침처럼담박하다.

깊은겨울매화를탐하는선비들의이런저런이야기들은아취그윽하다.

이유신의<가헌관매도>는

깊은겨울촛불아래분매를감상하는그림이다.

그렇게매화곷아래서마시는술을매화음이라했다.

겨울밤냉수를얼려얼음등을만들고

그속에촛불을밝혀매화꽃을비추어감상하는것을상상해보라.

더군다나마음맞고뜻맞는문우들과함께함에랴,

중국사하우씨의이야기로시작된귤은

중국과우리나라에서도특별한과일이었다.

얼마나귤이귀했으면귤림풍악이란그림에는

귤나무의종류에따라열린귤의개수가정확하게세세하게기록되어있을까,

정조는세손시절귤에대해아주길다란시를적었다.

그리고정조는귤배,즉귤잔을만들어신하에게자주내렸다.

굴배만내리는것이아니고귤배명도함께적어내렸다고한다.

화려한잔도아니고예술적느낌도아닌귤배라니,

이글을쓴김동준이대교수는귤배를그린그림을아무리찾아도못찾았다고적고있다.

그래서껍질이단단하고푸르스름한청귤로만든귤배를상상해보다가

지화위귤枳化爲橘^^*로글을맺는다.

그러나이책에대해글을쓰게만든것은

마지막챕터에있는프랑스의유명한귀족화가

쿠베르탱의그림<출발>이었다.

이그림은아주작은교회인파리외방전교회의본원에있는그림이다.

회중들은찬송가가울려퍼지는중에앞으로나와선교사들의볼과발에입을맞춘다.

두번째선교사의볼에입을맞추는흰수염의사람은

아베마리아를작곡한구노다.

사실인지는모르지만구노도우리나라선교사로오고싶어했다고한다.

오른쪽터번을쓴사람과손을맞잡은선교사가브르트니에신부이다.

맨오른쪽의노인은티벳의1대주교인데먀쥐르

그림의앞에있는남자아이와여자아이는쿠베르탕의아이들이다.

선교사파송식은1864년7월15일에있었다.

이들은27,25,26,29세였다.

(세상에이빛나는나이라니)

그들은천주교를사학이라부르는,

신자들을극형에처하는조선을향해떠나려는것이다.

그때선교사들에게순교는어느정도각오된것이지만

그중에서도조선은가장가혹했다고한다.

조선행은고통과죽음의길이었다.

볼리외신부는떠나기전조선에대해이렇게썼다.

외교인800만명이진리를찾아움직이고

1만8000명의천주교인이

60년째박해와싸우고있는반도

선교사8명이그들의머리에현상금이걸려있음에도불구하고

1년에어른900명에게세례를주는전교지방

결코돌아올수없고1년에한번어둠을틈타서야겨우들어갈수있는유배지.

(이부분을책을보면서베끼고있는데가슴은아프고뜨겁고정말눈물이맺힌다)

브르트니에르의고향에서온한친지는이렇게적었다.

선교사들은정말아름다웠다.

모든것을버리고영혼의정복을위해떠나는젊은이들이다

브르트니에르는세상그무엇보다아름다웠다.

그는이세상이아니라하늘나라에속한사람인듯했다

석달반에이르는여정후1864년만주도착

이듬해5월만주출발그달27일충천도당진의내포에상륙

1866년2월무렵미사와예식주도

그달26일체포서울로압송

3월30일충청도보령갈매못에서다불뤼주교와함께순교.

그들은채한달도못되는사역을하기위해

아니순교하기위해그먼길을떠나왔던것이다.

무슨군더더기같은말이글이느낌이필요하랴.

쿠베르탱의그림<출발>은침묵하게하는그림이었다.

.

이그림을만난것만으로도이책훌륭하다.

6 Comments

  1. 보리

    2011년 5월 11일 at 1:27 오후

    놀랍네요.
    한국의역사와맞닿은저런그림이있었다니요.

    통섭이란단어는오늘처음배웁니다.
    각분야의학문이발달을거듭하다,
    이제는물과기름처럼서로겉돌던분야끼리
    통합연구를시도하고있다는정도는알고있었지만
    그런걸통섭이라고하는군요.

    요즘부쩍인문학에대한갈증이깊어지는듯
    합니다.세계일봉에연재되는장석주시인의
    인문학산책도좋지만,푸나무님의글들도
    읽는양이절대적으로부족한저에겐
    더할나위없는인문학산책의ㅡ시간이네요.

    ^^

       

  2. Elliot

    2011년 5월 13일 at 9:27 오후

    자연과학과인문학의통섭이어떻게가능한거죠?궁금하네요^^

       

  3. 푸나무

    2011년 5월 15일 at 5:52 오전

    어젠산엘갔더니
    딱그즈음이었어요.
    신록이녹음의계절로옮기려는찰라,.
    만개한신록
    이제갓상륙한푸르른초하

    연두를바라보노라니
    세상근심엷어지더군요.

    비밀의정원에
    인문학까지통섭하시면
    보리님너무심하게멋져지시는거예요.

    난낼아침울엄마랑보성다녀올께요.
    사흘예정인데
    다녀와서보성사진보여드릴께……
       

  4. 보리

    2011년 5월 15일 at 6:01 오전

    이민오기직전까지남도를두루두루
    여행다녔는데보성,곡성지역은못가보았답니다.
    설레이는마음으로푸나무님사진기다릴께요.

    엄마와의여행~~~
    부러워요.건강하게잘다녀오시길빕니다.
       

  5. 푸나무

    2011년 5월 15일 at 6:09 오전

    보리님같이있으셨는갑다.

    근데엘리엇님집엘다녀왓는데
    아이고그댁은손님도넘많고
    오고가는이야기들이넘수준이높아서
    무슨이야긴가…….
    알아들을을수도없고,

    그래서그냥휘둘러보다가
    돌아왔어요.
    아이고다리만아프네^^*   

  6. Elliot

    2011년 5월 15일 at 3:05 오후

    푸나무님의푸념은일품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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