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일렛ㅡ 상큼 발랄 온화 미소

왜사람들은스토리에열광하는것일까?

사실영화나소설보다훨씬더진하고과감한스토리들이

날마다신문과뉴스에차고넘치는데도말이다.

72년생여자오가기미나오코가각본연출을함께한영화

‘토일렛’은

그런질문에대한답을한줄로요약해준다.

‘소재로만은안돼,그소재를잘버무려서

재미와감동이배어있는달콤한열매를만들어야지,‘

‘토일렛’은올해초던가이대안에있는아트하우스모모에서했는데놓쳤다.

비내리는오후편안하게집에서3500원내고보았다.

영화관보다는못할지몰라도

영화관의자에뒷머리를댈때마다그참,잊어버리지도않고생각나는

께름칙함이없어서좋았다.

‘토일렛’에는상당히주도면밀한소재들이등장한다.

그러나단순히주제를부각시키기위한소모품만은아니다.

소재자체만으로도많은생각을불러일으키는멋진소품들이다.

가령아주오래전의기계였던발자방침(재봉틀)이등장한다.

나어렸을때울엄마도그런자방침에서바느질을하셨다.

그자방침머리는길다래서영락없이말머리를연상시키곤했다.

마루옆자그마한방도아니고창고도아닌그런곳에

자방침은놓여있었고

자방침앞에는아주자그마한창문이달려있었다.

마당에서놀다가

그창문으로엄마를바라보고안심을하곤했다.

이후기억은황당하게뒤섞이기시작한다.

언제백설공주이야기를알았을까?

백설공주의엄마가바느질을하다손을바늘에찌르고하얀눈위에

손가락에난핏방울을뿌린뒤

눈처럼하얀살결과피처럼빨간입술을지닌어여쁜공주를낳게해달라는소원,

사실그옛집을떠난것이일곱살때였고

백설공주이야기는한참뒤에나

읽었을텐데그작은창문앞엄마는왕비고

나는백설공주가되는미묘한연상작용말이다.

오래전의물건들은누구에게나기억이라는강을통해서다다르게되는

마음한켠에자리하고있는정한과마주하게한다.

재봉틀은공황장애를겪고있는큰아들모리에게

엄마에대한그리움의대상이되고

할머니와의관계정상화를위한촉매의역할뿐아니라

천을사기위해삼년만에처음으로외출을하게만들고

월남치마를만들어입고연주를하게된다.

특별한소재로스시도나오고만두도나온다.

할머니가만든만두는그냥만두가아니라

레이의마음을녹여내는

용광로같은소재다.

그용광로는녹여낼뿐만아니라새로운관계를복원해내기도한다.

정성스럽게만두피를만들고다시만두를만들며

(만두라는그복잡한음식을만들면서도여전히깔끔하게정돈된

부엌이조금생경하긴했지만)

그리고맛있는만두를먹으면서그들은정말가족이되어간다.

막내인대학생리사는반항적으로보이지만따뜻함을감추고있다.

그녀를향한소재로는“맨손기타연주”가있다.

잠이오지않는밤거실로내려가니

할머니가어두운거실에서맨손기타연주를보고있다.

음악을틀어놓고그음악에맞춰추는(?)켜는(?)

리사의맨손기타연주는아름다웠다.

일곱벌의똑같은옷만입고사는연구원레이는로봇오다쿠다.

그가사고싶은로봇은3000달러

할머니를한숨쉬게하는화장실의변기워쉬렛도3000달러

할머니와의유전자감식도3000달러이다.

영화에서가장인간미없는사람이라결국할머니머리칼을채취하여

유전자감식을하나

그머리카락이리사의것이었고

감식결과오히려자신이이집안의식구가아니란것을알게된다.

일본에서온외할머니(모타이마사코분)는

109분동안딱한마디한다.

모리의피아노경연대회에서모리가공황장애에시달릴때

모리~~~~~굳!!!!

모리는할머니의그말한마디에진정하고아름다운연주를하게된다.

영화의시작은어머니의장례식이고

영화의마지막도할머니의장례식이다.

화장을해서어머니의묘지에뿌리는데

레이는양이많다며할머니의뼈가루를남긴다.

돌아가신할머니를위해산워쉬렛이설치되고

레이는우와!!하며워쉬렛을사용한다.

그리고예쁜병에담았던할머니의뼈가루를바라보다가놓친다.

쏴아하며물이자동으로나오고사라져버리는병,

병에든할머니의뼈가루,할머니,

그리고기억과소멸속에서이어지는삶!,

감독의마지막유모어가돋보이는대목이었다.

앗,그렇다.

가장중요한소재토일렛!

영화의제목이기도한,기발하다.

이런소재로이런영화를만들수있다니,

같은재료로같은환경속에서만들어진요리라할지라도

그맛은천차만별이다.

영화도그렇다.

삶은안그렇겠는가?

오늘내리는비는또어떠한가?

당신의비와내비가같을수는절대없을것이다.

혹시지금당신의마음이더운여름날사막처럼갈하거들랑

빈거실에앉아서이영화다운받아서본다면

벌컥벌컥물을들이키는것보다

훨씬더효과가있을것이다.

먼지날것같은마음촉촉해져서

여린새순금방솟아오를것이다.

오월도깊었으니

5 Comments

  1. 비비아나

    2011년 5월 13일 at 6:56 오전

    참깔끔한영화지요.
    저여자가나오는건다봅니다.
    까모메식당도그렇고제목을잊었는데
    시골동네의어린이들머리를깎아주는이발사아즘마로
    나오던드라마를아주인상깊게보아서요.
       

  2. 푸나무

    2011년 5월 15일 at 6:06 오전

    요시노이발관말씀이지요.
    일본동네
    은근
    침착한영화들많아요.
    그게저력같아보이기도하고

    조금있다
    올릴영화
    걸어도걸어도도참좋았거든요.   

  3. 비비아나

    2011년 5월 16일 at 10:02 오후

    아!맞다.요시노가리.
    젊은세대와기성세대의가치관의차이로
    어린아들이먼저반기를들고나서던반란.

    전일본드라마광팬이랍니다.ㅎㅎ

    걸어도걸어도가아주유명한영화지요
    몇년도것인지알려주시면찾아볼텐데…..

    저는요즘"츠루기다케점의기록"이라는등산영화를감명깊게보았습니다.
    전편에흐르는비발디의사계를비롯해음악이뛰어났습니다.   

  4. 푸나무

    2011년 5월 19일 at 5:23 오전

    츠루기다케점의기록
    정말저두보고싶군요.
    검색을해보니볼수있는방법이없던데
    비비아나님은어떻게보셨어요?

    그러고보니제리뷰도일본많네요.
    삶이여굿바이도
    야스쿠니도있고…..   

  5. 비비아나

    2011년 5월 19일 at 8:50 오전

    다음에서도찾아보고
    이곳"나무와달"이라는분의블러그에서
    츠루기다케점의기록을보았습니다.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