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나무 한그루 의연하게 서있다

친정집뜨락에는아주커다란은행나무한그루가있다.

해마다엄마에게엄청난양의열매를안겨주는다산형의나무이다.

은행나무를수형이아름다운나무라고하지만그나무는암나무라선지

가지만주욱죽벌어져있는

소박한시골집텃밭에나어울리는평범한나무이다.

언젠가마루에앉아이야길하다가엄마가문득그러셨다.

“아야,저나무를가만히바라보고있으믄살째기무서운생각이들어야,

비오고바람겁나게부는날가만히혼자앉아있으믄

저것이머리산발하고달라들것같단말이다.

으짜다가집쪽으로무너지믄집도나도무너질것맹키로무섭고…..”

내가가장좋아하는동네중의하나인강화도에도눈에띄는나무한그루가있다.

강화읍에있는고려궁지를벗어나자그마한소로를사이에두고있는거대한은행나무이다.

주위에옹기종기서있는집들의지붕조차한껏눈아래로내려다보듯제왕처럼군림하고있다.

수령은무려팔백여살이다.

오백여년가지고는명함도못내민다는은행나무의장구한수명이

켜켜이아로새겨져있는나무이다.

몇년전이었을까,

그나무를처음보는순간‘귀기어린’느낌을받았다.

거대한몸과수많은가지에무성한초록잎을촘촘히매달고서있는

거대하고무시무시한나무.

사람으로친다면무한권력을지니기위해자식도남편도손자조차도거침없이해하던

늙고노회한측천무후같다고나할까,

나무라고하여순후하고밝기만한것은아니라는새로운인식을하게한나무이다.

물론이느낌은나만의것으로

어떤사람들은그무서운나무밑에거침없이쓰레기도버리더라.

국립수목원-광릉이라는이름이더익숙한-에가면아주특이한은행나무한그루가있다.

사람들별로다니지않는산책로따라관목원길을걷다보면

두툼한몸통의커다란은행나무한그루가나타난다.

무심한눈으로지나치다보면항용어디나있음직한은행나무지만

반짝이는눈빛으로치어다보면예사나무와다르다는것을반짝발견하게된다.

나무가지사이로두툼한혹같은돌기가여기저기솟아나있는것이다.

이름하여유주乳柱ㅡ한자풀이대로한다면젖기둥이란뜻이다.

무성한유월의녹음사이에가려져서보일듯말듯한유주는생김새도희한하지만

나무줄기처럼보이는그러나나무의줄기와는반대로땅을향하여솟아난다.

혹어느생태학자는돌기부분에솟아나는나뭇잎이있다며줄기라고주장하기도한다.

그러나실제유주는뿌리가기형적으로변한것이라고한다.

습한땅에서자라나는은행나무가많은공기를뿌리로흡입할수없어

일부러몸에만든뿌리,

그래서유주를공기중에숨쉬는이른바기근氣根이라고도한다.

‘살아있는화석’이라고도부르는은행나무는

자신이지닌독성으로인하여벌레가없는나무이다.

빙하시대를거치면서도살아남아있는나무,

불이나도잘타지않는단단하기이를데없는나무,

그러면서도더디기그지없어할아버지가심으면손자대나열매가열린다는

공손수라는별호를지닌느리고침착한나무,

그가만들어낸유주를바라보며살아남기위하여발상의전환을이룬

그놀라운창의력에경의를표하지않을수없다.

어느나무있어뿌리를공기중에그것도자신의가지위에만들어낼생각을했으랴,

유주는시간이지나면서뿌리가자라듯,

차츰자라난다.

어느지방에서는그것을남성의성기라고여겨아를낳지못한여인들이

그나무밑에치성을드리면아이를갖게된다는이야기도전해져온다.

그러나가만히보면여인네의가슴과도흡사하다.

하기는남성의거시기도생명을이어가는역사의현장이고

여성의가슴또한그러하니그차이가뭐랴?

삶이재미없을때마다숲으로가곤한다.

눈앞과땅만을바라보며살다가가장많이하늘을보게되는곳이바로숲이다.

나보다훨씬더오랜세월을살아왔을

그러나여전히청년처럼싱싱한복자기나무옆에가만히서있어보라

휘면서도곧고곧으면서도자유로워보이는갈참나무우듬지를바라보노라면

그가지나온오랜시간의향기가파동치듯느껴져온다.

햇살을향한고달픈짝사랑이빚어낸불균형한가지를보며인내를배우고

새로운형제를위해부러져나간자욱을보며희생을생각하지않을수없다.

시들고늙은몸의부활을보면서새로운부활을꿈꾸지않을수있으랴,

오월하순의광릉은참으로눈부시다.

고광나무향기꽃보다귀하게흩날리고

속은비어있지만초하의신부처럼화려하게성장한빈도리나무들을지나

사람적은관목원길가어디쯤에

생명을향하여전진하는은행나무한그루의연하게서있다.

2 Comments

  1. equus

    2011년 5월 19일 at 6:56 오전

    우리시골옛집에도커다란은행나무가서있었죠.가을-늦은태풍이몰아간다음날아침은온집안,장독대,지붕,샘가,텃밭,마당등노오란은행잎으로뒤덮혀지금도그환상적인광경이눈에선하게떠오릅니다.노란국화까지함께피어있는때면우리집은온통노랑색일색이었죠.
    올리브나무도오랜세월을산다고합니다.예수가이지상을걸어다닐때부터살고있다는올리브나무도있었죠.(하지만그것은낭설-)   

  2. 푸나무

    2011년 5월 20일 at 12:38 오전

    맞아요,온땅이노랗게변하죠.
    노란빛깔은
    혼자만노란게아니라
    주위조차약간누르스름하게물들여요.

    생강나무빛깔도
    산수유도

    내가아는어느아이는말을배울무렵
    노란색을

    놀란색으로발음하더군요.

    나는그아이가
    놀라운통찰력을지닌
    놀라운시인처럼보였어요.^^*

    노랑은놀라운색이지요.

    늦은태풍이휘몰아쳐간다음이라면….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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