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성군 보성읍 우산리 뒷동산에서

사라져가는길,풀과대나무가길을덮어간다

혼자여섯시간을운전하기도쉽지않고

해야할일도있고

엄마는혼자갈수있다며우기시고

마음속으로슬쩍,

차태워드리면총총하시니가실수있지않을까,

싶기도했지만

결국엄마를모시고가기로결정한것은순전히엄마의나이때문이다.

여든여섯,

그래,엄마를모시고보성가는것이앞으로몇번이나될까,

운전을하는데

얼마나졸음이오는지,

그때부터차안에서엄마랑고모랑찬송가를부르며달린다.

엄마랑고모는마구신나는듯노래가점점경쾌해진다.

최근들어가장많은찬송가를부른듯,

결정을아주잘했다!싶은생각이든다.

먼나라여행은다리때문에못하신다하더라도

차로하는여행이야하실수있으니

이것도여행은여행이지하며……

엄마랑거의평생을아래윗집에살던외삼촌,

그외삼촌은지능이약간낮은,

그러나천사와만나서살았던허삼랑혹은허금동삼촌의

일주기추도예배날이기도하고

엄마가뜬금없이아부지묘에를가보고싶다고하셨다.

작년가을에보성에다녀왔을때할일도많고

몸도아파서그냥와버렸는데그게하냥걸리신다는것이다.

느그아부지라믄백번도더왔을텐디아이고내가모질긴모질어야.’

천사아짐집에짐을풀어놓고

우리시간에맞추어서도착한언니내외랑

아부지묘엘갔다.

바로뒷산인데도빙돌아차를타고갈수있는데까지,

엄마를좀덜걷게하기위해서다.

할아부지묘옆에두분할머니계시고

그밑아부지묘옆에울엄마자리까지있다.

아부지안녕하셨어요?

혼자속으로인사를했지만

아부지어디거기계실까?

우리가바라고원하는곳에계시겠지.

엄마말씀으로는아부지가복이많아서진짜엄마는돌아가시고

정선금할머니같은엄마가새엄마로들어오셨다고했는데,

들리는바로아부지의친엄마는썩그리명민하질못했고,

새엄마는

하시라도화장실에서도밥을먹을수있을정도로한살림하셨다하니,

다른것은몰라도아부지를언제나큰아들로공경하신것은

어린우리들도알정도였으니

관계가분명하신분이시긴했다.

그할머니가재취로울할아버지색시로들어오게된이야기는

참거시기하기도하다.

지나가는중에게

할무니보리쌀한줌주었고

보리쌀대신그중은중얼거렸다.

‘시방지비남편하고같이살믄남편이죽으거시요.’

그래서결단력대단하신울할무니

금슬좋던남편을떠나집을나왔다.

친정집에서받아주지않아친척집을떠돌다

상처하고아들둘데리고혼자살고있던

울할아부를만나셨다고한다.

다똑같이돌보는데

울아부지낳아주신할머니묘에는

전라도말로뗏장이허물어져있다.

그리고그자리에상수리나무묘목들이제집인양자리하고있다.

풀과나무를아무리좋아하는나라도

할무니묘위에터잡고서있는나무들은좀징그러워보인다.

붉은흙이보이거나잔디아닌풀이돋아나있는무덤은

참볼성사납기그지없다.

뽑아라!

엄마명령에따라

고모엄마언니형부는상수리나무를열심히뽑지만

나는여전히그그룹에가면막내티실실내며

여기저기해찰하며카메라만들이대고있었다.

우리는맹감나무라고불렀다.

망개떡을만들어내는청미래덩굴의열매가정말이쁘고싱싱하다.

가을이면아주빨갛게익은열매는정말먹음직스러워보였다.

그러나맛만큼은맛이었다.

하다못해신맛조차없는,

아부지묘바로아래에는

지금도나어렸을때다녔던교회가기도원이되어그대로있다.

하긴중간에누군가가그자리에소를키우기도했었다고하지만.

어쩌면건물도사람처럼태생을쉬벗어나지못하는지도모른다.

정말요즈음의화려한교회에비하면

아무것도없던사각진벽돌건물안

의자와강대상외에는아무것도없던예배당,.

하지만성탄절이되면

금은박지몇장과색종이조금으로

이세상어떤화려한궁전보다더멋진곳으로변하곤했다.

세상의모든것들이발전을향하여간다는것은거짓이다.

사십여년전내가다녔던길은발전은커녕이미쇠락의길로들어서고있었다.

일년에몇번이나이길을밟고다닐까,

내가그길을걸을때만해도

붉은색황토가선명한두세사람은너끈히다닐만한길이었다.

그러나이제그길을사람이다니지않으니

푸나무들이차지하고있다.

내가막결혼을할때만해도아부지는

주먹만한밤을보내오시곤했다.

보성은감나무가썩그리잘되는지역이아님에도불구하고

단감도아주굵고달았다.

그러나이제손을타야자라던유실수들은

손을타지않을수록더욱좋아하는무수한야생의푸나무들에게

자리를내어주고있었다.

그렇다고흔적까지사라지지는않는다.

감나무순헛개나무순그아래쑥

아부지심어놓으신벚나무도감나무도밤나무헛개나무도새순을틔우고있었다.

특히감나무의새순은언제보아도감동이다.

초록이라고도연두라고도부를수없는꽃같은노란새순,

느지막히솟아나서그런지마치오월의햇살같은순이다.

형부는엄마를모시고차를타고반대쪽을돌아산으로오르고

우리는걸어서헛개나무쪽으로내려가기로한다.

불편한신발도신발이지만

사람의발자국없는산은밀림이다.

작년에엄마에게

솔솔용돈을벌어주었던헛개나무밭에무성하게쑥이자라나있었다.

칼이필요없는쑥캐기,아니쑥대궁자르기,

부드럽게툭툭분질러지는쑥대궁자르기는은근중독성이있었다.

쑥인절미를엄청좋아하는안오빠를위하여열심히쑥을잘랐다.

쑥대가하두부드러워서그냥그대롤삶으면되는줄알았더니

아무리부드러워도쑥대는질겨서안된단다.

끊어온쑥대궁에서쑥이파리만뜯어내고삶아내고

아이고맨날엄마가해주신쑥떡만먹고살다가

양이많은탓도있지만

캐고삶고씻어내는일이정말힘들었다.

먼지없는

공해없는

쑥이나헛개나뭇잎필요하시면

보성우리집뒷산에가시라.

4 Comments

  1. 보리

    2011년 5월 20일 at 9:57 오전

    인적은끊겨도풀과나무들의생명력은
    여전히왕성하군요.
    제고향은개발에떠밀리어예전의아름다움을
    찾을길없었답니다.아직도가끔꿈에서보는
    고향인데…

    마지막둥굴레꽃사진참이쁩니다.
    확실히봄은한국이빠르네요.
    비원에서는이제야새싹이한뼘길이로자랐는데
    보성에선꽃이조롱조롱달렸네요.
       

  2. Elliot

    2011년 5월 20일 at 8:03 오후

    어디선가들어봄직한구수한집안얘기네요….^^

       

  3. 푸나무

    2011년 5월 21일 at 1:19 오전

    저렇게이파리아래숨어피는꽃들이있어요.
    둥글레보다은방울은더속에숨어있고
    여름산속그늘진곳에많이피어오르는
    애기난초도고개를숙여야보이지요.

    저둥글레아부지묘옆에가득솟아나있었어요.
    보리님둥글레차드셔보셨어요?
    구수하기가일품이랍니다.   

  4. 푸나무

    2011년 5월 21일 at 1:21 오전

    엘리엇님
    할머니이야기는옛날이야기책에나나옴직한이야기지요.

    그래도참강단있으신분이다.
    생각이들어와요.
    지금살아게시면한번
    그때그런심정을진지하게물어보고싶은데
    …..
    보고싶으니
    묻고싶으나
    세상에계시질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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