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을자주하게되면서

매번‘침략’과‘지배’라는단어를사용하거나생각하게된다.

어느식당에가서든일단음식맛을보고난뒤괜찮네,

맛있네하고난뒤그맛이무슨맛인가를연구해보면맛은단세가지다.

‘단맛’과’짠맛’그리고‘조미료맛’

음식맛뿐이아니다이젠과일맛에서도

새콤한향기랄지도톨도톨한씹히는맛대신남는거라고는오직단맛뿐이다.

굳이푸드마일(foodmile)까지가지않더라도

지구반대편에서오는칠레산포도를어느누군들껄끄럽게생각하지않았으리,

그러나사람들은줄기차게수입해왔고한두번먹어본사람들은

그단맛에이끌려
레드글러브,청포도가칠레산인것조차이젠망각해가고있다.
요즈음참외나수박을먹으면서도그단맛에놀랄정도이다.
아마도머지않아‘설탕처럼달아’,에서‘음식처럼달아’로문장변환이
이루어질지도모른다.
담백한맛인六味까지는아니더라도기본적인五味를두루두루느끼면서
살때진정한맛을아는것이아닐까,

아마도지난해겨울
그러니깐,김장을하고난뒤김치에겨울맛이배어들어가는즈음이었울것이다.
새삼스럽게도김치가

참,아주,맛있다는생각이들었다.

언제는김치가안맛있었냐고?묻는다면달리이렇게대답을해볼까,
김장김치의맛은겨울의맛이다.
차가운겨울맛이김치속으로은근히배어들어가면서천천히삭혀낸다.
덥고습한온도가삭힌김치의맛이가볍고자극적이라면
차가움이오랫동안뭉근하게삭힌맛은무겁고진중하다는말이다.

사실겨울이익혀낸김치맛은참으로천차만별이다.
우리집만해도김장김치를우선은하루정도실온에둔다음
냉장고와김치냉장고에넣었는데

이김치들맛도다다르다는것이다.
물론용기에따라시간에따라달라지며
김치냉장고안에서조차속깊은곳에있는김치와
김치통주위에있는김치맛이다르다.
어쩌면자금내가이야기하는김치맛은
그주제어가‘김치’라기보다는

각각의“다름‘에있는지도모른다.

우리동네에서성업중인오리집엘가면무한리필되는
김치는아주맛이없지는않은데

詐欺量있는사람처럼언제나설렁거린다.
썩그리깊은맛도아니면서

김장김치의삭힌맛을아주잘흉내내고있는듯하여
오히려신뢰감이없어진다.

여름에가도겨울에가도그맛은별로다르지않다.
아마도주인장은아니라고손을내밀며아니라하겠지만
내심공장생산된중국산으로확신하고있는바이다.

한겨울에우연히김포에있는조그마한식당엘들어갔는데

이런저런요리보다
김치맛이얼마나좋은지,

다른많은반찬들은별로손대지않고
김치만네번이나청해서먹었다.
같이간지인역시옛날엄마가담아주신맛과똑같다며감탄에감탄을거듭한다.
식사를마치고나오면서‘김치가참맛있어요.하니
그식당은산자락아래에위치해있는데산쪽땅을파고묻은김치란다.
얼마후그김치가보고픈연인처럼새록거려다시찾았더니
왠걸그맛이전혀아니다.

아마도땅속에서내놓은지오래되었던지
아니면따뜻한날씨탓에땅속에서맛이변했으리,

생각하며암말도안하고나왔다.

어젠우연히파주법원리쪽에있는지인의집엘들렸다.
점심을먹고난후자운서원과가까운저수지엘산책하고돌아오는길에
어느후줄근한중국집을가리키면서자장면이아주유명한집이라고했다.
다들이구동성으로먹어보고잡다!!!해서다시나왔던집엘들어가고
이른저녁으로자장면을시켰다.
시엄마표물김치와친정엄마표김장김치를내놓는데
시엄마표물김치가정말물김치답게시원하고칼칼한것이맛있었다.
물김치를좋아하지않는다는한친구는한수저더먹어보더니
이맛이맛있는맛인가?

주인들리지않게작은소리로묻는다.
친정엄마표김장김치는김치냉장고의성능이좋은건지여름이지척인데도
얼마전에담은김치처럼아삭거리며시원했고무엇보다푹삭지않았으면서도
오랜세월을견뎌낸독특한맛이있었다.
자녀들생각하노라조미료는거의넣지않아

단맛도조미료맛도없는
그래서‘쌈박한맛’이없는
그러나진짜친정엄마스러운(?)김치맛,

어느불교에서는부처의설법내용을얕은것에서깊은것까지5단계로분류하였고
각각이오미에해당하도록교판(敎判)을짰다고하는데
아마도그가장얕은단계,

혹은얕은맛이단맛아닐까생각해본다.

인생의맛이란것도나이에비례해본다면
오십이넘었으니

이제五味를알며
六味인담백한맛도알아갈수있는나이가아닌가,

그러고보니이집저집가서김치맛을

이리저리공글리며
즐겨살피는것도
획일적으로지배당하는것에대한일말의두려움일지도,

아니면혹담백한맛을알아가는중인지도몰라.

사진은북한산자락사기막골에서찍은’으름덩굴’
수가적은암꽃은크고수가많은숫꽃은작다.
열매는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