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범 보다 이소라

사람들은평범하거나아름다운것들을좋아하지만참이상한도좋아한다.

살이꺼칠해지면서솜털이솟구치는소름도그중의하나이다.

오죽하면소름이란영화도있을까?

일반적으로소름은춥거나무섭거나징그러울때돋아나는것이다.

그런데잘부르는노래를들으면서돋아나는소름은어떻게해석해야하나,

잘부르는노래는추운건가?징그러운건가?무서운건가?

그러고보니

이소름이란단어상당히정신지향적인면이있다.

지난주<나도가수다>에서박정현이란째끄만여가수가노래를부를때

노래의곡조,한음한음뿐아니라

가사의부호들조차하늘로비상을하려는듯올올이살아움직였다.

,정말(무섭게)노래잘하네.

솜털이오소소돋아났다.돋아난솜털이(징그러워서)문지르며내리눌렀더니

(따뜻한기운이퍼지면서)소름이가라앉았다.^^*

이런참,

텔레비전프로를이렇게기다리다가본적이언제인줄모르겠다.

다섯시되기전부터엠비시틀어놓고기다렸으니,…

기다린보람만큼일곱명의노래잘하는가수들이나와서

자신이지닌최대의것들을무대에쏟아놨다.

최고로잘부르는가수들이최고의힘을쏟아부르는데

등수를매기는것자체가의미없는무대였다.

혼신을다해노래하는그들의모습은

노래의아름다움을넘어선영혼의감동이었다.

그가누구이든지간에설령일곱번째가되어탈락한다한들,

그는이미최고의가수이다.

그중에서도임재범

오죽하면이나이에임재범에게팬레터를써도될까?라는글을쓰며

임재범증후군(?)을다스렸을까?

그는무대에설때마다무대를압도하고방청객을압도하며

시청자까지거침없이압도했다.

소름처럼압도당하는것도기분좋다.

말하는목소리에도중후한무게가실려있지만

노래할때그의소리는맑은듯탁했고소스라치듯고요하기조차했다.

아주오래전에윤복희가불렀던여러분을부르는데

여러분이란노래를그가시작하자

순식간에딥블루의잔잔한바다가펼쳐졌다.

그는서슴없이자신의바다로투항하듯함몰해갔고

잠시후그가들어선그바다에는해일이일고

하얀파도가보이는가싶더니거대한쓰나미가몰아닥쳤다.

우리도그의뒤를따라무장해제되어

팔에돋은소름을껴안은채쓰나미속으로거침없이빨려들어갔다.

그는마치노래가아닌그자신,

단한번남은마지막게임에서자신을다아던져버린것처럼노래했다.

나도노래가아닌

노래라는탈을쓴어떤거대한존재

그존재가지닌깊은눈빛을맞바라보는느낌이었다.

이소라,

나가수에서처음본가수라고해도내겐그다지틀린이야기는아니다.

늦은밤시간에음악프로사회를보았다는것은알지만

한번도그프로를본적이없다.

물론이소라가불렀다는유명한노래도모른다.

나가수사회를보는데말이많지않다.

수선스러움도없고군더더기도없으며더불어과장도없다.

아주깔끔하다.

몇마디토옥톡침묵사이사이던지는말이아주쉬운단어로된단문인데

적절하기그지없다.

명징하기조차한다.

오호,저래서사회자로썼구나.싶어진다.

글로친다면

미사여구없는,

꼭필요한단어와꼭필요한형용사부사만이제자리에있는

전문가의세련된문장처럼여겨진다.

사실이소라목소리는내취향,

아니다.

그녀의목소리는스며드는듯한,

폭이넓어어디론가사라져버리는,

약간흐릿한안개같은느낌이있다.

그러니콕내안에와박히질않더라는이야기다.

다른사람들이온몸을틀며꼬며절규하듯피를토하듯노래를내보내는데

그녀는가만히앉아서살짝눈을감는걸로그녀의몸짓은끝난다.

그런데도

부를때마다그녀의노래어머!였다.

지난주도그녀의스타일과는전혀다른노래를

정말놀랍게소화시켜놀라웠지만

이번주에부른송창식의사랑이야!

깜박거리는눈커플탓인지,

어디를바라보는지알수없는듯한눈빛탓인지,

혹은그녀가게임광이라는소문이섞여선지

어딘가,

그녀,

약간정서적으로불안해보이기도한다.내눈에는,

그럼에도불구하고그녀

노래에서만큼은천재가아닌가,싶다.

이소라는노래하기전

노래처럼노래하고싶다는이야기를했다.

그리고실제로사랑이야!

정말과장없이섬세하게아니오히려

분출되려는감정을꼭꼭누르면서노래했다.

소름이돋지는않았지만

노래가지닌아름다움을느끼게하기에는절창이었다.

무엇보다그절제에서풍겨나오는노래의향기가

노래의격을더해

우아하기그지없었다.

지난번일본에쓰나미가덥쳤을때아주인상적인기사를봤다.

오랫동안바닷가에서어부일을하던사람들이

그들의선조가했던말,

즉쓰나미가닥치면동네안으로도망갈것이아니라

더욱먼바다로나가라는…….

몇몇의어부는그말대로쓰나미를피해가는것이아니라

오히려쓰나미를향해나아갔다.

거대한파도에배가위로푸욱치솟고떨어지고

다시치솟고다시떨어졌다.

그들은잠시후안온한먼바다위에떠있었고살아났다.

이소라나임재범,

그리고다른가수들도자신이지닌최고를보여주었다.

더불어

<나는가수다>라는프로를만들어가는사람들도

당연히최고가되어야한다고생각한다.

가수들에게서최고의다이아몬드를뽑아냈으면

그아름다운순도의물질을고급하게커팅할수있어야한다.

고급보석일수록디자인이단순해야한다는것을어디선가읽은적이있다.

이미충분히아름다운데거기에무엇을더하고싶은건가.

감동에겨워충분히울수있다.

나도소름에겹다못해눈물나려고했다.

그러나관중의눈물을여기저기삽입하며

모든시청자들에게

노래좋잖아요.그러니우세요.우시라구요.

라는

감정의호도까지는말았으면싶다.

시청자에대한예의가아니다.

설령나가수가조금부족한면이있다면

보충하기위해서떠는너스레라고이해할수있다.

그러나가수들의최고의노래만으로

나가수충분하다.

이번주나가수는

임재범보다는이소라쪽으로살짝더기울었다.

포효하는임재범보다

그저가만히노래하는

이소라가

무서운쓰나미를향해전진하는어부처럼보였다

3 Comments

  1. 이민경

    2011년 5월 24일 at 12:39 오후

    매우동감입니다.저는지난번경연에서는감동을관객에게강요하지않고도감동의폭풍을가져다준이소라가최고였다고생각했습니다.   

  2. 해맑음이

    2011년 5월 25일 at 5:44 오전

    보아의’NO1’을편곡해서불렀던그날의이소라….
    정말의외였고,그렇게도편곡이가능하구나!!싶을정도로
    이소라만의느낌을살려너무잘불렀던느낌이들었어요.
    지금까지도잊혀지지않구요^^

    저는박정현의신선함과새로움과독특한보이스가
    너무좋던데요.매력적이구요^^
    그녀만의새로운음악적시도….
    다양함과또다른모습을볼수있어서너무너무좋아요^^   

  3. mutter

    2012년 9월 12일 at 3:54 오후

    임재범의노래를좋아했어요.
    임재범의삶은좋아하지않았어요.
    십년도넝은어느날분당어느카페에서임재범이노래를불렀지요.
    남편이
    "아내가팬입니다"
    그렇게말하자임재범은눈을깜빡하는걸로대답했지요.
    그의절규하는듯한노래.그리고노랫말.
    그의괴팍한성격이싫으면서도그의노래는가슴을파고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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