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사시대 사랑 이야기

선사시대사랑이야기 저자 알베르토모라비아 출판사 열림원(2006년03월13일) 카테고리 국내도서>소설

과연,
이야기를‘하고싶어’하는욕망과이야기를‘듣고싶어’하는욕망은
죽음과맞닿아있을까,
임금님귀이야기를하고싶어죽을병에걸리는복두장이는
절절한그증좌일까,세혜라쟈데도.
김현선생은왜소설을읽는가?라는선문답
(잘알수없는질문을나는선문답으로표시하는경향이있다)의글에서
그렇게적고있다.

더불어소설은가장재미있게

살만한세상인가,아닌가?를
반성케한다고도기록한다.
(원래글에는세계라고되어있지만나는세상이라고읽었다.)

선사시대사랑이야기는이탈리아의문학의거장알베르토모라비아의글.

그가일흔넘어쓴어른을위한동화이다.
얼른제목만보면고답적인사랑의기록인가싶지만웬걸,
‘질투’와‘어리석음’그리고‘순수’라는아주생래적인사람의감정들이
가장멋지게어울리는동물의옷을입고우아한발레를추고있다.

물론우아한발레는본인(동물)의생각이고

보는관객들은전혀우아하지않는그모습에
오히려그렇지,그렇구나,

공감의미소뿐아니라매우시니컬한자조적인미소까지
자신도모르는사이자주내뱉게되는드문경험을하게된다.

이야기는십억년전에서시작된다.
아,전지전능(?)한작가만이창조해낼수있는무한대의시간이

이책에서는아무때나무시로등장한다.

그대목에서작가도쾌감을느끼겠지만보는이도갑자기유쾌해진다.
생각해보라

기껏해야겨우백여년을사는좀(벽어壁魚)만한사람이

십억년이십억년을
거침없이이야기할뿐아니라

무한대의과거로돌아가서

그시대의인생,
아니동물들이하는좀(벽어壁魚)만한행위를유심히바라볼수있다는
유쾌함,단호함,그리고일말의슬픔이라니,

자이레의숲에서살던지혜로운고릴라가아들인고릴라에게죽음을느끼면서말한다.
“난평생힘들게노력하며살아왔지만네게남겨줄게아무것도없구나.
정직한자의운명이란이와같은거란다.아무것도물려주지못하는대신,
네게한가지충고를해주도록하마,

네가인생에서행복을찾고싶거든,흐름을타도록해라,
명심하거라어떤경우에도흐름을타야한다는것을…..”

이환상우화의소제목이‘흐름에따라’이다.
아들고릴라가묻는다.
“흐름을탄다는것은무슨말이예요?”
아버지고릴라대답하신다.
“대다수의편에,그러니까더많은수의편에서는것을말한다.”

물론아버지고릴라를보며우리는대다수의우리네아버지를당연떠올리게된다.
평생을고생하지만그말년까지도그저그렇게,
그냥가난하고척박한삶을살아오신우리의아버지.
그러나이아버지고릴라는자신의인생을뒤돌아보며매우쓰라린감정을느낀다.
죽음앞에서서회한은자심하며

정직하게살아왔던고릴라생은아무런의미나가치가없어보인다.

아마도그는가난을즐기며

그래서가난보다는문학일지,하늘일지별일지잠자리일지,
혹은삶의가치일지

이런특수한분야에시선을돌릴지적재간이없었거나
사실누구에게나공평하게분배되는삶이라는

외롭고지난한예술이지닌극진한외로움을
통찰해낼능력이없었던탓일게다.

그러니어느부분매우단순했을것이고
이단순함은아들고릴라에게서도선명하게발견된다.

그는아버지고릴라의유언을평생의잠언으로간직한다.
그리고여기저기흐름을좇아유리하기시작한다.
거기흐름이있나요?

당신도흐름을따라사나요?
사람들의고개짓에(어디서부턴가갑자기사람이등장한다.)따라
그의고릴라생은여기저기로흐르기시작한다.

그리고흐름에열심히따른그의생은
결국동물원에서막을내리게된다.

흐름을따라떠나는아들고릴라는옷감을원하던엄마에게편지를쓴다.
그마지막구절은이렇다.

‘강물의흐름을역행해서가다가우리에갇혔어요.’

이런,이런,

이대목에서수우숙솟아나는셀길없는갈래들,

옥수수수염같은것들좀봐.

김현선생은반성의채칙이라고소설읽는시간을피력하셨지만
혹시소설을읽는다는것은옥수수수염같은인생의갈래를

약간씩묶어가며이손저손에걸쳐가며
머리따는것처럼채곡채곡정리하는작업이아닐까,

어릴때,

자고일어난딸아이의부수수한머리를가느다란빗으로정리하여묶거나묶은뒤
여기저기모양을내어촘촘히따아내리면그형태에의해아이는
전혀다른모습으로변하곤했다.

물론변화하는모습도즐거움이었지만
그정리된느낌이좋아딸아이머리만지는일은

내겐즐겁고유쾌한일이었다.

옥수수수염처럼더부룩한인생의갈래들도
책이라는혹은글이라는더불어풍성한상상력을지닌부담없는벗을통하여
(아무때나무시로불러낼수있는벗)

인생을만나게되면서슴없이가느다란빗을들게되고
여기저기가닥을내며정리에들어가기가쉽다는말이다.

마치목걸이걸개를눈앞에서한번걸어보고

목뒤로가져가그대로하면아주잘걸어지듯이…….

그익숙한손결로

내머리도만지게되고

답없는인생길조금정리가된다고나할까,

그러니까,아들고릴라가배운것은

(모든정직하면서도소소한것들은차치하고)
아버지도믿어서는안된다.일텐데,
그는아버지말씀을안따라서라고이해해버린다.

그렇다면비극도없을듯하다.
사실모든비극은원망에서비롯되질않는가,

오월의숲ㅡ북한산초등학교입구와북한산내시묘역길중에서
햇살과그늘이공존하는나무우거진길

비록(?)내가찍은사진이지만마음에든다

2 Comments

  1. 해맑음이

    2011년 5월 27일 at 6:13 오전

    행복해지려면흐름을타라……
    아빠고릴라와아이고릴라를보니,
    조금은아주조금은씁쓸해지는이유는뭘까요?
    흐름을탄다….시류를쫒아다수가가는길로따라나서는
    흐름……이흐름이과연나를행복하게해줄까싶기도하구요.
    많은사람들에게통용되는시류일뿐나를위한흐름은아닌것같기도하구요…

    행복해지고싶다면…..그흐름속에서어쩌면또다른방식으로
    즐기는나…..아닌가싶기도하네요^^   

  2. equus

    2011년 6월 2일 at 6:02 오전

    사진도제법(?)잘찍는군요!

    정직한자의운명이라기보다는약아빠지지못한자의운명이었을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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