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의만남도사람의그것처럼제법인연이지싶다.
국민의품(?)으로돌아온북악,
그품안의북악을보고싶다는생각만하며
움직이지못했는데딸아이가서울성곽을탐방하고레포트를써야한다며
북악을가자고권한다.
잘됐다.
나도가보고싶었는데.
대답은쉽게했는데미루고미루다가
오늘은꼭가야한다는채근에드디어어제실행을했다.
마음같아서는거실창으로피어오르는넝쿨장미몇송이와
눈마주치며책이나읽으면
딱좋으련만,
오렌지까서먹기좋게담고둥글레끓여얼린물과샌드위치를배낭에넣는다.
나는산을좋아하기보다는숲을좋아한다.
산과숲이어떻게다르냐고누군가가내게묻는다면
나는이렇게대답할것이다.
산은올라가야할길이라면숲은정적인茶室이다.
산은가족을이끌고전진하며나아가는아부지라면
숲은쉬게하는엄마다.
산은거시적이나숲은미시적이다.
산이인생이라면
숲은쉴수있는종교가아닐까,
그래서딸아이에게도미리말했다.
‘나는카메라와함께숲탐방을할예정이니니도엄마스텝에맞추도록해라.
나는산엘온것이아니라숲에왔으니,.’
하기는딸아이도운동과는거리가한참머니속도에신경쓸일은아닐지도모른다.
홍연사를지나탐방로를들어서니숲이제법이다.
울창한숲그늘사이로새어들어오는
오월의눈부신햇살,
그햇살아래찬연히빛나는연록의이파리들,
갓난아이손같은작은잎새위에서어우러지는빛과그림자의향연,
그섬세한빛의요정들은
금새마음에가득차있던세상의찌끼들을몰아내버린다.
그래,
이런아름다운세상에살고있다는것만으로도충분하다.
감사하다.
행복하다.
한참숲이주는분위기에젖어들고있는데날카로운크랙슨소리가귀에들어온다.
그리고몇발자욱뒤우리앞에떠억나서는커다란길,
세차게달리는차,차들,
깊은숲에라도들어선것같았던마음이면구스럽기그지없다.
삼청각입구가바로길건너에버티고서있고그곁에탐방로표시가되어있다.
도대체한참을서있어도달리는차들은조금도틈을주지않는다.
그래서우리모녀는할수없이
유치원아이들처럼손을들고서야길을건널수가있었다.
들어야할손이없는산속에사는수많은동물들은이길을어떻게건넬까를생각하며.
서울성곽이보였다.
성벽을오른쪽에두고천천히걷기시작했다.
드문드문아카시아향기가다가오는데,
오,저깊은향기가지닌청결함이여!
자연의향은사람의보이지않는속을
소쇄시키는힘을지니고있다는
오만에가까운나만의평설을새삼다짐하는시간이었다.
하여아카시아향을더깊이더깊이흡입하며걸었다.
도성을방어할목적으로태조가지었다는성곽은
누군가의침범을막겠다는의도보다는
나지막한그모습은오히려친근하기그지없다.
성곽이라기보다는구별이나한계같은,
비석놀이할때의금처럼여겨졌다고나할까,
실제임진왜란에서도성곽다운제구실을못하여
오히려성한모습대로남을수있었다고
하니평화로운자의말로(?)를보는듯도하다.
사적제10호인서울성곽은세차례의보수를거쳤다고한다.
태조5년시절에는큰메주만한크기의자연석을다듬어쌓았고
그후세종4년에는장방형돌을기본으로돌사이사이에작은돌을끼어넣는방법,
그리고숙종30년보수공사때는정사각형에가까운석재를규격화하여
튼튼하게쌓았다고한다.
그러고보니우리가보는성곽의태반은
바로이장정4명이들수있는무게의석재가
쌓여진탑이었다.
그러나백악마루를지나다시되돌아오는길에숙정문곁에서
약778년전의사람들이쌓아올린성벽을발견할수있었다.
아름다운벽화였다.
수많은사람들이어디에선가이돌들을적절한필요에
의한안목으로골랐을것이고누군가가땀을흘리며이높은산까지이고지고올라온,
땀가득배인돌들에서다시여러사람의손과눈을거쳐
저자리를차지하게되었을것이다.
수많은사람의땀과얼이배인강인한야생의예술작품!
기억되지않는자들의한과
설령기억된다하더라도무의미한삶의가락소리가
저절로들려오는듯했다.
슬프고아름답고귀한일이었다.
그래서슬프고아름답고귀한작품이었다.
그앞에서한참을서성거리지않을수없었다.
돌틈사이아주작은자리만있어도
뿌리를내리고한껏피어오르는노오란씀바귀와양지꽃도나를바라고있었다.
오월이지닌밝고환한햇살과대비된
그아래의그늘처럼
삶의정한이선명해지는시간이었다.
equus
2011년 6월 2일 at 5:51 오전
‘갓난아이손같은작은잎새위에서어우러지는빛과그림자의향연’을보고감동할줄아는분이또한분계시군요.새삼반갑습니다.이런아름다운세상에살고있는것만으로도충분합니다!나또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