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안부

먼곳으로이사를가버린젊은여인이어제전화를해왔더군요.

딸이셋인데아직도설흔여섯이니빛나는청춘입니다.

그런데도참어려운삶을살아가고있습니다.

남편이사업이라는빌미하에가정을떠난지가벌써십년이흘렀으니,

몇년이흘러도얼굴도볼수없고

세아이들을그에게내주자니자신이받은상처를그대로아이들이

받을것같아서차마그리하지도못합니다.

자신이원하는것은아주작은거랍니다.

저녁먹고가끔산책을하면서아이들에관한,

신앙에관한이런저런이야기하는것,

그런교감,

그게너무큰거냐고제게묻습니다.

아니아니그냥니가큰사람인갑다.

그러니그렇게잘버티는거지.

근데그런상황을젤로잘이기는방법중에하나가

쇼오펜하워방법인데매우유치한,

니보다더못한사람바라보는것인데……

혹시있느냐?

아,있지요.어떤사람은월급도안준대요.그보다는낫지요?.

호오,월급이라도주니그나마다행이긴하네,

자기인생이하루살이랍니다.

오늘하루버티면된다.하는거래요.

힘들고짜증날때는

날씨도도움이되고하늘도도움이되더라.

심호흡도한번씩하고

나무를연인으로삼아보렴.

나뭇잎사이로비쳐오는일렁이는햇살도제법도움이되더라만,

그녀의상한마음이

내상함과는전혀다른것이라내방법이그녀에게맞을리가있나요.

그저그녀말에맞장구를치는수밖에요.

그래니참대단하다.

이것은진심인데

니가나보다훨씬더큰사람이라,

굳이애먼글먼이야기해보자면인생사글더라.

해매는것같아도도대체길이안보이는것같아도

헤매다보면길중턱쯤혹은잘하면봉우리하나는넘어섰을것이라,

봉우리올라선다한들,대술까요.

그래대수아니야,아니고말고!

단지조금더환하니‘정리’가된다고나할까,

내가니보다조금더살았으니하는이야기다만,

인생,그것별거아니더라,

살아보니그래,

정리만조금돼도그것괜찮지,

정말고통이란나누어질수있는사물이아니라는생각이듭니다.

그래너를이해한다.

충분히이해하고말고,

그리고정말이해를합니다.

가슴도아프구요.

하지만아무리나의가슴이아프다할지라도

그녀의고통이덜어질수있겠냐는거지요.

이렇게긴시간을

결혼을했지만

결혼생활이아닌세월을살고보니

사람의중심이란것이얼마나중요한지이제야알겠다는겁니다.

인생에무슨답이있겠습니까,

저는그냥이야기하고나는그냥듣고

그런과정일뿐이지요.

그렇게흘러가는것,

사실인생사가시험문제라면얼마나좋겠습니까,

답이있으니설령아무리어렵다하드래도말이지요.

그런데이넘의인생사는더하기도빼기도아니고나누기도곱셈도아니고

그렇다고암기과목은더더군다나아니니

추론가능한철학도참인생사앞에서는조족지혈이구말이지요.

그러니답이어디가있답니까,

굳이답이라친다면그냥견디는것,

이게최선의답이지요.

************

푸른안부/유순예

스무살그녀를꼬득이던스물다섯의청년에게서전화가왔다.

여그전주거시긴디요유순예씨맞는가요?호적부뒤적거려서

수년전에찾아냈는디손가락이떨려서이제야전화를했네요

아침밥해서애들둘학교에보내고큰놈은대학생이되어타지로나가고

마누라몸이성치않아안팎일하느라머리가희끗희끗헌디,그동안

어떻게살았는가요?,이녁은

마흔둘시를쓰던그녀가마흔일곱공무중이라는그에게대답했다

비오는날이면계집아이로거슬러올라가토란잎따서머리에쓰고

눈오는날이면창밖을내다보며식은커피잔을만지작거리고

오늘처럼바람부는날이면그바람따라흔들리며살았다,왜!

***************

변함없는,

아무것도바꿀길없는중년의한나날이

선명하게그려집니다.

왜!

속에는

바꿀수없는시간에대한자조랄까,

혹은안심도어려있습니다.

어제그젊은여인에게그랬습니다.

젊음도좋지만늙음도괘않더라.

훨씬더조용할수있거든,

체념이주는평안함이있거든.

가슴은설레거나뛰지않아도바라볼수있는마음은좀생겨있거든,

그약간이.

아주조금이제법인생을관조할수있게만들거든.

언니라,

조금더오래산사람이라

제법도사처럼말을해도

마음속으로는

‘니가나보담더도사야’했습니다.

내가격어보지못한고통을그녀는슬기롭게잘극복해가고있으니말입니다.

세상의고통을위하여.

그고통을인내하는고통보다더강해서

그리하여더멋진사람을위하여………

아,오늘여기저기문을열어놓았더니

바람흥왕하군요.

좋은날입니다.

그래서나도누군가에게

푸른안부를묻고싶은시간이기도합니다.

삼천사에서사모바위가는길,

그길에서만난국수나무꽃,

사모바위에서바라본비봉

2 Comments

  1. 옛멋

    2011년 5월 31일 at 11:18 오후

    서른여섯이빛나는청춘이라는게이젠이해가갑니다^^
    아직도저도푸른청춘이라고우기면서마라송을합니다.
       

  2. equus

    2011년 6월 2일 at 5:52 오전

    안타까운이야기이군요.어떻게할수가없을까?쬐~끔더편안세상을위하여…?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