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저물 무렵 찾아오는 귀신











그리움의그림자/정현종

형체있는건형체없는것의그림자
소리있는건소리없는것의그림자
색있는건색없는것의그림자

그렇다면?
보이는건보이지않는것의그림자
들리는건안들리는것의그림자

그리움의그림자
있지만없고없지만있는
아그리움의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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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든다는것은배면을보는눈이깊어지는것아닐까,싶습니다.
그러니어느면나이가들어간다는것은
우리모두시인이되어간다는일이기도할겝니다.
보세요,
저시인
그림자를전혀다르게바라보질않습니까,
어둠속에감추인그림자를
오히려어느밝은형상이그리할수없을정도로
선명하게보는것,
그곁에서서그가읖조리는시로또다른
삶의행간을바라봅니다.

그제해저물무렵,
이때가문제입니다.해가설핏저물무렵
내게는알지못할귀신이찾아든다니깐요.
연애도사랑도헐겁지못한마음탓에깊이나누질못했는데
이제나이라는세월속에깃든마스터키가내손에쥐어진겁니다.
하루내내빙글빙글검지손가락에키를걸고만지작거리다가혹은돌리다가
해저물녘이면그헐겁지못한마음의빚장에슬그머니살짝꽃습니다.
찰칵,하는명료한소리가나며마음이열리고
물론그귀신은지가시켜놓고지옆에서웃고있지요.

사징기들고십여분차를몰아호수공원으로갑니다.
나는그귀신이시키는대로장미원에갇혔습니다.


그저아담하게키우려고혹은보기좋은서양공원들처럼만들려고
올망졸망다듬어버린장미들,그냥자라나는대로자연스럽게두면더좋을텐데.
그러다가라이너마리아릴케처럼가시에찔려보기도하면서말이지요.

하여간내가원하는장미원은아닐지라도
어떻습니까,.
해저물녘인데요,
유월인데요,
훈풍
가슴속으로스며들어오는데요.,

이장미밭옆에서사진을찍고있을때였어요.




아주젊고이쁜부부가와서서더니여자가말하기시작합니다.
아난이장미빛이제일좋아,
이연핑크,희지도분홍적이지도않는이빛,
다음에내정원에는이장미만가득가득심을거야.

남편목소리는들려오질않더군요.
그렇게젊은부부가사라지고
모녀가다가오더니말합니다.
무슨장미가이런데?
희지도않고분홍도아니고,약간썩은빛깔같다.그치?
글쎄그러네,이런걸왜심었데?

한여인이열심히장미를들여다본사이에
두세상이그것도너무나상이하게다른삶들이스쳐지나갔습니다.
아주짧은시간이었는데요.









장미원정경입니다.

































이사진과글은작년?이무렵쓴글입니다.

2 Comments

  1. 보리

    2011년 6월 2일 at 6:51 오후

    푸나무님일산에사시는가봅니다.
    저도후배집에머물면서호수공원안의
    장미원가보았답니다.딱이무렵이었네요.

    저는해가막지고난다음땅거미지는시간이좋아요.
    서쪽하늘은아직붉고반대쪽하늘은푸른어둠이지만
    사물을뚜렷하게ㅜ구분하기는힘든개와늑대의시간…
    각별하죠.ㅎㅎㅎ

    미래에만들제장미밭이름은
    수유리랍니다.수유리장미원의수유리지요.
    어린시절할머니손잡고서울고모집에갈때
    기차타고열두시간,서울역앞에서다시버스타고
    한시간반쯤걸려가야하는목적지가수유리장미원~~
    그런데장미를본적은없어요.ㅎㅎㅎ

       

  2. 해맑음이

    2011년 6월 3일 at 1:04 오전

    어슴름해질무렵,
    내그림자의이면의다른그림자인
    귀신이어스름하게찾아오든말든
    장미원의장미를넋을잃고바라봅니다.
    이아침에^^

    새초롬한노란장미든,붉은정열의장미든,순백의장미든,
    전혀이것도저것도아닌물들임이맹한희긋무리한장미든…
    살아피어있는봄5,6월의싱그런장미는다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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