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 장미 붉은 장미

한소년이장미를보았다,
들에핀장미꽃.
너무도싱싱하고해맑아
소년은가까이보려고달려갔다.
기쁨에겨워바라보았다.
장미,장미,붉은장미,
들에핀장미꽃.

소년이말했다:널꺾을테야,
들에핀장미꽃!
장미가말했다:널찌를테야,
나를영원히잊지못하도록.
난고통받지않을거야.
장미,장미,붉은장미,
들에핀장미꽃.

거친소년은꺾고말았다,
들에핀장미꽃.
장미는자신을방어하며찔렀다.
하지만외침소리도소용없이
고통을받아야만했다.
장미,장미,붉은장미,
들에핀장미꽃.

괴테의시다.

베르너가곡을붙인들장미.

그러나내가배운노래는조금다르다

웬아이가보았네들에핀장미화갓피어난어여쁜그향기에반해서

정신없이보네장미화야장미화..들에핀장미화

이즈음산길을걸으며아무도없을때마다.

이노래를불러댄다.

어젠산길모퉁이길돌다가갑자기사람이나타나서민망했다.

한국남성합창단정기연주회에다녀온후의일이다.

아마추어합창단이예술의전당에서공연을한다기에속으로좀놀랐다.

팸플릿을보니창단53주년기념이라는데

아니그렇다면내가태어나서누워만있을무렵아닌가?

팸플릿도웬만큼비싼도록처럼두껍다.

엄청난협찬을받는다는이야기렸다.

지인들과같이식사를하기위해일찍갔는데도벌써예당마당은들떠있다.

손님이많다는이야기다.

하긴합창단원의가족들만해도엄청날것이다.

프로그램을보니제목이로맨틱하다.

서창,

영의노래,

사랑의노래,

우리의노래,

진혼시나위와

사물……

인터미션전의합창들은조금지루했다.

프로와아마추어의차이는연주하는사람에게도있지만

연주를듣는청중에게도존재한다.

비싼돈을주고가고싶던연주회에간다면

이미마음은활짝열린상태이다.

그러니순식간에흠뻑젖을수있지만

아마추어들에게는들어준다는의식이있어얼른마음이허물어지지않는다.

(물론그지인은5만원이나주고표를구했다고했지만내돈이아니라^^*)

긴장한아마추어와그긴장을에민하게느끼는청자의벽도있고,

인터미션이지나고우리가곡을부르는데

,좋았다.

좋다라는형용사는무수한뜻을내포하고있다.

가령음악회에서좋다는것은교감의강을건넜다는이야기가되고.

연주자와청중이어던접점에서만났다는뜻도된다.

진혼시나위가펼쳐지기전.

지휘자선생이마이크를쥐고몇말씀하셨다.

진혼시나위는이종구선생이<남성합창단을>위해작곡한곡이라는것과

진혼시나위는우리나라레퀴엠으로생각하면된다는아주간결한말씀,

*시나위는남도지방의무악으로굿에뿌리를둔기악합주를말한다.

무녀가육자배기토리로된무가를부르면

악기는저마다허튼가락을대선률로연주하여다성적효과를내는데

이같은선율진행과장단은즉흥으로연주된다.

이초혼제는호국영령들을그리며그들의고혼을위로하고

슬픔에잠겨있는이를위로하는해원의노래이다(팸플릿참고)

비교적단조로운음률속에서남성들의굵고강한목소리가울려펴졌다.

남성합창단의연주중최상의에너지가표출되었다.

단순한가사의반복은시적리듬을지나묘하게영적이다

단조로운곡의반복역시영혼을두드리는노크소리같다.

육십여명남성들의속을울려낸목소리는

공간을울리고

사람들의속까지거침없이울려대며퍼져간다.

,

레퀴엠이사람의죽음앞에서

유한한인생살이를떠나

본향으로떠나는영혼에게이별을고하며

그들이가는길을밝혀주는등불같은거라면

남성합창단의진혼시나위는죽음을한발짝도떠나지않고직시하는듯한,

죽음앞에선사람들과같이슬퍼하는,

그래서너무나인간적인…….

음악이었다.

구음시나위에서아쟁의소리는가느다란해금의소리와

겹치듯멀어지며다가서는듯이별을고하다가

사람의목소리와함께하는순간

공간어디선가아폴로의전차가나타났다.

우리는거침없이이탑승했고

전차는빛의속도처럼새로운세계로비상했다.

장구북징쾡가리등네가지이등장한피날레곡사물은

신나고흥겹고즐거웠다.

더불어행복하게까지만들었다.

끝났나했더니마지막무대에

일본합창단한국남성합창단보다이십여살더드신(?)대표몇분이올라섰다.

예정대로라면유월하순경일본연주를함께했어야하는데

쓰나미때문에취소되었다고,

인사를하기위해올라왔나했더니

그분들이합창단맨앞에줄을맞춰섰다

그리고들장미를불렀다.

일절은일본어로이절은한국어로삼절은독일어로……..

들장미이노래얼마나서정적이며너무서정적이라오히려

가냘프기까지한노래아닌가,

일본할아버지몇분이섞이고맨앞줄에서있던합창단원들이

자연스레그들과섞이어섰다.

두번째세번째네번째줄은자리를그대로지켰고

섞인모습은자유로워보엿고

자리를지킨이들은절도가있어보였다.

그마지막무대의모습이내겐남성합창단의강한자신감처럼

세련된인문학처럼여겨졌다.

그리고울려퍼지던들장미………

사람을초월하는노래의힘을모습을바라보던시간이었다..

사족이긴한데

괴테의들장미는

파괴에대한이야기다.

아름다워소유하려고하니

결국파괴되었고

아무도향유할수없는아름다움에대한이야기

그러니괴테는들장미를통해자신의회한을바라보고있다.

사진은엄마랑고모랑나들이나갔던유월광릉에서찍었다.

수많은대포를거느린아저씨들은

새한마리를보기위하여저렇게기다리고있었다.

그들이바라보려하는새보다나는그들이더흥미로웠다.^^*

2 Comments

  1. 4me

    2011년 6월 9일 at 6:45 오전

    아무리유명한명시여도
    시어를바꿈으로서국적이달라지면
    왠지어색하고민망하다는생각이여기서도드네요.
    괴테의시는그야말로위대한시가되겠지만
    널찌를테야…ㅎㅎㅎ
    시가갑자기조금코믹해집니다.
    정서라는것이그래서소중한가봅니다.

    좋은음악회를다녀오셨네요.
    저도한번쯤끼어들고싶도록매력적으로보입니다.
    푸나무님의묘한매력에빠져들어오늘도
    푸른나무잎새랑짙은이야기들들으며행복했습니다.

    기분좋은유월되세요.
       

  2. 푸나무

    2011년 6월 10일 at 8:48 오전

    그러고보니정말그렇습니다.
    나보담훨신더눈밝으신분이세요.

    전기분좋은유월
    님께서는행복한유월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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