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에읽은,
아마도숲에관한책이었을것이다.
뿌리가뽑혀죽어있는나무,
그나무가오랜세월을지나면서점점썩어가
가볍게스치기만해도금방가루가되어
무너질것같은나무사진한장이실려있었다.
그러나아직은여전히나무라는듯이의연한모습으로,
숲을사랑하는저자는사진의그장면앞에서눈물이났다고적었다.
눈물이란단어앞에서서야
나는조금쯤그나무를헤아릴수있었다.
살아있는그어떤존재보다도더욱역동적인모습으로죽어가는나무사진,
살아서서서,죽어서누워서,
얼마나긴세월수많은것들의벗이되어주다가
여전히지금도벗인채로,
하여
더욱완전한벗이되기위하여땅으로소멸해가는나무.
그나무가평생누군가를위해했을많은일들을생각해보았다.
흙化되어가는나무의모습을찍은너무담담하고너무조촐한사진,
지극히평범한사진한장이주는감흥은내안에서참오래갔다.
마치소멸에대한비밀한자락을엿본것같다고나할까,
사실나무에게는
삶과죽음그자체가없는지도모른다.
삶도여행이고죽음도여행인나무의생애.
어느날씨앗에서싹이자라나거나,
뿌리에서새움이돋아땅위로의여행을시작하고
다시익숙한땅아래로향하는일,
본향가는길말이다.
나무는땅위에서도
땅아래서도그저깊은사유를지닌선비처럼의연하기만한데
그게삶이라고,
혹은죽음이라고굳이가닥짓고나누고분별하고,분석해야만
직성이풀리는사람의그릇된시선은졸갑스러운깨춤아닌가말이다.
여기‘시인을꿈꾸는나무’가있다.
‘남을위한죽음이란바로나무의죽음이다’라고선언하는,
(사실나무는죽음과항상동행한다.
하얀목질은생명을의미하고붉은목질은죽음을의미한다.
그둘은나무안에사이좋게동거한다.)
이름:플라타너스
나이:200살약간넘음
특성:매우섬세하고매우지적이며또한감성적이라
굳이별호를붙인다면짝사랑의명수!
어느여름날축제일오후ㅡ반세기전,ㅡ하얀린네르원피스를입은어린소녀가
나무가지에달린그네로다가온다.
‘진주알두줄’이라고부르는것이어울릴하얀이.
하얀옷,그네위의다소곳한자태,
오늘날처럼비웃음이만연한,
눈부시게아름다운
흰색을상실해버린이들에게되살려주고싶은기억이다.
다른아이들처럼이파리를쭉꺽는것이아니라잎을가만히들여다본다.
잎의뒷면은나무의손바닥이다.
그러니시인이되고픈이나무는
그녀가자신의운명을읽고자한다고생각한다.
생명선,행운선,두뇌선,감정선,
꼬마아가씨빨리읽어줘,
그아이는엄마의부르는소리에달려가버린다.
木生과人生의친밀한동거속에서저절로미소가흘러나온다.
뻐꾸기와의헌신적인사랑의이야기도흥미롭다.
바람둥이뻐꾸기,다른곳을꿈꾸는뻐꾸기,나무에별관심이없는뻐꾸기
그러나나무는뻐꾸기에게넋을빼앗긴다.
나무가새에게열중하다니,
준엄한떡갈나무의호령도귀에들어오지않는다.
한곳에머물수밖에없는이의고달픈사랑,
그리고모든사랑이그러하듯이사랑도배신으로끝난다.
아득한그리움만남기고,
저기저과수원에서자라나는배는모두여자의젖무덤처럼만져진다.
시인을꿈꾸는나무는
배나무가저런행복감을맛보기위해서키높이를얼마나줄여야하며
가지는얼마나쳐내야하는가를생각한다.
나무는자신이마치낙태를한뒤요람앞에선독신여성같다고생각한다.
식물의세계를무대위의오페라로연출하기도한다.
자신은무대전면에있지않은누런황토색으로노래하는합창대,
시인을꿈꾸는나무는시를쓰는것외에도결국사람을증오하기에이르른다.
오랫동안그와대등한위치에서서로를지켜보았던집과정원이사라지게되고.
나무는적어도권태스러운살롱의의자따위로생을마감하고싶지는않다고생각한다.
다행히그는자리를옮겨사거리로터리에서작은꽃들에게둘러쌓여있다.
그래도그는전문가에게의뢰한죽음의나무’만치닐’을기다리고있다.
자신이하지못한죽음의복수를대신해줄것을기대하면서,
‘시인을꿈꾸는나무’는미셀뤼노의작품이다.
실제작가의정원에는이글의주인공이된플라타너스가살고있다고한다.
오랜시간바라보면서사랑하게되고자신도모르게플라타너스가되어
세상을바라보게되었다고,
미쉘뤼노는이글속에서스스로나무가되어
사람을바라보며
세상을바라보며
무엇보다자신을깊게사유한다.
드문드문미소짓게하고드문드문창밖을하염없이바라보게하는책,
읽다가도아까워서일부러한챕터만읽고밀쳐두는책,
팔년전에번역된이책은잘팔리지않아서절판되어버린책이다.
찾아도없길래
출판사에전화하면서너무나좋은책인데…..했더니
그말한마디에눈물이난다고했다.
그랬는데
이책다시검색해보니교보문고에있다.
그래서네권샀다.
이다음달독서클럽책으로하려고
사기싫으신분은
동네도서관에가서찾아보시라.
혹시깊은잠에빠져있을지도모르니
당신의손길이왕자님의키스처럼
꿈꾸는,그것도언감생심시인을꿈꾸는나무의잠을깨울수있으리니
이른아침북한산풍경,,,,,,,여기에서한참서있었다.
빛이보이는것이아니라
느껴지는순간이었다.
*
덴마크올레보르그수도원과버글럼수도원
수사들이부르는비틀즈의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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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
2011년 6월 21일 at 1:22 오후
작가가프랑스사람이군요.
혹영어로번역된것이ㅡ있으면
도서관에서빌려볼까했더니
구글링으론찾을수없네요.
제고향집마당한가운데도플라타너스나무가
한그루있었지요.할아버지가매어주신그네도있었고…
그집을지어서이사한후친정아버지가길에서
아무렇게나자라던손가락굵기의나무를옮겨심었다는데
내가태어났을무렵엔이미온마당에넉넉한그늘을
드리우고있었어요.한오십년쯤살았을래나?
친정가족이모두번화한도시로이사나올무렵
나무도시름시름앓다가죽었어요.
내두팔로도껴안을수없을만큼큰나무였는데…
이서평읽고금방댓글달기가어려웠어요.
꼭제ㅡ고향집마당가운데서있던그플라타너스
이야기같아서요.하긴어디그나무뿐일까요?
졸업한국민학교교정도어쩌다가중학교로바뀌었는데
오래전이지만한번찾아가보았더니
운동장남쪽에넉넉한그늘을만들어주던플라타너스숲이
몽땅사라졌던걸요.운동회때마다그그늘애
앉아ㅜ김밥먹곤했는데…
그나저나영어로번역되지않은책이한국어로먼저
소개되었다면상당히놀라운일인데요.
이건또왠사대주의일지모르지만왠지
영어권에서먼저알려진작가라야ㅡ한국에도
소개되지않았을까하는고정관념이
팍깨어집니다.^^
푸나무
2011년 6월 22일 at 2:12 오전
이책을막읽고사려고검색을하니인터넷에없어서
출판사사장하고전화를해봤거든요.
굉장히기뻐하면서
또슬퍼하더군요.
아마누군가의눈에띈이책이중소규모의출판사에서
출판되었었나봐요.내용만보고
됐다!
그러나마음먹은대로세상살이가잘안되지요.
친정집나무도참예민한나무였군요.
그러니이별을못견뎌서시름시름앓았겠지요.
혹시보리님이흰원피스의소녀였을지도,
유희
2011년 6월 24일 at 3:59 오전
하!님의글을읽고나서조선닷컴에가입했습니다.
좋은글,아름다운사진들로황홀한시간을보낼장소를찿은이기쁨!
종종놀러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