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여행에서나를처음으로설레게한것은
시엔립공항에있던커다란야자수와고무나무였다.
굵고커다란키와넒은이파리,
열대의나무들에서풍겨오는이국의향기가
가벼운캐리어에짐을싸면서도비행기를타면서도구름위구름조차도
건드리지못하던내속旅愁를갑자기섬세하게텃치하더라는것이다.
어쩔수없이나그네되어객지를떠도는旅愁와는
이즈음의즐기려는여행과는이제결별해야할단어인지도모른다.
지인들과함께거나한목소리와웃음소리를쉼없이달고다니는
여행속에서무슨나그네의수심이며객지의정한일까보냐,
그럼에도불구하고나무는본연이지닌깊고적막한감수성으로인해
스쳐지나가는과객의본질을살짝건드려주었다.
캄보디아의중소도시씨엔립의호텔을들어서니날파리하나가날아다녔고
벽에서우리나라바퀴보다도색깔이옅은자그마한벌레하나를사정없이때려잡았다.
보성우리집뒷산밤나무아래살던바퀴벌레와비슷했다.
그래도시트는청결했고널찍한침대는편안했다.
다섯시간정도숙면을취하고아침식사를했다.
한국사람들전용관이라해도될만큼
여기저기순전히주로아니거의가다한국사람들이었다.
젊은이들은키크고체격좋고여자들은하얗고고급스러워보이고,
아줌마들도거의가다멋쟁이인,
나중에차안에서가이더가나를보며그랬다.
특별히캄보디아인들은하얀얼굴에목맨사람들이라고….,ㅎ~
1200년대에앙코르톰에살았던원나라사신주달관의기록에서도
왕실목욕탕에대한이야기가나오는데
왕실의궁녀들은밖의여자들과달리피부가백옥같았다는기록이나온다고했다…
따뜻한나라를여행하는가장큰즐거움중의하나는열대과일이다.
호텔아침식사에서나는정말처음으로그렇게맛있고신선한자몽을먹었다.
알은올올이살아있었고즙은풍부했으며맛은달콤했다.
자몽특유의신맛과약간의쓴맛조차거의없는
많이달지않아서오히려신선하기그지없는순식간에나를매혹시켜버리는맛이었다.
익지않을때따서배를타고긴시간을지나나에게로왔던자몽과는
확연히구별된맛이었다.
용과,드레곤푸르츠조차제법맛있었다.
미끈한듯하면서도부드럽게와닿는맛이필리핀이나태국에서먹을때와도달랐다.
부드러운식감의주홍색파파야도먹는즐거움을주었고
내가좋아하는수박도그단맛은간결하면서강했다.
글쎄상상을해보라.
집이라면후줄근한집옷을입고식탁위에이것저것반찬늘여놓고있을아짐이
선크림바르고화장한뒤마음에맞는옷차려입고
내앉은키보다도훨씬더큰의자등받이에기대어ㅡ
특히그곳의자는통나무로만든듯무겁기그지없었다.
하얀냅킨무릎에살짝덮고
파인애플두조각파파야두조각수박세조각자몽세조각접시위에담은뒤
알맞은크기로썰어서포크로살짝살짝찍어먹었으니
집에서는전혀상상할수없는제법우아한그림아닌가,
은밀하게터지는자몽의속살을음미하면서
그래,여행,이것좋네…….나는일부러내속에게중얼거려주었다.
아침식사후이미와서기다리고있는톡톡이ㅡ
오토바이에사람이탈수있는리어카,
관광객들만탑승할수있다는일종의오픈카(?^^*)ㅡ
를타고앙코르톰을향하여출발한다.
패키지여행의미덕도제법많다.
특히나처럼수동적인성향이강한사람에게는
아무것도하지않아도되는
가령먹는것부터시작해서가야하는곳,
하물며떠나야할시간까지전부알아서해주는
여행에그다지불만이없다는뜻이다.
내가한들뭘더알아서하겠는가,
그러나그런긍적적인면뒤에도사리고있는그늘이괴롭기도했던여행이었다.
더위를걱정했는데하늘은알맞은구름이덮여있었고
바람을가르며달리는오픈카톡톡히는시원했다.
캄보디아는동남아시아중에서도가장덜발달된도시이다.
그래선지사람은작고까맣고맨발도많이보였다.
그러나하나같이내가바라본사람들의눈동자는순하고맑았다.
손을모으며구걸을하는사람부터시작해서
천원이에요,사요,싸요,만원에네장이에요.파는사람들도
특히아이들의얼굴은까만얼굴에빛나는눈동자는영롱해보였다.
앙코르는도읍지를뜻하고톰은거대하다라는라는뜻이라고한다.
그러니앙코르톰은거대한도시를일컫는다.
밀림이라고는믿을수없을정도로곧게뻗은길을달리다보니호수가나타났다.
해자다.
호수를기역자로한참달린후나타나는바이욘사원,
신기루처럼전설의도시가갑자기강림한듯…….느껴졌다.
해자를지나려면다리를건너야되는데그다리위의무시무시한사람들은
절앞의사천왕처럼선신과악신이라고한다.
그무시무시한신들이전부머리일곱달린뱀‘나가’를붙잡고있는데
얼마나뱀이크면…….
근데왜뱀일까?
거의모든신화속에는뱀이또아리를틀고있는데징그러운형상탓인가?
사람에게생래적으로부여되어있는어떤영성과언제나대치점에있는뱀의존재는
아담과하와시절부터나타나서
뱀의형상을지닌마성으로이해한다면못할거야없지만,
다리를건너고나서다시톡톡이를타고바이욘사원앞에다다른다.
사원의벽은놀라운갤러리였다.
딱딱한돌이지어내는표정이라고는믿을수없을솜씨의수많은부조들,
그리고삶을추론하게하는수많은스토리들이그곳에유장하게펼쳐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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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
2011년 6월 21일 at 12:37 오후
아,캄보디아…
앙코르왓트가거기있다는걸깜빡하고
어느나라일까잠시궁금했더랬어요.
캄보디아,하면킬링필드가항상먼저연상되어
앙코르왓트라는역사적인유적지와는
연결이되지않고늘따로따로논답니다.
최근들어선모교에서오래영어를가르치셨던
미국인교수님한분이캄보디아프놈펜에서
가르치고계시다는소식을들은후엔캄보디아하면
그래도그교수님안부가먼저궁금해지죠.ㅎㅎㅎ
한국을떠나캄보디아로가신이유가웃어야할지
울어야할지조금그렇답니다.수십년전처음한국에
와서가르칠때에비해너무잘살게되어
학생들이순수성을많이잃었고당신의도움이더절실하게
필요한가난한나라를찾아가신것이라고,
그분의형이전해주시더군요.그교수님의친형이
캐나다에사는딸을만나러가끔미국에서올라오시거든요.
캄보디아이야기에서별이야기를다하네요.제가…
하하…
여행기,즐거운마음으로따라가겠습니다.
열대밀림을여행하고픈욕심은굴뚝같지만
모기나ㅜ개미같은벌레에물리면
남들보다훨씬더고약하게고생하는체질이라
겁도많이ㅡ나지요.^^
푸나무
2011년 6월 22일 at 2:07 오전
세상을경악케한킬링필드의나라가캄보디아지요.
그곳을다니면서그단어를떠올리곤했는데
어데예,
선명한기억은아니지만어느건축가의글에서
소멸까지가건축이라는글을읽은적이있어요.
아문장은약간틀리고내용은비슷할거예요.
그글생각을하면서바라보니
사유의확장이더심각해지더군요.
놀라운문화를지닌나라가
문화에대한기억도없이
그문화를보고놀라려는사람들에게
손을내미니
하긴그런생각도듭디다.
단지가난할뿐,
내가그에게천원을줄수있는입장이라하여
전혀대단한것없듯이
어쩌면번영도소멸의한퀘에걸려있는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