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잎무성해져숲은더욱짙어간다.
산그늘은깊어져사람의그림자를어느때보다서성이게한다.
매실이익어가는유월하순과칠월상순무렵의비오는하늘을梅天이라고했다.
매실이익어갈즈음
더군다나비내리는하늘을바라보는이누구있어
梅天이란이름을지어주었을까,
매천의시작은雨季의시작이다.
비가오는기간이길어
어느이는장마철을제오의계절이라고도했다.
나는이장마철을좋아한다.
비내리는아침,
거실창문에빗방울이부딪히고자그마한나뭇잎들에
물방울어려있으면
가슴,혹은마음속에는타래난초의빛깔같은
아우라가어른거린다.
비는궁리하기좋아하고
적어도자신에게라도이유나논리가있어야만족하는
내근본성향을초월해있는신비한능력자이기도하다.
마음다스리는법을몰랐던젊은시절에는
비에홀린적이많았다.
멍하니비를바라보고있다가맨발에슬리퍼를꿰차고
하염없이돌아다니곤했다.
그저비에홀린감정덩어리였다고나할까,
기억컨대마음이기뻤는지슬펐는지도명확하지않다.
그저그순간가장적합한상태를고른다면비와의동화라고나할까,
비에대한호감은소리에서부터시작되었다.
어릴적언니랑내가쓰던우리만의방은원래집건물에잇대어지은
부엌도자그마하게있는정말앙증스러운방이었다.
그방의지붕이슬레이트(지금도이런지붕있을까?)로되어져있었다.
아마양철보다는조금더후에나온지붕이아니었을까?
굵은비라도거침없이내리는날이면방안에서하는작은말소리는
거의안들릴정도였다.
얇은여름이불을깔고그위에가만히누워있으면
후두둑거리며빗방울이내몸으로내리쏟아지는것같았다.
배에슬쩍걸치고있던홑이불자락을목까지덮으면왜그렇게방은아늑해졌을까,
영화를보면서언제나떠올리는생각하나는만약저기에음악이없다면
어떻게될까이다.
저스산한모습이과연스산할까,
저슬픈모습은과연슬픔이될까,
저황폐한모습은,
저소름끼치는광경에서소름은돋아나올까,
만약음악이없다면말이다.
빗소리는소리없는자연이내는유일한음악일지도모른다.
굵은파초잎에떨어지는빗소리를듣기위하여파초를심는선비의마음은
비의정한을알고도남음이있어서일게다.
뒤안대숲에낙하하는빗소리를기억하는이는
삶의그리움을적어누군가에게편지를쓸수있는사람이다.
낙숫물떨어지는소리를마루위에서무연히들으며
가슴에빗방울소리를새겼던사람이라면
적어도남을해하는행위는하지않을것이다.
사물을나타내는이름의어원을찾아가는길에는
거의언제나자연을바라보는
사람들의웅숭깊은서정이숨어있다.
오란비는장마의옛말이다.
말그대로오랜비라는뜻의오란비는1500년까지도장맛비로사용되었다.
장마는‘長’과‘마ㅎ’의합성어인데이‘마ㅎ’는물의옛말로
말갛다,맑다에서파생된언어로의’말”의옛형태인’
‘마라”의준말로설명되어있다.
즉”마”는물의옛형태인”무르”가바뀐것이고.
맑거나말갛지않으면물이아닌시절의진실함을나타내는단어이리라.
고온다습한북태평양고기압이무엇인지나는잘모른다.
러시아의오호츠크해가녹으면서생기는차가운오호츠크해고기압도잘모른다.
공기차이가큰이둘이어디쯤서만나생기는전선도잘모른다.
그저맑은물,
말간물
하늘에서후두둑소리를내며떨어진다.
우리집거실앞산사나무잎약간씩내리누르며
산사나무잎다시통솟아오르고
다시산사나뭇잎내리누르며오란비오신다.
오란비가시작되었다.
조일연
2011년 6월 23일 at 1:33 오전
오늘처음블로그에들어와봣습니다.
사진과음악과,무엇보다글이너무깊고단아합니다.
앞으로하나씩열심히소화시키며읽겠습니다.
순이
2011년 6월 23일 at 2:25 오전
나도무연히길을적시는오란비를내다보고있습니다.
한밤중처럼캄캄해지면소낙비거세게쏟아지고
다시조금하늘이게이면서소강상태를보이고
심심하지않은오란비시간이네요.
해맑음이
2011년 6월 23일 at 5:13 오전
그렇네요.
저도좋아하는오란비가내리네요.
빗소리들으면서책읽으니
시간가는줄모르겠네요.
오란비후무더위가시작되니
오란비내리는동안책과음악과茶와함께
오랫동안망중한을즐겨야될것같은느낌도들구요^^
오란비는씩씩해서이깊어가는여름에
참좋군요^^
푸나무
2011년 6월 23일 at 7:55 오전
조일연님감사합니다.
오란비속에서
감사한말씀은습도를확낮추는작용이있습니다.
그댁두기웃거려보겠습니다.^^*
푸나무
2011년 6월 23일 at 7:57 오전
눈에서멀면
마음에서도멀어진다고했는데
설마멀어진것은아니겠지요?
정말오랜만에내리는비라선지
마음좋기가한량없습니다.
푸나무
2011년 6월 23일 at 7:58 오전
독서를많이하시는해맑음이님께서는
그래서오란비도씩씩하신갑다.
책읽는여인은
어디에서무엇을해도아름답지요.
분홍공주님은
오란비시간에서도분홍인가요?
벤조
2011년 6월 23일 at 9:13 오전
오란비가장마비라는걸이제알았네요.
어원을파고들어가니조상들의호홉도느껴지고…
오랜비가그치면,와~~~복날이오겠지요?벌써왔나?
글만으로는시원해보입니다.
푸나무
2011년 6월 24일 at 3:07 오후
봄두좋구
찔레꽃머리도좋고
가을이야,눈오는겨울이야……
다좋지만
오란비시간…..너무좋아요.
다음주월욜가지비오신다니
마음조차느긋하니……
그러나근원알수없는슬픔도함께괴어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