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이 가기 전 유월의 시 하나

울엄마가싸랑부리라고불렀던꽃,
(내가찍어놓고내가반한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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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부는날은백양나무숲으로가면
청명한날에도소낙비쏟아지는소리
귀를막아도들립니다
저무는서쪽하늘
걸음마다주름살이깊어가는지천명(知天命)
내인생은아직도공사중입니다
보행에불편을드리지는않았는지요
오래전부터그대에게엽서를씁니다
그러나주소를몰라보낼수없습니다
서랍을열어도온천지에소낙비쏟아지는소리
한평생그리움은불치병입니다6월/이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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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월이다아가는데유월의詩라니뜬금없을랑가,
그래도유월이가기전에
유월을마감하면서시로한번다지기라고나할까,
시를쓴이냥반의양태를생각하면서시를읽으면맛이안나니,
(가령,목욕을안하는것,길다란수염,..그래서연상되어지는냄새등,흠,싫다,)
그러니그냥지은이는잊어버리고
바람부는날을생각하는거다.
당신은눈을살포시감으시라,

중학교다닐때
학교에서조금만벗어나면자그마한방죽이있었다.
방죽옆으로는도트람한산이있고

그보다는조금낮은자리에방죽둑이제법넓게펼쳐있었고,

그둑에가득가득포플러나무가심어있었다.
아니미루나무였을까?

언제나그곳에가면그노래..

포플러이파리는작은손바다아악찰랑찰랑소리나면~~~~이생각났으니
포플러였을것같기도하고
기억속에내장된나무의형체로는미루나무였을것같기도하고
하여간미술실기시간이면거의거기로그림을그리러나갔다.

지금이나그때나손재주없는것은여상하여서
미술시간내내그림은안그리고여기저기해찰하면서
그포플러잎부딪히는소리를들었다는것,
어느해초가을에는아직도초록중인세상에
너무나이쁘게물든빨간이파리를꺽었는데,
옴마야,영아그것,옻나무여야.
촌에사는

(이시골의촌이또웃긴다.촌인보성읍내는촌이아니고
읍내를벗어난곳이또촌이다.)

친구의말에
순간적으로이파리를놓으며등줄기를흐르던식은땀.
옻이오르면어떡할까,
그전해여름임해훈련(지금보니이름도디게무시무시하다)을가서태운
등이여름이다지나가도록옷만입으면쓰려오곤했는데
옻까지??
사시나무떨듯떨었던기억이선연하다.

사시나무는백양나무다.

하기는사시나무떨듯….이라는표현으로
사시나무를대나무비슷한나무로연상을한적도있긴하지만,
포플러나사시나무소리가유별난것은
잎보다잎자루가길어서다..
그러니아주작은바람에도잘흔들릴수밖에,
그이파리는넓으니소리가클수밖에,

그러나이이야기는외관이고.
사실과약간의은유를합한다면이런추론도가능하다.

은백양나무는굉장히물을잘빨아올린다고한다.
아,그러니그래서,
미루나무,포플러도같은과라방죽곁에
그렇게잘자라나있었을거라는것,

너무나많은물을욕심사납게빨아올리다보니소비를해야할터,
그소비의방법이바로이파리를흔드는것,
아주미소한바람에도여지없이흔들리게하는것,
그래서어떤사람들은이파리가떠는것이아니라나무가떤다고도하더라.

이파리가내는단순한부딪힘보다
‘온몸으로우는사시나무’는지극히사실적이면서도자극적이고
자극적이면서도우아하기조차하다.
일본사람들은그래서이나무를

산명(山鳴)나무,
즉산을울게하는나무라고도했다.

삶의행간을생각하게하는은유아닌가,

오래된둑에한소녀가앉아있다.
그소녀를중년의아지매가저건너에서바라보고있다.
그사이로바람이,바람의소리가,나뭇잎부딪히는소리가,
그리고가끔은무거운듯한더위가지나간다.
(언젠가가능하다면더위의무게와바람의무게를
나만의방식으로한번증명해볼까싶다)

그렇게앉아있는사위로슬며시해가낮아지기시작한다.
해저물녁은중년의시간이다.
순후하기이를데없는시간,

틀림없이은백양나무의방정맞은떨림도조금은점잖아질것이다.
그리고그남은에너지로저물어가는햇살을바라보며
사람들이자신의뒷모습을일몰속에서깊이생각해보듯
은백양나무도나무도나무의生을생각하지않을까,

더군다나지천명(知天命)이니……
천명을아는무서운나이를지나가고있으니말이다.
천명을아니삶이보이고
그삶이아직도여전히공사중이라는시인의말은합당하다.
지천명이되어서야보이기시작하는

낡음,틀림.미숙함.
그래서날마다당신들의보행에지장을주는슬픈인생,

슬픈인생을잊고자그순간이라도잊어버리고자
그대에게아주짧은글을쓴다.

유월이면불치병의농도는더욱짙어져오고…..
서랍을열듯
삶의칸칸을여기저기뒤적거려보아도
불치병은시니컬한미소를지을뿐이다.

그에게있는

평생을함께하는불치병의진통제는
아마도그짧은엽서한장일것이다.

엽서한장쓰는동안

그는불치병이주는고통을잠시잊는다.


백양나무껍질을벗겨연서를쓰면
그사랑이이루어진다고하는데
나도우울한백양나무숲으로가서
가만히아주조심스럽게백양나무껍질을벗긴후

그위에
연서나한번써볼까나,

그러면삶이

혹시나를

아주조금더

사랑해줄까?

4 Comments

  1. 4me

    2011년 6월 27일 at 6:09 오전

    어느날은사시나무라는나무를알게되었습니다.
    아무리봐도어릴적시골에서무수히마주치던백양나무인데
    ….
    그래서아직도그게햇갈렸는데푸나무님덕분에
    시원하게하나해결을했습니다.
    참글을잘쓰시는분이어서
    뵙지않아도제마음이온통다열려있습니다.
    잘읽고행복했습니다.   

  2. 푸나무

    2011년 6월 27일 at 12:17 오후

    전에투피엠을제가이피엠으로읽엇더니울딸이웃으며난리더군요.
    포미님도사미님으로읽으면….
    아사미승생각이먼저나려나요?
    언제나한적한제글에
    다정한댓글을주시는그마음이참곱게여겨집니다.
    저두부지런히배울께요.

    장마긴해도
    비가너무좋아서
    제겐참좋은시간입니다.   

  3. 2011년 6월 27일 at 3:55 오후

    그날은유월이아니고시월의어느날이었지요.
    경주반월성남천냇가.키큰미류나무,포플라(?)잎이바람에팔랑댔지요.
    몇해전에돌아가신향토사학자윤경열선생님은옛신라임금님들의금관에서
    팔랑거리는금잎소리와모양이같다고말씀하셨지요.
    옛날은가고없어도새삼생각나게해주셔서감사합니다.
    좋은글칭찬해드리고싶어요   

  4. 푸나무

    2011년 6월 27일 at 11:26 오후

    아금관의그얇은것들이부딪혀서나는소리요?
    그러고보니
    그소리참우아했을것같네요.

    칭찬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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