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의여름숲은극점을향해치솟습니다.
오히려칠월팔월의숲이더위에약간무츠름하다면
유월그것도이즈음의숲은높은습도와장맛비에의해
세상모른채자신의세력을펼쳐나가는시간인게지요.
숲이란것이나무만으로된것은아니어서,
나무도그것을모르지않지만
유월의숲은나무의전횡을용인합니다.
나무의왕성한자람과성숙앞에서,
마치씩씩하고건장하게자라나는믿음직하고잘생긴아들을바라보는어머니처럼
숲은고요한침묵을견지하며나무를향해있습니다.
숲이그러할진대숲에서자라나는작은생물들이야말해무삼하겠습니까,
이침묵을유일하게깨뜨리는이가바로‘나으리’십니다.
꽃님(야생화를쫒아다니는사람)들사이에서
여름의시작을알리는나리께서‘나으리’라는애칭으로불린답니다.
이름에걸맞는애칭이아닐런지요?
지난주언젠가포천에다녀올때꽤나깊어보이는산자락인데
누군가를기다리는듯,
혹은누군가를반기려는듯,
山門까지나와서그커다란키를가지고길아래를굽어보는나으리를뵜습니다.
할수만있다면한달음에차를벗어나나으리품에안기고싶었지요.
아마도스쳐지나가는애달픔때문에감정이증폭되었을겁니다.
꽃중에서나으리만큼남성적인꽃은아마없을겝니다.
나무만큼크지는않지만
그렇다고다른풀꽃들처럼작지도않습니다.
굳이비유를하자치면나라는작지만견고한뿌리를지닌
거기다가오랜역사와전통을자랑하는
저아득한곳에있는동방의품위있는나라,
그래서아무리세가높고덩치가커다란나라라할지라도함부로무시하지못하는,
나으리는
작지만견고한나라의황제입니다.
그래서나으리께서는무리짓기를거부합니다.
뿌리로번식하는관례를따라충분히무리지을만하지만
아주특별한고지대의산을제외하고는홀로피어납니다.
무리를짓다ㅡ.
무리를지어야만살수있는저잣거리의우리들에게
초연함과고독이무엇인가를
생각하게하는나으리시지요..
숲사이무성한나무들틈새에서자라나던나으리께서어느날꽃망울을활짝엽니다.
짙은초록들사이에서
선명한주황,
날렵한빨강,
그리고아주드물긴하지만솔나리의연보랏빛,
(저도실제로숲한가운데서나으리들을뵌적이없습니다.
무성한소문으로만,누군가가겨우찍은자태로만알고있을뿐입니다.)
‘나으리’들이피어납니다,
그랬는데
그런나의마음을나으리께서해량하셨는지
그제처음으로제앞에현현하셨지요.
북한산사모바위쪽에서문수산가는능선길에서
털중나으리…….와처음으로알현을했습니다.
나으리가지니신선명한주황빛이짙은초록사이에서피어나있는데
세상에
소생가슴속에서쿵소리나지않았겠습니까??
가슴속에불이당겨지는듯열이솟구치는것아니겠습니까?
시들어가는분화구같은이내가슴에
어디그런커다란설레임숨어있었는지,
소생너무놀라지않았겠습니까?
나으리의자태는
꽃이피어나는것이아니라
마치색이열리는것같았습니다.
혹색은세상의시작일지도모르겠습니다,
태어나면서부터지니게된고유한입성을누구나다지니고있으니말입니다.
창조의비밀을슬쩍엿본이가색일지도모르겠어요.
무심한듯,
자연과동화되어있는초록들사이에서생경하게열리는나으리,
‘나으리’가지어내는색의향연.
전혀다른색이빚어내는부조화로움이
너무눈부셔숲도잠깐숨을죽입니다.
나무도숨을들이쉬었다가내쉬는것을멈추면서바라봅니다.
그렇다고나으리가잘난척한다고는아무도생각지않습니다.
나으리는그저가만히피어나시는걸요.
약간고개를숙인채
(아,하늘나리나하늘말나리는하늘을향해고개를들기도합니다만,)
그저자기만의생각에깊게잠깁니다.
제가본山門의나으리처럼
정말로누군가를세차게그리워하여
그만을생각하는
그만을기다리는모습같기도합니다.
나으리의사유는깊고깊어서다른많은사물들이
자신을바라보는것조차별로의식하지못합니다.
나으리께서는알려고하지도않습니다.
자신이얼마나아름다운지,
얼마나화려한지,
얼마나기품있는지,
그래서나으리게서는제가보기엔마치숲속의莊子같습니다.
탈속한듯,
자연과일체라는듯,
선과악미와추나와너의구별은무의미하다는듯,
장자의일화하나가생각나는군요.
장자의친한친구인혜시(惠施)가부인의상(喪)을당한장자를조문하러왔답니다.
와서보니,장자는돗자리에앉아대야를두드리며노래를부르고있었다구요.
혜시가아마도격렬하게말했을겁니다.너그럴수있니?어떻게인간으로서?,
장자가대답했답니다.
‘아내가죽었을때내가왜슬프지않았겠는가?
그러나다시생각해보니이제삶이변하여죽음이되었으니
이는춘하추동의4계절이순환하는것과다를바없다.
아내는지금우주안에잠들어있다.내가슬퍼하고운다는것은
자연의이치를모른다는것과같다.
그래서나는슬퍼하기를멈췄다.’
(슬픔이멈추려고하면멈춰지는물건인가,
생각해보다가그만큼마음을다스릴줄아는,
그래서나와는조금다른사람이겠지,나도거기쯤서생각을멈춥니다)
나으리께서는완연한여름이시작됨을알려주시기도합니다.
나으리를보면서
여름을아는것,
시인의꿈비슷한일일지도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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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황인숙
가끔네꿈을꾼다.
전에는꿈이라도꿈인줄모르겠더니
이제는너를보면
아,꿈이로구나,
알아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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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으리께,기체후일향만강하옵시길빌며….
데레사
2011년 6월 29일 at 3:46 오전
나리꽃이하늘을향하고있으면하늘나리,땅을향하고있으면땅나리라고
부르더군요.
꽃에대해서는별로아는게없는데나으리란말은또처음들어봅니다.
지금산에가면많이볼수있겠군요.
양희은의한계령,맑은음성의노래를들으니까기분좋네요.
벤조
2011년 6월 29일 at 4:31 오전
나으리께서포즈를잘취하셨는지,아님사진사가좋은지…
의미를부여하는것,그래서중요하네요.나리가나으리가되듯.
풀잎피리
2011년 6월 29일 at 8:53 오전
나으리….
멋진별명에미소를띄웁니다.
그리고제목에크게웃습니다.
여름을알리는남성의꽃
사진,글즐감합니다.
보리
2011년 6월 29일 at 4:12 오후
햐~~~~
꽃이라면다이쁘게보이는제눈에도
어쩐지나리꽃은좀덜이쁘다는느낌이늘일어났는데요,
이제나리꽃뵈오면나으리생각에가슴이뛰겠어요.
그나으리꽃은산중이나숲한가운데서
예기치않게만나야하니그인연이언제쯤일지
까마득하지만요.
(캐나다에서뱅기타고나리꽃피는계절에한국가서
나리꽃피어있는외딴곳을찾아가야뵈올수
있지읂겠어요?ㅎㅎㅎ
여기화원에서화훼종으로개량된나으리들은
그기품도당당함도없으니까요.
다음에나으리꽃뵈오면안부나전해주옵소서.
먼곳에뒤늦게나으리꽃애달프게보고파하는
어느아낙이전한다고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