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머리 잔혹사

이발사김씨가살구나무에목매달았다

죽은개를파묻었다

고양이를파묻었다

슬픔이란슬픔은살구나무에다파묻었다

봄마다살구나무

그슬픔들을추모하여

조화弔花한다발피워올렸다

살구나무열심으로슬픔을익혔다

어느날살구사리알주렁주렁열렸다

슬픔은완성되었다살구나무/손순미

*****

살구나무는아니지만엄마집감나무에서도개를목매달아죽인적이있다.

어느해여름이었던가,

누군가가개를감나무에매달었고숨이끊어진후불에태웠다.

그불이란것도요즈음은세상이좋아선지커다란라이터같은개스불이었다.

앞마당에있는내게털타는냄새가다가오다가사라졌다.

사철탕이라는,

이름조차이상하게변신한개탕을먹지않지만

왕년에나도개한마리를다먹은적이있다.

스물두살,이름하여간농양,

수술을하고한달넘게입원한병원에서퇴원을하고돌아온날부터

엄마는개한마리고를내었다며나에게먹기를강요했다.

비닐포장지속에들어있던니맛도내맛도없는

그무데데한액체를마시는것은정말고역이었다.

하지만그때쯤아프고나서제법철이들었던터라

딸을위한엄마의마음을거절할수없었다.

하여간7-8킬로그램빠졌던몸무게가

이주일도채못되어원상태로복귀하는놀라운현상은

복원력강한젊음탓이었는지

엄마의사랑이배인개한마리탓이었는지는지금도아리송하다.

이번에집엘갔더니엄마는마당한귀퉁이를막아놓고

거기에오리네마리를키우고계셨다.

갑자기왠오리냐고했더니오리키운이야기를해주신다.

지난번에도새끼오리를키우셨다고했다.

이유인즉슨집에서키운오리고기가파는오리고기와는

비교할수도없이맛나다는것이었다.

친척중누군가가집에서키운오리를한마리주어서찹쌀과녹두를넣고죽을썼는데

그렇게맛나더라는것이었다.

그래서장날엄마는오리새끼를네마리사서얼마쯤키우셨는데

어느날보니다사라져버렸다고했다.

주위를아무리둘러봐도없어서

아이고,내것이아닌갑다,하며마음먹었는데

한달정도되었을까,

집에서좀떨어진논에서두마리가나타난것이었다.

말그대로논주변에서야생의상태로한달가까이살아온것이었다.

잡아서한마리는작은오빠네주고한마리는녹두죽을끓여드셨는데

여전히그렇게맛있더라는것이었다.

그래서다시새끼네마리를사서키우신다는것이었다.

‘저것들이몰랐는디성가시기도하고겁나게시끄러워야,

내소리만나믄을마나꽉꽉소리를질러쌓는지아이고시끄러워서못키우것서야.

니갈때내잡아주마!’

그리고정말내가집으로귀환하려는이른아침

마당머리잔혹사는시작되었다.

어떻게잡으려고?

‘전에는목을비틀어서잡았는디요새는아조쉬워야.

고무줄로그냥목을칭칭묵어버리믄죽드라야.

엄마는殺오리도구인검정고무줄을찾아서씩씩하게마당으로나서신다.

그리고앞집아짐에게소리치신다.

‘어야,얼른잠오소,오리잠잡세.’

그날아침<殺오리방조죄>를방안에서짓다가

오십넘은아지매가시방십대소녀같은양태를짓는듯하질않는가,

싶어,슬며시밖으로나갔다.

엄마랑아짐은감나무아래로호스를뽑아서

거기서오리털을뽑고계셨다.

털을다뽑힌오리의몸을가르고…….

아짐은해부학교수가되어

‘이것이쓸개고이것이간이고이것이밥통이랑께,’

그러고보니외할머니생각이났다.

설이다가올무렵크고통통한닭을잡아닭장을만들어떡국을쑤어먹던기억,

우리집닭은언제나외할머니가오셔서잡아주셨다.

마당이있던아주어릴때기억으로는마당에서놀던닭을잡았고

그때는닭을죽이는일보다잡는일이더힘들었다.

온마당을푸드득거리며도망가는닭,

읍내에서살때는커다란닭을사다가묶어놓으면

외할머니우리집오셔서닭잡으셨다.

날개짓을세차게하다가점점고요해지던닭,

그리고발이축눌어지고닭은움직이지않았다.

근데정말어린나는아무렇지도

정말아무렇지도않게그장면을바라보고있었다..

털을뽑고배를가르고그리고암탉일경우

거기에노오란알들이수북하게있었는데

그달걀들은할머니옆에서열심히바라보는내차지였다.

말그대로노른자알,

어느때는정말달걀이그대로들어있는경우도있었다.

내가외할머니기억을꺼내자아짐은수상스러운목소리로말씀하신다.

‘나이이야기는육십년넘도록아무한테도말안했는디……

외할머니가그라고몸은자그마해도보통어른이아니셔,

느그외삼촌,저냥반이눈이저라고나쁘다고,

세상에,쥐를잡아서눈을파가지고그대로멕였당께.삼촌한테,’

‘은제가는누가몸에도좋고눈에도좋다했다고

정말갓나논쥐새끼를통채로먹으라고준적도있당께,’

절로터져나온으아~!소리도,

몸에돋는소름도

나이가나이니만큼이야기할것은못된다.

그냥나도가만히있기머해서

거그그밥통좀줘봐,해가지고

밥통안의노란껍질을살살벗겼다.

내장이라기름기로미끄덩거릴거라고생각했는데

의외로뽀드득소리가날정도로기름기는없었다.

거기다가그밥통의탄력성이라니,

쉼없는움직임때문에바로근육자체구나,

<패스트푸드네이션>이생각났다.

멕시코불법이민가정의애환,

환경운동을하는젊은이들의행동,

그리고거대집단재벌의횡포와비행,

그러나그영화에서가장인상적인것은

깔끔하고청결한도축시설뒤에숨어있는수많은소들의도살장면이었다.

쿵광거리는음악과함께잘라지는다리,

정말강물처럼흐르는피,

그리고도살되는소들의얼굴,

그러고보니냉장고도온통동물의사체투성이구나.

미역국끓여먹으려고사다놓은양지머리에구워먹고남은삼겹살토막들,

오리한마리에가만있자,

생선은……

정말살구나무의완성된슬픔처럼

우리도어디선가주렁주렁열매맺을때

완성되었을것인가?

사진은엄마네집오리잡던감나무와
당귀나무와도라지밭이다.달던무화과나무도찬조출연했다.

이제는남의집이되어버린……,

3 Comments

  1. 보리

    2011년 7월 1일 at 9:56 오전

    수퍼마켓에서사온포장된정육만먹고
    레스토랑에서조리된스테이크만먹는다고
    진화된문명인처럼행세하는위선을
    부끄럽게하는글입니다.

    그런가하면삶이란생명이란언제나딜레마이구나
    싶은것이가슴이싸아하기도하구요.
    먹히는존재,먹으려드는존재의딜레마…

    영성적으로는나를타인의밥으로내어주는것이곧
    그분의삶을따르는것이라하지만
    먹히는일은언제나큰고통이고그래서늘피하고싶은
    두려움이지요.

       

  2. 4me

    2011년 7월 1일 at 1:32 오후

    항상푸나무님의글을읽으면참묘한감정에빠지게됩니다.
    약간은강은교시인의느낌도살아나고낯익은어느작가의글을읽는듯한….
    냉장고속의사체들에대해생각해본적도없는저는
    님의글을읽으며갑자기양쪽팔에소름이돋으며
    ‘이일을어쩌나….’싶은초조함이생겨납니다.

    어릴적여름마다무수히목격하던개를매달던감나무,
    그리고맞을때마다괴성을지르던개의절규소리가왜이렇게선명하게살아나는지…

    파릇한새싹들을모아새싹비빔밥이나해먹을까….
    어느시인의말처럼구름비빔밥을해먹을까….

    에고,푸나무님…
    생각이많아집니다.

    그러고보니마당머리잔혹사….
    참많이목격했네요.

    글오래오래애독하리라다짐합니다.   

  3. 사슴의 정원

    2011년 7월 2일 at 2:36 오전

    애고보통때읽던글과다른분위기에조금섬뜯합니다.

    사슴의정원에서도오늘하마터면큰일날뻔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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