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이에의 강요? 시시한 천착
BY 푸나무 ON 7. 13, 2011
깊이에의강요(양장)
저자
파트리크쥐스킨트(PatrickSuskind)
출판사
열린책들(2000년02월20일)
카테고리
국내도서>소설
햇감자를찐다.
알맞은크기의감자를깨끗이씻어서소금을약간뿌린후압력솥에담는다.
예전에큰올캐가오빠를따라강원도에가서살때
이웃사람들과햇감자를쪄먹었는데
전라도식으로감자의껍질을벗기지않고쪄서사람들앞에내놓았단다.
그때사람들의눈이아주휘둥그레졌다는다분히설화적인이야기가
감자를찔때마다생각난다.
껍질을벗겨서찐감자와
껍질채찐감자가뭬그리다르다는말인가?
조삼모사나그보다도더안되는우선순위의차이일뿐이다.
그런데도사람들은그사소한부분에경악했다고한다.
(약간의놀람을경악으로받아들인것일지도모르지만)
조금다르다하여그게그리휘둥그레할일인가,
다름에대한반응으로내게각인된
그러나사소하기그지없는그러나감자를찔때마다인식되는
감자에대한나만의역사이다.
나도당연히껍질채감자를찐다.
껍질벗기기가귀찮기도하지만
찐감자를벗기면나타나는속살거리는하얀모습이좋아서이다.
가볍기그지없는껍질속에우아하게포진하고있는희디흰속살,
가슴어여쁜여인들의가슴골같은속살,
먹음직스럽고탐스럽기그지없다.
뜨거운감자를살짝베어물면달거나시지않는,
자극이라고는없는밋밋한그맛이뭉근하게퍼진다.
분분粉粉인듯,그러나함께인,
순식간에입맛을지나몸과합일하는,
탄수화물의자존감이팽배한맛이라고나할까,
감자의맛을살펴보면
깊이는단순히크기나넓이깊이에비레한것이절대아니라는이야기가성립된다.
얇고심심한맛이지닌깊이는
깊음에있지않고
스스로에게있다고해야맞겠다.
감자뿐일까?
갓난아이들의의식없는행동은
다른각도에서보면깊이와는전혀상관없는반응일뿐이다.
그런데도아무도흉내낼수없는그사랑스러움을안다면
<깊이>에천착할필요는전혀없다.
그러나
그럼에도불구하고
언제나사람에게서발견하는깊이없음은쓸쓸하다.
가령여행을같이간친구가
남편과헤어진후십여년동안한번도하지않았던행동을했고
느낀적이없었던감정에대한고백을했다.
우연히친구와함께있다가그친구를아는남자가다가왔는데……
같이술을한잔하면서술을마시지않는대신
술에대한암송시를그녀읊었다고했다.
그리고실제그녀는우리에게그시를읊어주었다.
다른친구들은그시가절묘하다며박수를쳤는데
나는그시가주는엷음(약간의가벼움경박함천박함등)과
그러나그엷음과는전혀상관없이분위기에꼭맞는
그래서감동하게되는상황에주목하게되더라는것이다.
그와우연히만난자리에서읊은엷은시가일으키는감적의기폭은
듣는그에게도읊은그녀에게도깊고커서
평소의그녀라면절대하지못할행동,
께끼손가락을걸고한참을걸었다는,
우리나이또래의구태의연한사고방식대로라면
유치하기그지없는행동을아무렇지도않게해냈다는것이다.
엷은시라서이루어내는아우라가
깊고그윽한어떤시보다더승했다는이야기처럼내겐보여졌다.
그러니깊이는어쩌면단어그대로깊이에있지않고
가변적인상황에있을수도있다는생각도들었다.
그런그녀와함께둘러본제천의의림지는그냥평범한호수였다.
시시하네……
그런데그호수가사람들의농업을삼한시대부터도왔다는글을읽는순간
그긴시간의축이순식간에내게다가와
삼한시대?
가만그렇다면……
감동에젖게하며다정하기이를데없는모습으로의림지순간에변했으니
결국사물에대한,
대상에대한,
<깊이>를느끼는감도는
대책없는주관적인내안의척도일수도있다.
의림지저쪽끝으로가보니거기상상도하지못할만큼
꽤나깊어보이는계곡이
자리하고있었다.
숨을훅들이켰다.
그깊이(?)로인하여.^^*
파트리크쥐스킨트아주짧은소설
‘깊이에의강요’를보면사람을죽이는도구로분한
‘깊이’가주인공이다.
소묘를뛰어나게잘그리는젊은여인은
<깊이>라는무기를지닌평론가에의해살해된다.
그녀는자살하지만그자살은분명코살해다.
재능도있고마음에도와닿는데깊이가없다는평론가의말에
사람들은동화하고그녀는일순<깊이>없는화가가된다.
사람들은그녀의<깊이>에대하여주절거린다.
아좋은데….그런데뭔가깊이가없지요?
그녀의<깊이없음>을아는것이
마치자신의<깊이있음>을나타내주는것처럼
(헤아릴수없이무수한우리들의오류아닌가)
그녀역시자신의그림보다는깊이에천착하게된다.
그녀는<깊이>에의해절묘하게휘둘려지다가
결국은그깊이에의해죽임을당하게된다.
그녀가죽은후그평론가는그녀의그림을말한다.
숙명적이고무자비한깊이에의강요가거기있다고…..
사실은이글을쓰기시작한것은
엄마가화분에심어놓은완두콩줄기의아름다움때문이었다.
작은손을펼치고매달아놓은가느다란줄에
자신의몸을엮어가며자라가는그감동이라니….
물론열매에대한연상작용도없지않았다.
의림지주변의오래묵은적송의거대한모습도아름다웠지만
일년초인저완두콩줄기도깊이있는아름다음을향유하고있으니
깊이타령
이제그시시한천착
그만두시라.
Share the post "깊이에의 강요? 시시한 천착"
4me
2011년 7월 13일 at 5:50 오전
감자가먹고싶어집니다.
껍질채밥솥에두어개넣어서밥과함께퍼서
살며시껍질을들어내고갖은양념장해서싹싹비벼먹으면
맛있는감자밥이되는데…
맛있는감자밥이생각나네요.
갑자기’깊이’라는단어가막무서워지기시작합니다.
책임지세요.ㅎㅎ
푸나무
2011년 7월 13일 at 9:25 오전
언제
감자쪄가지고공원에서한번만날까요.
ㅎ~
감자밥은한번도먹어본적이없는데
구미가확당기는군요.
깊이있으신분이라
깊이가무서우신가봐요.하하^^*
사슴의 정원
2011년 7월 13일 at 10:05 오후
두분감자모임에같이껴도될가요?
감자요리는못해도포터역할을하겠습니다.
여름에더울때감자요리건강에좋은음식입니다.
여기밴쿠버부근은요새도낮기온이20도가안되서가을날씨같지요.
보리
2011년 7월 18일 at 4:37 오전
사사건건의견차이를좁히지못하고싸우던부부,
찐감자를두고소금에찍어먹어야제맛이다,
설탕에찍어먹어야한다로다투다가그만
이혼하기로결심했대요..
이혼조정관앞에서조차소금이다설탕이다다투었는데
듣다못한조정관이소리를질렀대요.이렇게요.
"이사람들무슨소리하는거요?찐감자는김치와먹어야
제맛이라오."찐감자를먹을때마다생각나는깊이없는,
그러나사고의깊이를강요하는우스개소리입니다.ㅎㅎㅎ
며칠출석을안했더니글이많이올랐네요.
차근차근읽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