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십대초반강은교시인의시집후기에서
하루에한번쯤은하늘을보라고하더군요.
하루에해야할일몇가지가있었는데
그중에서도저의마음을가장사로잡은일이바로이하늘보기였어요.
홀로길을걸을때나
책을보다가도문득
하루에한번쯤은하늘을볼것!이란
단순한글귀는마치나만의잠언처럼자주솟아나
나를이끌어가곤했지요.
그러나그땐무엇을바라본다는것자체가
젊음이지닌야성의눈으로는한계가있어
우리집뒤쪽하늘에펼쳐지던
처서무렵
(제가제일좋아하는시간들인데….)의
눈부신쪽빛하늘을바라볼때도
싸아한가슴귀퉁이의소리만설핏들려왔지
그쪽빛하늘에숨겨진생의이면을느끼에는
턱없이눈이엷었지요.
해저물녘
그무한한빛들의향연이어우러지던일몰의하늘은어떻던가요?
빛의산란이라는먼지의작용이라는
참멋대가리없는지식(얼마나이런것들이많은지….)이머리속에들어있음에도불구하고
잠깐씩멈춰서서그를응시하면
그는나의내면을비추어내는거울이라도되듯
자연스레내안이들여다보이곤했어요.
잘만하면
거울한귀퉁이에샤갈의여인처럼둥떠있는내안륻들여다보는나도보이는듯두했구요.
사람의손길이닿아있지않는묵정밭,
이제싹돋기시작한여린순들과무성한잡초들
함께섞여있어가닥도종류도길도보이지않는,
흐릿한안개만이가득한밭도보였구요.
참무지하게비오십니다.
베란다에앉아밖을내다보기에는참좋은때지요.
더위에시달린식물들의옷벗는소리가들리는것같더군요.
샤워하는웃음소리,
온몸의이파리를겹겹히위로치뜨며환호하는듯한함성소리,
도들리는듯했구요.
이른새벽잠이깨어칫솔질만한맨얼굴로집을나서면
하늘이열리기시작하는것을바라볼수있답니다.
하루의태시(太始)
밤이라는어둠이내리누른고요가있습니다.
새벽이오기전어둠이가장짙은것처럼
고요도그러해요.
고요속에도
더푸르르고
깊은고요가있지요.
그런가득찬고요속에서
아주서서히하늘의문이열리기시작하는겁니다.
우리네인생도저렇게
깊은고요함속에
깊은침묵속에푸욱담겨져있다가
서서히아주서서히열렸을까요?
저렇게강하지도담대하지도
아니오히려아주연약한모습으로
하늘한쪽귀퉁이겨우겨우자리차지하고
수줍은듯치마꼬리잡고숙인눈으로살며시바라보는저어두움물리치는
밝음말에요.
밝음이라는단어도부끄러운듯
붓꽃열리듯
어둠자락옆에서살며시열리는
저여름날의새벽하늘말예요.
그렇게열려선지새벽하늘은참많은것을담고있습니다.
예를들어어제그리고오늘계속해서듣는
비제의아를르의여인을들으며
알퐁스도데(진짜도데언니넹)의
아를르의여인을생각해본다는겁니다.
일산을내달려자유로를가다보면
프로방스라는카페가있습니다.
나무로지어진집에창문이있고집안으로들어가도역시나무들….
아마프로방스집들이그럭생겼나부죠?
그런프로방스에사는쟝이라는청년하나가
아를르라는길거리에서만난한여인을사랑하게되고
그녀의방정치못한품행때문에
결혼이이루어지지못하고
그러다가
어느날새벽쟝은이슬과피에범벅이되어죽습니다.
쟝의순진무구한한결같은사랑에
아름다움을느낄나이는이제이미우리아니지요.
오히려
그토록이나자신을사랑하던아버지어머니를
조금이라도배려할수있는지적능력과이성이전혀없는청년.
단순히그녀의분위기외모에취해서
그렇게도집착을하는외골수적인성향의청년.
마음을다스리지못하는천방지축.
그런어린마음으로하는게사랑이겠습니까?
분노나,
증오나,
미움이나
상한감정보다
오히려더가벼운정서라는생각이승하지요.
그런데도
작가는이를아름답게노래했고
사람들은그작가의글에서아름다움과슬픔을느끼면서
자신의사랑을되돌아보게됩니다.
그런죽음조차불사한사랑이내게는왜없나?
그저아릿한추억뿐이야.
그리고내게있는것이라고는지극히소시민적인
평이한일상……과누추한현실뿐…..
이드라마틱한드라마를위하여
(사실너무나드라마틱하여드라마같지도않는)
비제는작곡을하였고
그음악들은상기도우리에게매혹적이고….
그래서
여름날이른새벽길을
맨얼굴로걸어기도하고
기도할때마다참지독히도변하지않는
천박한성정을새삼확인하며
그래도
살아야하듯
기도하듯이
문득
쟝이죽은시간이새벽이었다는것을
똒똑한(?)제가기억해낸겁니다.
새벽
이른아침.
밤도낮도아닌정말기이한시각.
그시간참무서운시간입니다.
우리나라귀신은대개밤열두시면댕댕거리고머리풀고나오지만
제가만약귀신이라면
바로그시간즉밤도낮도아침도아닌그기이한시간에나타날거에요.
짙은안개피우면서^^*
그시간이사실하루중가장우울한시간이거든요.
육체두깰락말락
정신두깰락말락
역시
하루라는시간도깰락말락…..
그시간에
그런혼미상태에서인생을생각해보면,
살기싫어져요.
쉬흔넘은나이는갑자기예순도일흔도넘은나이가되구요.
오늘해야할일들은아무의미가없어지구요.
몸은무겁구요.
아마쟝은그런새벽을마지했을거예요.
그래서높은창고헛간으로올라갔는데….
거기서돌땅으로떨어지기전아주잠깐이라도
내가본여름날새벽하늘을보았다면…..아,
그가하늘,
열리는하늘의문을보지않는게유감입니다.
만약에그랬다면아무리그가젊더래도그렇게쉽게몸을떨어뜨리지는않았을겝니다.
하긴
그랬다면
아를르의여인은없었겟지요,
글도음악도
그러니
하늘을바라보지않는게다행일수도있겠네요.
이런,참,
하여간바라옵건데
어차피소시민인우리는오늘도살고내일도살아야되니깐
이른새벽에눈이떠지면
그기이한상태에서오래머물지마시고
아무리높은헛간창고에올라가더래도
혹헛간창고없어서
한강다리를올라가신다하더래도
뛰어내리시기전
하늘한번보시라는이야깁니다.
여름날새벽하늘.
4me
2011년 7월 16일 at 12:18 오전
저는능소화를볼때마다박경리선생의’토지’가생각이납니다.
첫머리에찬란한꽃들이피어나는마당을묘사했었나싶은생각이듭니다.
길상이도생각나고서희도생각나고…그래서사랑을떠올립니다.
강은교시인을좋아하시나요?
저도여고시절부터쭉좋아하다가부산에서강은교시인과같은학교에재직하던
남편덕에같은아파트에살면서강은교시인을만났지요.
참감동스러웠는데세월이지날수록강은교시인을바라보는내마음이짜안해지기
시작했지요.참검소한분으로기억하며그분이쓰던시속의분위기와어느정도
일맥상통한모습도만나곤했습니다.저는’비리데기의노래’를읽으며참많은
생각을했었던기억이나네요.
푸나무님덕분에정말잊고있었던아를르의여인도다시금마음으로들어보게되고
아를르지방으로여행도하고싶은마음이살며시올라옵니다.
기분좋은단편소설을읽은듯한마음으로하루를시작합니다.
좋은주말되세요.
물처럼
2011년 7월 16일 at 1:53 오전
지난밤,
오랜만에보름달을만날수있었답니다.
엄청반갑더만요.
사슴의 정원
2011년 7월 16일 at 11:59 오후
대학시절좋아하던노래들으면서푸나무님의글을읽고
감상의눈물이나려하는데어떻게하여야할지ㅎㅎ
책임지세요ㅋㅋ
보리
2011년 7월 18일 at 5:04 오전
하루에한번하늘을바라본다면
새벽이든저녁이든노을지는하늘을보겠어요.
한동안은서쪽으로노을지는시간쯤이면
차를몰고하늘이훤히뚫린곳으로달려가곤했는데…
^^
저도아를르의여인소설도,비제의나른하게구슬픈음악도좋아라했는데
수동적공격성향이란심리학적용어를알게된이후론
그만뚝!했답니다.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