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내가 죽을랑가?

엄마라는젊은말보다는할매라는말이훨씬더어울리는울엄마
그래도내겐울엄마계셔야
나도

상대적으로

젊어지기도어려지기도하겠지요.
엄마가안계시면

맨날누구앞에서나이젠정말어른밖에될수없잖아요.

엄마,

부를때라도
어린사람되어쉬는것,
그런순간이안식이아닐까생각해봅니다.

몇년전엄마와의대화가생각납니다.

아야올해는머시겁나게잘되부렀단말이다.
뭐가?
그냥텃밭에심어논것들이랑저웃밭에심은것들도다말이다.
고구마순도으찌나잘자라나불든지,
깻잎도잘되고도라지도그냥심었더니꽃이징하게이쁘게피어나불고
녹두한주먹심었드니그것도겁나게잘자라났서야.
엄마녹두도콩처럼두세알씩심은거여?
그라제두세알심은디거그서그라고너울거리며자라난단말이다.

작은녹두알갱이두세개서자라난

무성한가지들이눈앞에어른거립니다.
거대한땅의힘이눈에보입니다.

아니단순히땅의힘뿐일까요.
자연의모든것들이어우러져이루어내는들리지않는합창,
식물의소리들,

너무익숙해서아무렇지도않은것들이

어느순간위대하게다가오는경험,
그래서새삼삶이고마워지기도하는

그런아름다움의순간들은
나이들어감의미덕이아닐런지요.

울엄마가갑자기속삭이듯말씀하셨어요.

아야,근디말이다.멋이이라고잘되믄사람이죽는다드라,
옛말에그란말이있는디혹시내가죽을랑가,
아이고참엄마는,벨소리를다하시네.
아니여야,그런말이있당께,
그거야,뭐농사잘되기가쉽질않으니만들어놓은소리겠지,
아니여야,이상해야,내가기운이없어서거름도벨라못한땅이
왜그리잘되것시냐?
뭐가잘되면그임자가큰물건너간다고……

지인의어머님도그러셨다더군요.

글쎄그때울엄마는
누군가의아주흥미로운가십거리나되듯
그렇게은근히,
죽음에대한기대가어려있는목소리로,
속삭이시는겁니다.

요즈음진정한웰빙은웰다잉이라는,
말을많이합니다만
죽음을기대하는목소리로말할수있다면,…..
진정한웰다잉이아닐까,
하기는삶은언제나남아있는자의몫이라
떠나는자는홀홀이갈수도있겠고
남아있는자는그저슬프도록오래오래기억할것이고,

그래도엄마랑이별은
생각만해도
안을수가없을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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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매말에싹이돋고잎이피고/고재종

고들빼기는씨가잔게흙에다섞어뿌리고
도라지는잔설있을때심거야썩지않는다네
진안장귀퉁이주재순할매의씨앗가게
콩씨상추씨아주까리씨며참깨씨랑
요모조모다있는씨오쟁이마다쌔근거리는씨들
요렇게햇볕좋고날따수어야싹이튼다네
흙이보슬보슬해져야간지럼도태우고
보슬비도와서촉촉해져야쑥쑥자란다네
세상에저혼자나오는건아무것도없고
다씨가있어야나온다는할매말에
금세수숫잎이일렁이고해바라기가돌고
배추가깍짓동만해지고참깨가은종을울리는
장터,이제스스로는무얼더생산할수도없이
유복자가해준틀니에등은온통굽었는데
나는작은게좋아,요씨앗들이다작잖아,
요것한줌이면식구들배불리먹인다는할매는
길걸을때면발길닿는데마다씨오쟁이를열어
갓씨고추씨오이씨죄다뿌린다네
할매에겐땅한뼘없어도걸어댕겨보면
천지에온통오목조목씨뿌릴땅이어서
어느누가거두어가든상관않고뿌린다네
누가됐든흡족하게묵으면월매나좋겄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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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종
이시인은나와동갑입니다.
그가바라본진안장터주재순할매나
내가바라보는울엄마허순덕권사는
삶의시인입니다.

나도지금은아니지만
지금보다더한할매가되어서
울손주들이나를바라볼때
우리위영할매는시인이여……

했으면좋겠습니다.

아그럴라면자연과더친해져야할텐데요.
자연의소리를알아듣는귀가
어두워져가는귀와상치하듯

밝아져야할텐데요.

그일환으로이번여름엔
매미소리들을구별해서들어보려고애를써볼거예요.
아침에일어나자마자앞뒤창문열어서매미소리를불러들이고
거실가득매미소리울려퍼지고

그참매미아이들말이지요.
저녁에는절대안울거든요.
근데이른아침아직해가다떠오르지도않는
어둑한무렵이되면울기시작하거든요.
애달파요.
그래,갈길은너무멀고

남은시간은너무짧아서그런거지싶습니다.


2 Comments

  1. 조일연

    2011년 7월 25일 at 5:53 오전

    깊은성찰을주는좋은글,
    생각할꺼리가생겼어요.
    고맙습니다.   

  2. 사슴의 정원

    2011년 7월 25일 at 10:29 오후

    한국에들릴때마다80대이신친부모님들다이제몇년이야기를하십니다.

    그럴때마다증손주보시고돌아가셔야지요.

    하고말씀드리는데

    사람의죽음은언제어떻게돌지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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