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가끔은 핏대를 세우고 싶다

박철상이풀어쓴<세한도>를보면

추사가세한도를그려낸것은제주도귀향시절이었다.

그러나자신을구해주리라믿었던친구황상이죽고

아내마저세상을떴다는소식을듣는다.

어찌살아갈까.

더불어세상은추사를잃어버린듯아무도추사에게말을걸어오지않는다.

이때역관이상적이그에게귀한서적을보내온다.

세한도는그런이상적의마음에대한보답의그림이다.

“이상적의절개를소재로평생연구한필묵법을통해문인화의경지를보여주고싶었던것"

이라고저자는해석한다.

나는그보다더단순하게생각했다.

외로움이멋진그림을만들었군,

유리온실은단파장인햇살을흡수해들인다고한다.

햇살은들어오는순간밖으로나갈수없게된다고.

온실에들어옴과동시에

단파장이장파장으로바뀌어유리밖으로나갈수가없게되는것이다.

우리모두는혹시유리온실안으로들어온단파장일지도모른다.

온실안에들어옴과동시에이미장파장으로변화되어

마음대로온실밖으로나갈수없는,

우리가가장먼저인지해야할것,

단파장이던그래서자유롭던몸이장파장으로변해있어온실을나갈수없다면

살아가는방법은하나다.

아주단순한길!

온실안에서즐길수밖에!

아마말은우리속에있는오래된샘물같은것일지도모른다.

자꾸만퍼내고또퍼내야샘물은맑고깊고시원해진다.

아주어렸을때동네샘이기억난다.

벌써사오십년전의일이니그때만해도집안에샘이있는집이흔하지않았다.

그래서거의대다수의동네사람들은그샘의물을길러다가먹고살았다.

빨래는말해무엇하랴,

이제생각해보면

바가지로물을떠내게되어있는야트막한그샘은

빨래터이면서일종의커뮤니케이션의장이었다.

이런저런세상이야기를하면서,

마음맞는사람이면시집식구들흉도보아가면서

비누질하고방망이탕탕두들기다보면더럽던빨래가아주하얗고눈부셔진다.

물론어린나도친구와함께만나그샘에서빨래를했다.

지금도시원하게흘러가는냇물을보면

반질거리는돌팍위에빨래를주무르던어린시절의상쾌한기분이연상된다.

검은비누를잔뜩묻힌뒤주무르고행궈낸다음다시탕탕방망이두들기고

바가지에물을더헹구고다시주무르면깨끗하게빨려가는빨래!하고싶다.

하여간그렇게많은동네사람이퍼가고빨래를해도

그샘은도대체마르질않았다.

퍼내고또퍼낼수록물줄기가싱싱해지고발달된다는것을한참커서야알았다.

물을퍼내지않으면고여있는샘물은썩게마련이고자연그샘물은도태된다.

혹추론에연상을붙여본다면우리안의질병은

우리안의하지못한말이썩어서생기는결과물일지도모른다.

그러니말도자꾸퍼내야하고고이지않게해야하지않겠는가,

그리하여,

나도가끔은핏대를세우며큰소리로말하고싶다.

검지손가락단호하게꺼내삿대질도하고싶다.

이봐,당신,그래도되는거야,

너정말계속그럴래?

당신,그렇게운전하려면차라리집에가쳐박혀서밖에나오지말아,

사고나면당신이내인생책임져줄래?

그것밖에못해요?

아니겨우그것밖에안되느냐고?

종교인이란작자가말이지,

아니한그룹의리더란사람의그릇이겨우그정도?

대통령당신도말이야,

장관이되어가지고,아니검사면다야?기자면다냐고,

작가?그걸글이라구끄적거리는거야?

나도그렇게핏대세우고싶다……….얼마나시원할까,

그러나하지않는다.

왜냐면축구연습은커녕볼한번차본일이없는내가

축구경기를보면서아아,저어기,거기거기서한번꽝,차주지~~~~

저걸못하니?저걸?아유ㅡ그자리에서차주어야지.시원하게……

거의모든이야기들이

말이이와비슷하다는것을알기때문이다.

이쯤살다보니저절로알게되었다.

남의인생에대해이야기하는자체가

바로축구경기를보며횡수설하는것이라는것을,

볼한번만져본일없는내가하는말이라는것을

상담공부를하는중에가장인상깊었던말은

“가정쓰레기통”이었다.

훌륭한아내,훌륭한엄마가되려면쓰레기통이되어야한다는것이다.

남편과아이들이밖에서가득지니고온세상의쓰레기들을

엄마에게아내에게털어놓을때엄마가쓰레기통처럼척척받아줘야한다는것이다.

그래야,아이들남편이스트레스를받지않고건전한사회생활학교생활을할수있다는것이다.

****

나를멈추게하는것들/반칠환

보도블록틈에핀씀바귀꽃한포기가나를멈추게한다.

어쩌다서울하늘을선회하는제비가나를멈추게한다.

육교아래봄볕에탄까만얼굴로도라지를다듬는

할머니의옆모습이나를멈추게한다.

굽은허리로실업자아들을배웅하다돌아서는

어머니의뒷모습은나를멈추게한다.

나는언제나나를멈추게한힘으로다시걷는다

*****

시인이만든쓰레기통은아름답고크다.

씀바귀꽃모양을한쓰레기통이다

어쩌다제비모양의쓰레기통도있다.

허리굽으신울엄마모습을한쓰레기통도있다.

아마도시인은모르겠지만

시는미소지며속삭인다.

여기내밑에버려,

나는쓰레기를거름처럼먹고자라는시야.

괜찮아,미안할것없어,

소심한나는,

갈수록소심해지는나는

붉은핏대대신가만히그저가만히시를읽는다.

사진은7월29일북한산삼천계곡사모바위


4 Comments

  1. 운정

    2011년 8월 1일 at 8:07 오전

    나도쓰레기통이되어가고있습니다.
    그래야맘이편하지요…   

  2. 푸나무

    2011년 8월 1일 at 2:40 오후

    저두잘하다가도가끔은
    쓰레기통을확엎어버리기도한답니다.^^*   

  3. 쥴리아스

    2011년 8월 1일 at 10:28 오후

    소심함으로가만히시를읽을수도있지만핏대를내면서읽을수시도있을것같은데요..도대체가만히있는성격이못되서리…   

  4. 푸나무

    2011년 8월 2일 at 1:38 오전

    쥴리아스님의글은도무지어려워서
    머라댓글을달수가없습니다.
    아는게있어야
    한마디라도중얼거릴텐데요.^^*

    핏대를세우며시를읽을실수도있다는말씀,
    그럼요.
    접수함니다.하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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