生과 死의 장렬한 파노라마

혼자만의약속이긴하지만

당신에게편지쓰기로마음먹은것이언제던가,

보내지않을편지는내밀하고그래서더욱진실할수있다.

당신외의모든타인은

이글과상관이없으니

아마도그들은못읽고지나갈것이다.

당신이읽어주기를바라는나만의페이소스를,

당신은이즈음무슨책을읽고계시나모르겠다.

나는갈수록책에대한편식이심해지는것같아서내심걱정이다.

어제도내내사막에대한글을읽다가다른책을읽기시작했는데

그책역시사막의식물에대한이야기였다.

책을읽다가멈추고가만히밖을내다본다.

어느순간부터매미소리가지천이다.

소리를시각으로볼수있다면

아마도매미의소리는여름나무이파리못지않을것이다.

며칠전강화에서참나리사진을찍었다.

세상에우화해버린굼벵이,

아니매미였던,

매미의껍질이얌전히도꽃이파리에매달려있었다.

순간,

그렇지,매미의생애가겨우열흘이라고쉽게말할수는없겠구나,

단지사람의눈에띄지않는다는것만으로

굼벵이의삶을

삶이아니라고누가말할수있다는말인가.

오히려땅속에서살아가는삶이저들에겐참의미의평화로운삶일지도모른다.

길게는17년을땅속에사는매미도있다고한다.

2004년5월인디애나주에서는매미가만들어내는거대한쇼가생겨났으니,

17년을땅속에살던애벌레들이다시귀환여행을시작했던것이다.

애벌레가성체가되고

성체는두시간이지나자

날개는투명하고몸은딱딱하게변했다.

무엇보다땅속에서나올때부터그들은다른동물들의아주멋진먹이가된다.

그러나매미도무기가있다.

매미의무기는무엇일까,

그것은바로매미자신이다

즉매미의數가바로무기가되는것이다.

며칠밤사이에등장한매미의수는1조에달했다고한다..

그러니아무리숲에사는숱한동물들이먹고또먹어치워도

매미는씩씩하게나무위로올라갔고

성충이됐고

짝을지었고

알을낳을수있었던것이다.

매미개개의생명은그다지중요하지않다는말씀이다.

매미는매미자신을위한존재하기보다는

매미라는종의공동체를위해서존재하는것처럼보인다.

매미가똑같은시각에등장하는이유이기도할것이다.

사랑을하고알을낳기위해

허락받은시간은겨우열흘,

이런매미의곁에서그해나무의나이테간격이커졌다고한다.

즉17년주기의매미가등장하는그해

폭발적으로나무가성장했음을의미한다.

나무의진을빨아먹는애벌레가그해나무에게는없었던것이다.

뿐이랴.

17년동안나무에게서비축한에너지를죽음으로서다시나무에게돌려주고

매미는홀홀이떠난다.

그렇게주니받거니하며살아가는살기좋은환경의나무가있는가하면

‘존재함’만으로도눈물나는사막의식물들도있다.

당신은아시는가.

육지전체의넓이중삼분의일이사막이라는사실을,

셈에어두운추론일지도모르지만

인생의넓이중적어도삼분의일이상은사막이아닐까연상을해본다.

물론이것은단순히소유나물질에대한이야기만은절대아니다.

우주비행사들이귀환하는중

저궤도에서지구를바라볼때가장인상적인이미지는

사람의흔적이라곤찾아볼수없는사막이라고한다.

이는사람이

혹사막가운데거할때가가장가치있는시간임을의미하는지도모른다.

내가본유일한사막은모하비이다.

오!그랑데(?)를가기위한관문,

버스를타고가는데돌과자갈들이가득한땅에

허리춤에도오지않을것같은

관목들만드문드문솟아나있는사막.

가도가도그길은도대체끝이없었다.

차츰시간이흐를수록그단순한풍경이주는말할수없는장대함이

내속에서미묘한에너지를만들어가던기억이선연하다.

사막의식물들은사막에서살아남기위해서피눈물나는노력을한다.

몸속에수분을일시에많이모아들이거나

저장된수분을앗기지않게하기위하여

바늘처럼뾰족한형태로만들기

가죽처럼질겨지기,

숨구멍의수를줄여깊은땅속으로숨기,

두터운털로스스로를보호하기,

모래언덕에사는갈대는그뿌리가수미터에달하기도하며

사하라사막에살았던아카시나무가죽은후살펴보니

그뿌리가35미터나되었다는사실은정말눈물겹다.

더불어수많은잔뿌리는땅속을샅샅이탐색하는면밀한현미경이다.

사우디아라비아의사막지대에사는예리고의장미는

내내작은뭉치처럼미이라상태로말려있다가

조그마한습기라도감지를하게되면

순식간에넓게잎을펴서생명을만끽한다.

아프리카사막에는노미옥속이란식물이있는데

이파리가반질거리는석회석과같아

냇가에서주운조약돌과구분을할수없다고한다.

그러나우기철이되면그조약돌에서

주황색의커다란꽃이피어난다고하니

참으로놀라운일이아닌가,

더더욱놀라울일은아타카마사막에는뿌리없는식물도있다고한다.

공모양이되어바람부는대로여기저기를굴러다니는식물,

이런지극한모습으로존재하는생명들에게

어느순간비가풍족하게내린다.

바싹마른땅속에서30년동안잠자고있던씨앗들이싹을틔운다.

가지고있는모든에너지를모아서꽃으로피어난다.

그리고습기가있는아주짧은시간동안,

엄청난양의씨를만들어낸다음

다시죽음과도같은휴면상태로들어간다.

생과사의구분법은

思考할수있는인간이란존재의치명적인약점인지도모른다.

하여이즈음책에서얻고자하는것은그저자심한위로가아닌가싶기도하다.

慰勞는감동에서부터시작되고

감동은의외로

생의질김에서부터비롯된다.

매미와나무,

사막의식물.

그순환고리속에서읽어지는생과사의장렬한파노라마

나는당신에게말하고싶다.

나나당신,

지구안의작은매미일수있다고,

혹은현세의삶이땅속의매미이며

내가믿는부활이매미일거라는추론도하게된다고,

이럴때면폭폭하게살아가는인생길이

사막이기도하고

사막의뿌리없는식물이라도되어가는듯

인생,제법작아지는듯한흔쾌한경험을하기도한다고,

그럴때면나는내삶을객관적으로바라볼수있게된다고

당신은나를기특히여겨주실까,

2 Comments

  1. 2011년 8월 4일 at 2:29 오전

    인생,제법작아지는듯한흔쾌한경험을하기도한다고,
    그럴때면나는내삶을객관적으로바라볼수있게된다고.

    비슷한사유로는신라시대의상대사가지은
    법성게(法性偈)에나오는다음과같은귀절일것같습니다.

    일중일체다중일(一中一切多中一)일즉일체다즉일(一卽一切多卽一)
    하나속에일체있고여럿속에하나있어하나가곧일체요여럿이곧하나로다

    일미진중함시방(一微塵中含十方)일체진중역여시(一切塵中亦如是)
    한작은티끌속에시방세계머금었고온갖티끌가운데도또한이와다름없네

    무량원접즉일념(無量遠劫卽一念)일념즉시무량겁(一念卽是無量劫)
    한량없는오랜세월이한생각찰나요,찰나의한생각이무량한시간이네.

    메미의굼뱅이와사막으로바라본
    삶에대한예리한관찰과사유,부럽기만합니다.
       

  2. 나무와 달

    2011년 8월 4일 at 4:00 오전

    책을따로사서읽을필요가없어요…

    푸나무님의이런글들을읽는게훨씬더좋은걸요….^^*
    저는,행복한사람입니다..여러모로.

    푸나무님과같은친구분을둬서요….저만그렇게생각해도좋답니다…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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