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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폐하,
삼가받들어문후드리옵니다.
비록폐하의섭리아래있지는못하지만
폐하의광휘어린존재는
아주까마득한먼나라에사는소생같은필부에게도
아련한기품으로
그립기만합니다.
오늘처럼폭염주의보가내린다거나
매미소리가얼차게들려오면
경하기이를데없는소생은몸과정신따로놀기십상입니다.
사소한일에마음이헝클어지며
작은일에도노여운눈빛으로노려보게됩니다.
여름은
침소봉대가유별나게잘되는,
뭐랄까
감정의기폭제가공기속에그득고여있는듯하기도합니다.
하여갑자기과장된웃음을터트리거나
갑자기우울해져누군가에게삿대질을하는
마음속그림자를자주대하게된다는겁니다.
해가설핏기울어한숨돌리는순간이면혼잣소리로중얼거리는거지요.
이것은내탓이아니야,
더위탓이야.
그러나정말그러겠습니까,
비록사진이지만폐하뒤로펼쳐진옥빛빙산은정말놀랍기그지없었습니다.
아니아무리빙산이라해도결국은얼음일진대어떻게저렇게푸르를수가있는건지,
얼음을하얗게보이게하는공기방울이
아주아주오랜세월동안압력에의해없어져서빙산이그렇게푸르다는설명을
읽고나서는오히려더신비롭던것을요.
얼마나거대한세월을보내왔기에
얼음속의공기방울들이사라져서저렇게푸르게된것일까,
황제폐하께서거하시는남극대륙에는단두종의현화식물만존재한다구요.
세상에꽃이없으면얼마나쓸쓸할까,
하다가
이미황제폐하께서세상의꽃이신데무슨꽃이더필요하랴,
생각하게되더군요.
폐하께서거하신곳은이즈음한겨울이겠군요.
암흑의겨울말입니다.
가을이되어바다얼음이얼기시작하면
바다얼음은하루에4킬로미터씩전진을한다구요.
그리하여구월이되면대륙의크기가실제두배이상으로커진다구요.
가만히눈을감고폐하의나라를상상해봅니다.
그거대한얼음의나라에두발로꼿꼿이서서
황제의상징이라도되듯
누르스름한황금빛털을드리운채
세상을이윽히바라보는황제폐하는
권위의극점이라고해도절대과함이없을것같습니다.
겨울이도래하여사위가얼기시작하면세상의모든것들은
다아조금이라도덜추운나라북쪽으로북쪽으로향하지만
폐하께서는오히려더깊고짙은겨울을항하여
아니무서운겨울이다정한벗이라도되듯
남쪽으로발걸음을옮기십니다.
자연속의모든생물들이가능하면좋은곳에서,
가능하면따뜻한곳에서,
가능하면윤택한환경에서,번식하기를원하는데
황제폐하께서는오히려그깊고무서운곳을향하여나아가십니다.
다음해여름이끝날때까지도녹지않을얼음위가
폐하의궁전이라는것은참으로놀랄만한일이아닐수없습니다.
무엇보다
가을에알을낳아그무섭고혹독한겨울날씨속에서
당신의발위에자리를마련하고
당신의털로감싸서
무려4개월동안이나알을부화시키니말입니다.
검은머리와황금빛털,
흑과백의조화로움뿐아니라
1미터가넘는황제폐하의모습은정말우아하기그지없습니다.
마치그모습처럼
여왕폐하께서는단한개의알을순산한뒤
황제폐하에게로넘겨주십니다.
황제께서는폐하의발바로위에있는육아낭에조심스럽게균형을잡아알을넣습니다.
아,폐하의육아낭온도는외부온도와무려80도나차이가나기도한다니,
차가운폐하의나라에놀래야할까요.
아니면그차가운곳에서묵묵히견뎌내는폐하의사랑에놀래야할까요.
소생의스승님께서도모든사람의영혼은천하보다귀하다라고말씀하셨지요.
이말씀은모두가귀하니서로아껴가며살라는진리의말씀인데
폐하의나라,그리고폐하의국민은모두가폐하이며모두가국민인
완벽한공동체적인삶을살아가더군요.
알을낳은여왕폐하께서태어날아기를위한음식을장만하기위하여
65일간의바다여행을떠나고
영하70도에시속160킬로미터의바람의세상속에서
황제폐하께서는
서로몸을의지하는집합체를만들어
그무섭고혹독한시간을보냅니다.
아주공평하게서로돌아가면서밖을지키고
너무추우면따스한안으로들어가서에너지를얻는
무한의공동체를이루어가며역사를이루어간다는겁니다.
무려160킬로미터를두발로걷기도하는여왕폐하들은
아이들이깨어나는시간을정확히맞추어다시귀환을합니다.
폐하의자손이부화를하는그시간이되면
폐하께서는식도에보관하고있던마지막음식을자식에게먹이고
그제서야먹이를찾아바다로가게되는데
무려115일이나굶은폐하께서는
몸무게가절반으로줄어든다구요.
황제펭귄이란폐하의실명답게조류중최고의기록이라고하더군요.
어디생김새만황제스러운가요.
폐하의그놀라울만한인내심은리더의최상급이아니던가요?
혹한의겨울을보내고
극지방의여름이시작될무렵
가장안전하환경속에서자식을태어나게하는,
자신의안락함보다는
태어날자식을위한그무한배려는
그자체만으로도귀골스러운황제의표상이아닐지요.
무엇보다인간이넘볼수없는
고상한공동체적존재방법은
소생이속한인류의귀감이되고도남습지요.
황제펭귄!
지금도여전히그무서운추위무서운겨울과벗한채
오직삶의목표를이루기위하여인내하고또인내하고있을폐하를기억합니다.
폐하의삶속에드리워진
절대절명의아름다운인내를그리워합니다.
몇자글월로
배움에대한감사와함께
더위를응시해봅니다.
승리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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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liot
2011년 8월 6일 at 2:49 오후
나두껴서….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