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라울 정도로 섹시한 비유
BY 푸나무 ON 8. 6, 2011
특별한일이없는한밤열시쯤나가서
동네에있는700미터공원트랙을일곱바퀴정도걷는다.
얼마전까지만해도트랙에서무리지어걷는사람들을보면서
나는저런운동안하겠다,
냉소를하며지나다녔는데
지인과함께몇번이야기하며걷다보니의외로장점이많다.
우선집과멀지않아서좋고
밤이라썬크림을바르거나옷을챙겨입지않아도되고
(수영이건헬스장이건이게참성가시기그지없는일이다.)
거기다가돈도전혀안드니…..
사람들과부대끼며걷는것을비웃었는데
그게또오히려괜찮더라는말이다.
혼자보다덜외롭고무섭지도않고
혼자걷지만그래도혼자가아니라확실히지루한느낌이덜하다.
400미터정도는약간내리막길과평길300미터정도는약간오르막…..
그뿐아니라트랙주위로나무들이주욱심어져있어서
슬쩍슬쩍곁눈질하면서걸으니금상첨화아닌가?
사실밤에,
그것도가로등불빛아래나무들,
마치질려있는듯한푸르죽죽한녹빛에가로등불빛의광택을얹고있으니,
그렇게혹할만한모습은아니다.
빛은사물을가장아름답게하기위한필수적요소라는생각을내내하면서걸으니
그럼에도불구하고
역시아름다운나무들은있다.
이파리가빼곡한무궁화나조그마한잎들의느티나무나회화나무보다는
밤의오동나무는제법정취가있다.
우선오동나무는가지를옆으로길게뻗으며자라난다.
키에비해가지가유난히넓은나무가오동나무다.
하여품새가넉넉하고여유롭다.
이파리야말해무엇하리.
일엽지추다.
오동잎한잎너울거리며땅에떨어지면
가을왔다고외쳤다고하니(옛날중국사람들뻥인지사무치는서정인지~~~).
그러니당연히나뭇잎나무들사이에여유많아
어둠도슬며시스며들고
어두운하늘도곁에와머물고
더불어내맘깃들기도여여하다.
며칠전어느일간지에오세훈서울시장에대한면담기사가실렸다.
무상급식에대한주민투표만으로버거울텐데물난리까지겹쳐선지
기자의까칠한질문에까칠한답변을쏟아내고있었다.
그중의하나,
무상급식주민투표를‘관제–불법–꼼수’투표라고비난한
곽노현서울시교육감에대해서도‘외눈박이지식인’이라고공격했다.
‘꼼수’는공부많이한지적인서울시교육감나으리의언어치고는
상스럽기그지없는단어이다.
하기는관제,불법,이란거창한단어를이미사용해버렸으니그다음엔
더욱강한단어를써야하는데아무리찾아도없을수밖에,
하여‘꼼수’라는,
고상한나으리들께서난분분나부끼시는정치판용어가아닌
장마당내기장기에나딱어울림직한단어“꼼수”를들고나오신것이다.
이꼼수에대한대항마로젊고잘생긴,
본인은본인의생김새가라이커블(likable)라고하더라만,
시장나으리는
‘외눈박이’란단어를들고등장하셨다.
인간을포함한동물의기형ㅡ이란깃발을들고등장하신것이다.
요즈음사람에게외눈박이애꾸눈이란단어가과연사용되고있는가?
나처럼지극히평범한,
훌륭하지도잘생기지도지적이지도못한
더구다나두분나으리들처럼훌륭한학벌을지니지도못한아지매는
그저먹는음식뿐아니라쓰는단어도그사람의인격을나타낸다고
아이들에게누누이이르며살아가고있는데
앞장선아저씨들께서엄마게가되어옆으로걸으며
우리에게반듯이걸으라고……
하마엄마게처럼돌아보시기나하실는지그도궁금킨하다만,
무상급식이나투표,혹은진보나보수에대한이야기는
하도많은사람이해대서나까지거들필요는전혀느끼지않는다.
우선은누구든지자기앞에닥친이익부터구한뒤생각할것이고
자신의판단이최고가된다.
논리로도되지않고
설득으로는더멀어지며
권면한다면비웃을일이다.
비유해보자면이렇다.
구멍가게사장에게정주영회장이친히찾아와서훈수를두어준다면
구멍가게사장
맞습니다.회장님그대로하겠습니다.할까?
아니,아마도틀림없이그럴것이다.
아,그것은당신경우고당신때와지금은시대가달라요.케이스바이케이스여!
하질않겠는가,
그기사에서또하나반짝이는단어가있었다.
민주당이처음‘보편적복지’들고나왔을때국민이혹한건사실이다.
보편적복지?섹시하지않나.
정말참놀라울정도로섹시한비유다.
복지에섹시함이라니,
그것도보편적복지라는무한량의안정감과만족감과성취감과
미래에대한기대감을고취하는그고상한단어에살짝고명처럼얹히는
섹시!라니
글을쓰다보면사람들의관심이두단어에특히많이꽃히는것을알수있다.
연예인과섹시.
이두가지주제면
특히블로거글은엄청난클릭수를불러모은다.
잘생기고언변좋고감각좋은,
안좋은것은하나(?)도없는오세훈시장은
이미알고있는것이다.
모든사람이섹시함을좋아하지만
섹시함을특히좋아하는이유는본인의‘섹시하지못함’에서비롯된다는것을,
보편적복지에슬쩍섹시함을얹은이유는그래서빤히보인다.
다산이저녁무렵숲주변을산보하고있었다.
어린아이하나가다급한목소리로울부짖으며참새처럼팔짝팔짝뛰는것을보았다.
왜그러니?
아이는말했다.
나무밑에서밤한톨주웠는데다른사람이와서그걸빼앗아갔어요.
다산은탄식하며말했다.
아아!천하에이아이가우는것처럼울지않는사람이몇이나될까?
다산은거기에서깨닫는다.
벼슬도세력도재물도고작아이의밤한톨이란것을,
내가밤에이윽히바라보는오동나무는섹시함과는거리가너무멀다.
아니오히려그반대다.
가늘다기보다는후덕하고
교하기보다는박하다.
섬세함보다는그저편안해보인다.
그래서다들깊은밤오동나무사이로깃드는것일지도……
친절해야좋은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