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말씀드렸었지요.
올봄베란다앞에넝쿨장미를심었노라는,
그아이잘자라나더니꽃,여러송이피어오르더군요.
바로베란다앞유리창에

나만을향해서피어나는장미를보는즐거움이
적지않았었지요.
‘너,삶의권태를벗어나게도하는구나.’
중얼거릴정도로

내장미는유월의길가에흔하디흔한장미가아니었습니다.

내가심었다는이유하나로

꽃지고나서도참줄기차게위로위로자라났어요.
가만두면이층남의집창문까지들여다볼것같아사나운가시에
손까지찔려가며자라나는키를옆으로이리저리붙들어매니제법그늘도됩니다.

오늘아침집에아무도없어서
죤필드의녹텬을아주크게틀어놓고버티칼을활짝올린다음
바로그장미아래푹신한러그를깔고눕습니다.
벌써싱싱한맛은사라져갑니다.

나를이윽히건너다봅니다.
거친가시도구면인듯미소짓습니다.
저가시겨울에도그대롤까요?
아니면가시도잎처럼사라지고새가시가돋아나는걸까요.
겨울과봄사이에관찰을해보아야겠습니다.

식물도자살충동이있답니다.
자살이고통스런삶에서의회피라면

식물에게도그런성향이있다는거지요.
환경이좋지못할때과수원의사과는

아주작은바람에도쉽게떨어지고맙니다.
그것은나무가스스로생장을멈추었다는것을의미하는거랍니다.

온실의화초도주인의지나치게잦은간섭-

쓰다듬거나빨리피어나라고중얼거리면
정말일찍꽃을피워낸답니다.

주인의은혜에감읍해서가아니라
식물학자들은그것을꽃들의자살행위로봅니다.
빨리꽃피우고빨리죽어버려야지.
우리와별다름없는오만한자존심덩어리이지요.

그밑에서
산도르마라이의책‘열정’을펴듭니다.
열정조금전에는책을사람의영혼과동일시여기는
앤패디먼의

“서재결혼시키기의서문과첫에세이-
책을의인화시키는상냥하고놀라운은유가기분을아주좋게하는-을읽었구요.
그조금전화장실에서는은희경의‘아름다움이나를멸시한다’중에서
‘고독의발견’을볼일을보고나서도일어나지않은채내쳐읽어냈습니다.

술이유별나게잘받는날이있다면서요.
제게는책이잘받는날과

계속마셔도또마시고싶은커피갈증날이있습니다.
오늘이그런날이었지요.

이즈음의숲에들어가면

정중동입니다.

초록은단단하기그지없으나

너무단단해서슬퍼보이기도합니다.

이제성숙할대로성숙한초록은

살아온날보다살아갈날이얼마남지않다는것을체득한거지요.

초록열매들은수줍은새각시볼연지처럼

그렇게비내리는속에서도아주조금변해있습니다.

산도르마라이,

헝가리작가의글을읽기시작합니다.

앤패디먼은책을영혼으로보았지만
나는가끔책을나무처럼바라보곤합니다.
책을나무라고연상하는가장큰이유는
나무가오래살기도하지만

나무의죽음은죽음이아닌
새로운시작이기때문입니다.

책의생명도그러하질않을까요.
읽을때도살아움직이지만읽고난뒤의영혼을살찌게하는
그오랜여향말입니다.

‘열정’은분명이즈음의책이아니니묘목도아니지요.
책의표지도그러하고장정도낡은듯해창파를겪어낸모습이
서어나무근육이생기려는즈음같기도합니다.
모든숲은극상림을향해서전진하는데

서나무는극상림수종의하나이지요.
아주아주오래살며천천히자라고그리고또크게자라납니다.
왠지서어나무가지닌그뭉근한맛이‘열정’에는있는듯합니다.
그리고그느낌은그리틀리지않습니다.

작가는찬찬히한사람을이야기해냅니다.
그러나그속에는격랑이휘몰아칩니다.

사십일년의침묵이깨지는시점에서
작가는이야기를시작하고있으니까요.

문장은아름답고
스토리는자연스러우면서도촘촘합니다.
촘촘하면서도성긴여백이있고

그여백가운데그려지는그림이사뭇화려합니다,

흥미로운대비,삼각관계,

가진자의오만과못가진자의침묵,
우정과사랑이섬세하게그려집니다.
무엇보다그가운데크게자리한배신은
쌓아온세월만큼.쌓아온신뢰만큼크고무섭습니다.

어느사람의사랑은어느사람에게배신이고

어느사람의신뢰는
어느사람에게격렬한비겁이됩니다.

신뢰와비겁이자리한우정은
사십일년이란긴세월의침묵을불러오고평생에걸친복수는만남이됩니다.

그들모두를관통하는그리움과열정.
작가는그것을열정이라고이름했지만
제게는인내와수용으로보이더군요.
인생을깊게사유한자만이할수있는
無에대한투명한성찰이라고나할까요.

마지막주제가극명하게들어나는부분에서
번역이주는아쉬움이없진않았지만

나뭇가지하나성하지못한다한들
서나무굵고멋진모습이어디가겠습니까,

나도칠십다섯쯤되어서
주인공헨릭장군처럼
내삶이아주잘보이고

내삶에대한명징한결론을내릴수있다면,
하는바램이생기더군요.

오랜만에햇빛드는날입니다.

햇살이낯설어보일정도이니

울증이생길수도있다는뉴스앵커의말도그다지과장은아니었던듯,

아침햇살을바라볼때생각들어오더군요.

사실뉴스시간에비오는날이많아서

우울증…..어쩌고하길래

속으로는아이고,방정맞기는…….했거든요.

그나저나

가는여름배웅잘하시길빕니다.

다시는못만날헤어짐이잖아요.

저야~~~

녜에,

저두잘해야지요.

<웃음의힘>

넝쿨장미가담을넘고있다
현행범이다
활짝웃는다
아무도잡을생각않고따라웃는다
왜꽃의월담은죄가아닌가
반칠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