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감별법
BY 푸나무 ON 8. 29, 2011
이즈음누군가물어주었으면좋겠다.
당신의가을은어디쯤부터어떻게시작하는지………
그렇다면나는나만의가을감별법을친절하게알려줄것이다.
가을은
절대얼마만큼시간이흘러서다가오는것이절대아니라는것을,
여름의양이가득차서
슬며시물러나는것이아니란것을,
그보다는
내내과도한위엄부리며서있다가
갑자기이게아닌데,
홀연무엇인가를깨닫는시간,
그래서갑자기허리가부드럽게휘어지고
구름담벼락에슬며시기대서는즈음,
가을문열렸구나중얼거려도된다는것을,
물론햇살의허리춤이야기다.
어느날,
조금이른아침
어둠과밝음의따악중간즈음
창문을열면습기말라가는나뭇잎향짙고,
갈길바쁜寒蟬ㅡ매미의소리에가슴이저며오면
(왜이른새벽들려오는부지런한매미소리는저다지도구슬픈가)
그렇게무념이잠시서있을때
단풍나무사이로햇살이비스듬하게스며들어오고.
단풍나무잎의위와아래가선명하게달라보인다싶으면
말하자면
모든존재의그림자가습기걷힌대기안에서선명해지는때,
그때를가을의시작이라고단언해도된다.
설거지를한뒤
손이혼자있기를싫어해서
괜히서로비벼주기를원하거나
거기로션좀발라주지?
여름내내조용하던손바닥이중얼거리기시작하면
그렇지,
손바닥바스락거리는소리를秋聲으로여겨도충분하다.
더불어그렇다.
어제보다좀더,
그제보다조금더,
보이는것들마다그림자를달고있거나
혹은선명하게그림자가보이면
누구나그림자라는존재에유념하게되고,
마치그들의친근한벗이라도되듯
悲나哀를떠오르는데,
나는그것을가을의포획술이라본다.
사실이둘은나뭇잎아래위처럼
거의비슷하거나거의같으면서도
아주다른독특한양상을지니고있으면서
그래선지
여름에는잘보이지않던그림자를가을이면내비치는변덕,
혹은양면성이라고해도무리없는딱그지점에자리하고있다.
이미팔월의나뭇잎들은극점을지나서내리막길로들어서있다.
그러니나뭇잎그림자가짙어짐은
투명한가을햇살의총애와대비되어
‘우륵’의비애와도흡사하다.
우륵,
우륵이라고가만히중얼거려보라.
울먹이는듯,
슬픔을속으로기어이참아내고있질않는가.
그는가야국성열현(省熱縣)사람인데
나라가망한뒤자신의나라를침범한진흥왕을찾아간다.
가야금을매고가서
진흥왕에게살려주세요.당신발아래있게해주세요.말한다.
가야금을매고원수를찾아가는그의발걸음과
그의心思,를
가을이면한번쯤
의식처럼기억하게된다는것이다.
이렇게살아야하나,
이렇게라도살아야하나를하마천번쯤만번쯤되뇌지않았을까,
무겁고무거운발걸음을
등에길다랗게맨가야금이오히려툭툭밀었을지도몰라.
그래서겨우진흥왕앞에도달했을터,
그는아마목숨때문에살고싶었다기보다는
가야금때문에살고싶었을것같애,
진흥왕은우륵을현재의충주인국원(國原)에머물러살게했다.
그리고주(注知),계고(階古),만덕(萬德)이란세젊은이를보내가야금을배우도록했다.
우륵은이세명의젊은이를받아들여가야금11곡을모두전수하였는데,
(그열한곡을남기기위하여진흥왕을찾아갔을거라고나는생각한다)
그러나그들젊은제자들은11곡을전수받은뒤번거롭고음탕하다하여
왜아니그렇겠는가.
나라를잃어버린정처없는슬픔속에서
끝까지목숨을부지하는자의굴욕과한이배어있는음악이었으니,
이를다시5곡으로개작을해버렸다.
우륵은처음엔크게성을내었으나
이들이연주하는가야금5곡을듣고난뒤에는
매우감탄하여이렇게말했다고한다.
"즐거우면서도방탕하지않고애련하면서도슬프지아니하다
樂而不流哀而不悲."
사람들은추측한다.
우륵은제자들의음악에서새로운시대의음악을느꼈을거라고,
그래서그음악을받아들였을거라고,
과연그뿐일까,
아마도그에게는평생살아있는목숨자체가슬픔이지않았을까,
슬픔이호흡이되지않았을까,
그래서수많은슬픔의결을알아채지않았을까,.
그가참기어려운굴욕까지감수하면서지켜낸목숨과같은음악이
그가가르친제자들에의해
마치부활체처럼전혀다른모습으로태어날때,
더군다나그음악이오히려그가품어온음악보다더깊고오묘한
그가생각지못햇던음악이었을때,
애련하면서도슬프지아니한,
‘哀而不悲’로현현되었을때,
그는무엇보다참쓸쓸했을것같다.
그래서슬픔의결중에가장근원적인질감을나타내는쓸쓸함을
혹哀而不悲로표현하지않았을까,
친정아버지돌아가신지여러년,
여전히아부지생각만하면가슴저린대목하나.
이상하지,
사소하다면사소할수도있는부지불식의아주짧은사건하나가
어떤불효보다더가슴아프게각인되어있으니,
무슨이야긴지기억도나지않는데거실에서우리들은웃었다.
생과사를넘나드는아부지가아픔에겨워누워계시는데,
문하나사이에두고아픈아부지가들리게
엄마랑우리형제들은웃었던것이다.
웃다가아부지생각이났다.
그래서우리모두는얼른웃음을그쳤다.
그렇다고이미터져나와아부지귀로들어간읏음소리조차회수할수는없었다.
세상에,
우리들의웃음소리가들려올그때,
아부지얼마나쓸쓸하셨을까,
이미다른생을살고있구나.
나떠나도너희들은그렇게웃으면서살겠지.
아,몸의아픔보다그쓸쓸함이더아프지않았을까.
딱이무렵이다.
가을의초입,
아픈아버지를쓸쓸하게만든불효는시간흐를수록더욱짙어간다.
아마도기억이살아있는한
아버지의쓸쓸함은,
아버지를쓸쓸하게만들었던웃음소리는
더욱쓸쓸해지며나와동행할것이다.
아부지계시지않는친정집뜨락에는
익어가는무화과나무열매는여전히살이차오르고있을것이며
바로밑장독대아래쪽에서는
물기말라가는수선화가포슬거리며
이별할진영을갖추어가고,
지붕위제암산쪽하늘은날마다조금씩누군가진한쪽물을들여오듯
푸르게푸르게변해가고있을것이다.
(상략)
모름지기시인이다소곳해야할것은
삶인것이다
파란만장한삶
산전수전다겪고
이제는돌아와마을어귀같은데에
늙은상수리나무로서있는
주름살과상처자국투성이의기구한삶앞에서
다소곳하게서서귀를기울여야하는것이다
그것이비록도둑놈의삶일지라도
그것이비록패배한전사의삶일지라도(시인은모름지기/김남주)
모름지기시인만삶앞에다소곳하랴,
다소곳귀를기울여야하랴,
당신의가을은어디쯤부터어떻게시작하는지………
라고누군가가내게묻는다면
당신의가을은어디쯤부터어떻게시작하는지…..
나도당신의가을감별법이궁금하다.
나는당신에게다소곳이묻고
당신의말을다소곳이들을준비가되어있다.
아,별첨인데
밤에입는옷인이불이다시보이기시작하는즈음이기도하다.
조일연
2011년 8월 29일 at 1:08 오전
탄금대올라가는길처럼보입니다.
거기는가을이아름다운그리운곳인데.
돌아가신아버지께는사랑때문에
미안함이늘남아있지요.
푸나무
2011년 8월 29일 at 7:13 오전
탄금대는사시던곳이라
가을되면더욱그리우시겠어요.
아부지……..
우리모두그렇지않을까요?
유심히글을보셔서
음,
감사하고
더불어조심스럽기도합니다.^^*
참스리랑카에도가을이있나요?.
보리
2011년 8월 30일 at 12:22 오전
저만의가을감별법은햇살의두께가얇아지는것이
눈에들어온다는거에요.
햇살은얇아지되시야는더욱투명해지는그런날이
어느날문득찾아오거든요.그투명함이어찌나선명한지
태양의열기로가득찼던여름동안엔아무것도
보지못하고살았던것처럼놀라움을안겨주지요.
가야금의명수정도로만알고있던우륵이란인물이
갑자기아주생생한느낌으로다가옵니다.
마치내가긴가야금을메고진흥왕을만나러가는
느낌이들정도로요.
우륵이정말그랬을까?가아니라
정말그랬을거야하고고개까지주억거리게되네요.
앞으론문득삶이무겁게느껴지는순간이ㅡ찾아오면
십자가와ㅜ더불어우륵의가야금도떠오를거에요.
^^
푸나무
2011년 8월 31일 at 2:49 오전
나는이즈음걸으면서
아,우리동네공원에700미터정도걷기위한트랙이있는데
걸으면서기도를하곤해요.
몸은
기도를하는것이아니라걷고있는데
오히려기도는무릎꿇고하는것보다
더간절한것같으니……
이게무엇인지
생각해봐야할것같아요.
보리님가을감별법
다소곳하게….^^*
equus
2011년 9월 6일 at 6:45 오전
그따갑던햇빛의편들이(햇살)어느덧다정하다고느껴질때–
푸나무
2011년 9월 6일 at 1:13 오후
먼데뒤에서바라보시는분은
좋기도하고무섭기도함.^^*
필리핀은가을이선명하지않지요.?
아니가을이없나요?
보성엔안오시나요?엄마한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