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마음속에는상반된취향이혼재해있다.
가령조용하고고급한분위기를선호하는가하면
시장바닥같은소란스러우면서도거칠고싱싱한장바닥역시좋아한다.
정교하게꾸며진화려한정원에넋이나가는가하면
사람의손이닿지않아잡초무성하게솟아난들길도마음속으로스며들어온다.
장미원에피어난기이한빛깔의화려한장미를보고도감탄하는가하면
이즈음아침이면피어나는보랏빛닭의장풀이얼마나섬세하게생겼는지…..,
지난여름미국에서온조카아이와딸아이를에버랜드에데려다주었다..
아주오래전아이들어렸을때몇번가보고난후처음이라고속도로입구에세워진
거대한형상의에버랜드표지를보는순간
혹도로시처럼낯선나라로빨려가는것아닌가라는생각이벌쭘(?)들었다.
차편도불편했고멀기도하여
오후다섯시쯤다시픽업하기로하고헤어졌다.
물론그냥기사노릇만할리는없다.
나도즐겁게놀아야지.
차를몰아호암미술관으로향했다.
여름기운을그득실은벚나무길이주욱이어진다.
사람없는호젓함과잘가꾸어진청결한길이입구부터품새를달리한다.
비록모조탑이긴하지만다보탑과현묘탑을거느린미술관은거대한풍채이다.
차경의원리를사용했다고하지만주위를압도하고도남을만큼위압적이기도하다.
미숧관뒤뜰의후원은화계로이루어져있다.
화계란말그대로계단식정원이다.
창덕궁의화계가아담하고조촐하다면
희원의후원은창덕궁과는비교할수도없이크다.
호암미술관을주욱관람하고
오늘의목적지인삼성(?)의정원으로들어선다
우리나라전통정원이라는별호를지닌
<희원>은
전통정원이라기보다는
궁중정원이라고불러야더맞을듯,
그럼에도불구하고전통정원이라는단어를고집하는것은
명품으로감싼여인이
입으로만
‘시장옷을좋아한다.’고말하는것과비슷하다는생각도슬쩍들었다.
희원입구의보화문은덕수궁의유현문을본떴다고했는데
그윽한아취보다는크고화려함쪽에기울어있는듯,
그래도바로이어지는‘매림(梅林)’은참좋다.
비록매화철이아니더라도여름의매화나무는싱그럽고단단하다.
그아래무성하게자라나있는푸른고사리들
그리고송악사이사이에서있는“벅수”!
이벅수가
마치꽃처럼여기저기피어나(?)있다.
가만이벅수나으리들께서자신을꽃에비유한다면
그사랑스러움에좋아하실까,
그덧없음에눈살을찌뿌리실까,
내고향에서는융통성없고약간부족한사람을
아이고이,벅수야!!라고하기도했다.
그벅수는배를묶어두기위한말뚝을이름하는것이라생각하지만
장승벅수를그벅수라한들별무리없을듯,
벅수는장승의다른이름이다.
우리가일반적으로보는크고기이한장승이아니라
작고아담하며돌로만들어진나즈막한크기의장승들이다.
돌이지닌단단함때문에라도
그생김새는단순하지않을수없다.
그러면서도수많은표정을지니고있는장승이다.
사실벅수는희원의한축이라고도할수있었다.
또한벅수는
희원주인의상반된상황내지취향을여실히보여주는것같기도했다.
화려하지만화려함에머무르고싶지않는
소박간결에대한간구를지닌,
왕이살던궁중보다도더크고화려한미술관
그리고왕의것보다더거대한정원,
그러나이시대민중을떠나서는그어떤것도존재할수없다는것을
너무나잘아는그들이기에
벅수에관심이갔을까,
음양오행설에입각한미술관앞의양대와월대처럼
럭셔리함으로치우치는천칭의축을
아마도벅수의무게로다잡지않았을까,
벅수를주요소재로삼고있는희원은
은근한‘길의소통’을염두에두고있는듯했다.
미술관과소원,간원,주정등,
그들모두는각각이면서도
서로부드럽게연결되어자연스레흐르고있었다.
꽃담인가하면흙길이나타났고
돌담인가싶으면자그마한소롯길이나타났다.
풀을바라다보면잘생긴소나무가청정하게솟아나있고
연못에두발을담근관음정이나타나면
주정에있는백일홍꽃들이흔들거렸다.
같으면서도다른,
다른듯하면서도닮은길을걸다보니
길이주는흥취때문에더위조차물러나는듯했다.
오래된,
하나뿐인,
왕족이사용한,
더불어소박한민중의뜻이배어있는,
해학이어려있고나름독특한결을이루어내는
청자,백자.청화백자들과눈맞춤도자주느낄수있는즐거움은아니다.
장승업의그림속에서만나는날카로운매의눈을바라보면더위가잊힌듯시원하다.
희원을걷다미술관엘들어갔다가다시희원을걸었으니
열시부터오후두시까지네시간가량미술관과희원을오가며아주혼자잘논셈이다.
그참,
희원에는공작새한마리가그넓은정원을벗삼아유유자적거닐고있었다.
살아서움직이는색깔어여쁜,사람무서워하지않는새한마리
(혹은여러마리?여기저기서보이곤했으니)가풍겨내는분위기가
어쩌면그렇게사람을홀리는지,
여기저기마음대로다니며느긋하게풀을즐기는공작새는희원의백미였다.
Share the post "벅수를 아시나요?"
equus
2011년 9월 2일 at 7:03 오전
이렇게멋진미술관이있군요.리움에는가보았는데-
보면볼수록그윽한색갈의날개와털을가진신비한새-공작,유유히걸어다니고.
Lisa♡
2011년 9월 2일 at 2:13 오후
보라넘예쁘고눈부셔요.
제가가장좋아하는장소..희원.
ㅎㅎ–벅수가그렇군요.
무무
2011년 9월 21일 at 4:33 오전
배경음악에맘이더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