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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풍6년10월12일밤이었다.옷을벗고자려는데달빛이창문으로들어왔다.
기뻐서일어났다.생각해보니함께즐길사람이없었다.마침내승천사로가서장회민을찾았다.
회민또한아직잠자리에들지않고있었다.서로함께뜰가운데를거닐었다.
뜰아래는마치빈허공에물이잠겼는데,물속에물풀이엇갈려있는것만같았다.
대나무와잣나무의그림자였다.어느날밤이고달이없었으랴.
어딘들대나무와잣나무가없겠는가?다만우리두사람처럼한가한사람이적었을뿐이리라.
(元豐六年十月十二日夜,解衣欲睡,月色入戶,欣然起行.念無與樂者,
遂至承天寺尋張懷民.懷民亦未寢,相與步於中庭.庭下如積水空明,
水中藻荇交橫,蓋竹柏影也.何夜無月,何處無竹柏,但少閑人如吾兩人耳.정민역)
소동파의「승천사의밤나들이(記承天寺夜遊)」란글이다.
문득글방의별호가서정채록인데
집쥔은과연서정을아는가의문이들었다.
핑계같지만우선달빛들어오는창문이내게는없다.
희뿌여한가로등빛이달빛을제끼고서서잠들어있는나를파수할뿐이다.
하긴세상속에너무깊이잠들어있어소삭거리는달빛이나를어루만진다한들
깨어날수나있으랴,
옅고부드럽고순후한것들이무수히내곁을스쳐지나가도
독해진살갗은미미한열림도떨림도없다.
하다못해죽음을봐도무덤덤하니가까이살던삼촌이
돌아가신지두어달지났어도
아짐슬퍼?삼촌안계시니?
그런가벼운질문속으로삼촌의사라짐을기억하고있다는증표로삼고있을뿐이다.
글쓰는것을좋아하는사람이라그에대해한꼭지쓰고싶은마음이왜없었겠는가만
똑똑하고명석한외갓집식구들과는다르게,
태어날때부터짜잔(?)하게태어나
외할머니와고아원원장어머니와의합작으로
겨우겨우고아아내를얻었고
그아내덕에평생을산사람,
나아주어렸을때아주늦은밤이나이른새벽이면
우리집합수(재래식화장실의내용물을이른전라도말ㅡ
여러갈래의물이합해져서흐르는합수를거시기에사용하는유모어,
혹은그럴듯한폼이엿보이는말이다.
아니면거름으로사용하는거시기에대한공칭이었을까?)를퍼주었던분,
그럴듯하게멋진말한마디도못한채
언제나그저남의말에
그렇제,그렇제,
평생긍정만하고살아오신분,
그렇다고아주순박하고좋은사람도아니어서
치매걸린외할머니에게했던행동을들으면,
사람이부족하면그럴까?정말콱~!몽둥이로때려,라도주고싶은,
오죽하면울엄마,
니가사람이냐,잉사람이여?하셨을까?
그래서였는지도모르지만나는그의죽음에무감각했다.
도저히무엇인가를적어낼수가없었다.
적다,라는속에는기억할만한혹은아름답지않더라도진득한,
무형의적막함이거나,구슬땀,슬픔이라도있어야하지않겠는가,
기쁨은서정의한부표일지도모른다.
세상모든만물속에격이자리하고있듯이기쁨에도역시격이존재한다.
소유로비롯된기쁨은저급의기쁨이요
성취로생겨나는기쁨이중급이라면
자연에서얻어지는소소한기쁨이야말로고급한기쁨일것이다.
그러니달빛을보고기뻐하는소동파그이야말로
지금서정의접점에있는사람인것이다.
서정의속성은부지런함이다.
아무리아련한달빛이들어온다한들,
잠자리에그냥누워있으면달빛대신잠이들이찬다.
서정과함께하려면피곤한몸일지라도
아주깊은시간이라도자리를차고일어나
방문을열고달빛에게로나아가야한다.
그달빛아래뒷짐을지고서성거릴수있어야한다.
계절이가는소리를들어야겠지,
혹시계절이오는소리가들릴지도몰라.
거칠고사악한관계나손익으로가득한마음속
달빛으로씻어내며
아니달빛으로몰아내며
그저마음속에환한달빛만그득해질때까지그는서성였을것이다.
달빛으로충일한마음속에문득이달빛을같이하고싶은벗이그리워진다.
그는달빛처럼휘적휘적걸어벗이있는곳에다다른다.
벗역시잠자리에들지않고있다.
혼자걷던달빛아래벗과같이걸으니달빛은더욱환해진다.
혼자품던달빛을벗과같이품으니저절로시심이그득해진다.
혼자있을때는그저달빛이더니
벗과같이하니
달빛이물이되어온뜰을가득히적신다.
대나무와잣나무는물풀이되어오히려더고요하다.
벗과나도물속의선인이된다.
어딘들달있고어딘들대나무잣나무있지만
뜰아래가득히빈허공에물이차오르고
그투명한물빛속을거니는그와그의벗은다른세계의사람이다.
그는한가한사람閑人如이라고적었지만
그의한가함은서정이다.
서정은
삶을여유있게살아가는자만이바라볼수있는,
누릴수있는,
삶이숨겨놓은보물이거나선물일것이다.
흰이슬이내린다는백로時이다.
하늘의북두칠성이서쪽을가리키면푸른풀잎위에흰이슬맺히는데
별빛흐리고
흐린별빛핑계삼아별을바라보지않은지오래니
오늘밤이라도
하늘위의국자북두칠성이라도바라보아야할것인가
바라보면서
서쪽은어디인가,
겨울이어디에서오는가,
궁구하며
서성이다
풀잎위에맺힌이슬에
발을젖게하는
가을맞이라도해야하지않겠는가,
그리하면
혹
내삶조촐해져
초가누옥의이름에조금이라도걸맞아지려는가,
내가이제까지바라본동상중가장인상깊었던,
정말시인스러운(?)서호에있는소동파동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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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슴의 정원
2011년 9월 15일 at 3:26 오후
지금북두칠성끝에초신성이떠있습니다.
우주와인간그리고마음의평안조화시키기위하여도가필요하겠지요.
가을에젖는상념같이하다갑니다.
푸나무
2011년 9월 16일 at 2:07 오전
제가아는유일한별자리는북두칠성인데….
초신성이보이나요?아무에게나?
사실도시에서살면별바라보기도힘들어요.
별은건물뒤에도잘숨거든요.
Lisa♡
2011년 9월 16일 at 10:45 오전
서정….좋은말입니다.
저는저급한기쁨을찾아서헤매지만
고급한기쁨도매일누린답니다.
그러고보면행복한사람이라겠네요.
푸나무
2011년 9월 16일 at 2:09 오후
리사님은
늘행복해보이세요.
제가보기엔언제나고급함속에서사시는것같고…..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