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엔 더욱 좋은 서호

여행을떠나기전정민선생의글에서소동파의글몇수를여러번읽었다.

항주에는차로유명한용정이있고고산(孤山)밑에는석실(石室)이있고,

석실앞에는육일천(六一泉)이있고그샘물은맑고도달고,

수성원의대나무는웅장하고

영은사꼭대기에서삼십년동안내려오지않던스님도만나보고싶고……

소동파가오래전에갔던항주를다시갈때들려볼곳을적은글이었다.

보나마나가보지도못할곳이지만여행에대한풍미가솟아나게하는대목들이었다.

내친김에그가쓴적벽부도찾아서읽었다.

적벽부는고등학교때읽으면서도어렵다고생각했는데여전히지금도어려웠다.

주인없는자연에대한심사는내심가까워진듯하나,

이슬비껴간강둑이랄지하늘에맞닿은물빛,작은배위에서의신선이된기분은

여전히오리무중이다.그래도말했다.나에게,

여행의준비를시몇수로하는것,상당히괜찮지않나?

하늘에는천국이요지상에는소항(소주와항주)이라는이야기가전해져오는항주,

중국의사대미인의하나인서시가항주출신인데

소동파시인은아이름다운호수가마치서시처럼아름답다하여

서자호라고부르기도했다고한다.

서시는서호를“아침에도좋고,저녁에도좋고,비오는날엔더욱좋아요.”말했다는데

비는내리지않았지만는개라불러할만한자욱한안개속에서호에다다랐다.

호수가보이는초입에서돌로만든커다란석상이있었다.

직감으로오소동파!!!를맘속으로발했다.

소동파의동상은동상이라는굳어있는단어가멋쩍을만큼매우시적이었다.

알맞은몸피와후리후리한키.

체구에비해서는조금작아보이는그래서더욱섬세함이들어나보이는얼굴,

머리위의모자와풍성한턱수염은천여년전의사람이라고는생각할수도없이

도회적인세련미를풍긴다.

뒷짐진한손은삶의여유를나타내고

바람불어흔들리는옷자락은사물에서느끼는시인의떨림을나타내었을까.

거의돌자체의순순한상태로둔다리쪽의마무리는작은것에급급하지않는

그의대범함을나타내주는것같기도하다.

그러나무엇보다저하늘끝을아득하게바라다보는눈빛은

날카로워보이면서도지극히서정적이질않는가,

삶의의미를관통하는그무엇인가를진지하게찾아헤매는사유하는눈빛아닌가.

소동파는1089년부터2년간항주지사로부임했다.

그러나그때서호는무성하게자란물풀과물아래의토사로인해과거에보았던

아름다운서호가아니었다.

소동파는당시20만명의민간인을동원하여소동파의이름을딴‘소제’라는긴제방을쌓게된다.

서호는다시예전의아름다운모습을되찾았을뿐아니라

그제방으로인해서호의아름다움은색다른품격을지니게되어서호절경중의하나인

소제춘효(蘇堤春曉)ㅡ이른봄아침안개속의풍경이생겨났다.

먼길을호수때문에걸어다니던백성들은제방을통해지름길을갖게되었고

수초로인해가뭄대비를하지못한백성들은물이풍성해지게되었다.

고마운마음에소동파에게돼지고기를갖다바쳤는데

소동파는가계에전해져내려오는요리법으로만든고기를

다시일하는사람들에게골고루나누어주었다고한다.

그것이바로항주의유명한요리동파육이다.

서호에는버드나무가물가로주욱심어져있었고마치바다처럼드넓어보였다.

호수앞에서는순간아름다움은슬픔과동일한선상에있다는것이느껴졌다.

그만큼사람자욱한호수는홀로슬퍼보였다.

그러니버들가지새순움터오는봄밤이면어떠랴,

달빛가득히물위에내비치면어떠랴,

저단아한물빛위로배를띄우면어떠랴,

멀리보이는백거이가만든백제의단교에는여인이된백사의이야기가얽혀있다고한다.

진부한스토리다.

오래된뱀과남자

그를진심으로사랑한뱀,

결국진심을알게된남자,

언제나가슴을치는것은진부함이라는것이나는늘놀랍다.

서호의달이야기도들었다.

탑세개.다섯개의구멍탑에불을켜면달이되고

하늘위의달물위의달,

아,술잔위의달도세야하고당신과내마음속의달도세야한다.

백제를만든백거이는술만먹으면달을잡겠다며

물속으로손을넣다가서호에빠지곤했다고한다.

다행히그리깊지않은곳이라살아나기는했다는데

어느땐지서호보다더넓고큰호수위에서술을마시다가

역시그버릇이도진바,

달을잡으려다가실제로죽었다고하니

참으로시인다운죽음이아닌가,

호수에물은미풍속에서소리를내며찰랑거렸다.

전기로충전되어가는유람선을탔는데

꽤오랜시간을배위에서호수의물이내는소리를들었다.

가이더말로는

서호에는풀을먹는거대한초어가산다고했다.

풀을먹는물고기라……

물속을뚫어져라쳐다보았지만당연히초어는보이지않았다.

혹시라도눈이부딪힌다한들뭬그리다를까만,

호수를본건지,

호수를마음속으로밀어넣은건지,

스토리흐르는과거속으로들어갔다나온건지.

스토리가내곁에서이야기를한건지,

항주의서호는그저아득하기만했다.

**:이년전이무렵항주서호에다녀온여행기다.

소동파글을쓰다생각나서올려본다

5 Comments

  1. jh kim

    2011년 9월 16일 at 6:04 오전

    오랬만에
    항주서호를다녀온기억을더듬게해주셔서진심으로감사드립니다
    세밀하게세심하게
    너무도잘보았습니다
    고맙습니다   

  2. Lisa♡

    2011년 9월 16일 at 10:42 오전

    저기저선생님동상은소동파인가요?

    아님노신인가요?

    중국다녀오셨군요.   

  3. Lisa♡

    2011년 9월 16일 at 10:43 오전

    앗..앞의글읽으니소동파네요.

    근처에서노신동상을본것같아서.

    긁적긁적~~   

  4. 푸나무

    2011년 9월 16일 at 2:08 오후

    노신동상도그곳에있나요?
    전못보았어요.

    전이동상보면서소동파가더좋아지더라구요.   

  5. 빛과 그림자

    2011년 9월 17일 at 12:03 오전

    흐린날다녀오셨군요.아쉽습니다.하긴안개낀날도많더군요.그리고최근에중국하늘들이대체로스모그현상에시달리더군요.
    사진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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