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시방 그것이 머시여?

가을은자전거타기에가장좋은계절이다.
바람은선선하면서도부드러워

스쳐지나가도좋고

옷깃사이로스며들어와도살갑다.
하늘은푸르르며

햇살은맑고순후하다.
나무그늘사이로투명한햇살이길게스며들어와

일렁이는선명한빛의공간을만드는시간들.

시간이나면자전거를타고공원으로간다.
이즈음그곳에는벌써나무와나뭇잎들의이별조짐이느껴진다.
바람가볍게불어올때마다나뭇잎부딪히며내는바스락거리는소리,
여름에는전혀들리지않던선연한

그소리들은혹시그들만의오롯한이별의언어가아닐까?
벌써헤어져야만할시간이다가왔네.

보고싶을거야.

우린다시만날수있을까?
못만나더라도건강해야해,
바스락거리는소리속에서풍겨져오는

나뭇잎말라가는향기는아늑하고정겨워
저절로시골친정집뜨락으로데려가곤한다.

아버지손길그득한윤나는동백나무,

색색의꽃을피워대는철쭉들,

나비의더듬이처럼꽃술이솟아나있는풍접초와

화려하게피어나있는협죽초

붉은계관화

남보랏빛과꽃위에서익어가는무화과나무.

댕그렁댕그렁소리라도낼듯열매가득매달고있는박태기나무.

셀팍가에심어져있는노오란금불초.

그들위에가득히내려앉을눈부신가을햇살들.

아,이제

아버지안계신집,

엄마떠나버린옛집은

그래도여전히뜨락가득가을햇살들이찰것이고

나무와꽃들은슬프도록우련한가을햇살아래

햇살만큼선명한그늘을드리우고있을것이다.

공원의중간쯤인광장으로들어서니

며칠전부터보이는풍경이여전히재현되고있다.
부부의나이는아마육십대중반쯤.

살이좀있어보이는아내가탄자전거를뒤에서잡아주는것이쉬운일은아니리라.

아내는자전거위에올라타려애쓰고있고

남편은자전거뒤를붙잡은채벌겋게상기되어있다.

-아,자전거휘는방향으로몸을휘라니까,그렇게하면절대안넘어져요.

부부의곁을가깝게지날때마다들려오는소리이다.

자전거는엄밀하게이야기해본다면일종의균형파괴이다.
휘는방향으로힘을모아준다면결국은휘는방향으로넘어질수밖에없는것이
우리가살아온혹은배워온균형감각이다.
그런데자전거는자전거위에서만큼은그것을버리라고주장한다.

자전거를배울때

수없이넘어지면서도여전히우리는자전거넘어지는방향으로내몸을주지못한다.
그러나어느순간,

자전거를타고바퀴를구르며앞으로나갈수있게될때ㅡ
전진하다가돌발적인상황앞에서자전거가옆으로넘어지려할때ㅡ
자신도모르게몸이자전거방향으로저절로휘어지는현상이생기게된다.

그이상한일뒤에다시우뚝서게되는자전거위의나,

낯선자전거의균형법칙이우리의몸안에내장되어있다고

나는생각한다.
그리고삶의상당부분이그러하듯이.

그것은배워지는것이아니라

발견되는거라고…………

아마엄마는쓸쓸하셨을것이다.
아버지곤히잠드신깊은밤.

아버지깨실라문소리조심스럽게여닫고
아무도없는마당에내려섰을때말이다.
설령환한달빛이다정한벗처럼엄마와자전거를비쳐주었다고해도
지금이깊은밤뭐하는일인가ㅡ

자괴감들지않으셨겠는가?

ㅡ무담시니가처녀때타고다니던자전거가보이드란말이다.
하기는맨날보는자전건디그때사생각이들어온거제.
그래,저것을내가배와불믄이라고속이안상하겄제.

엄마는환갑이되시던해에자전거를배우셨다.
누가잡아주기는커녕아무도모르게배우노라

남들다아잠이든깊은밤에홀로자전거를끌고나가셨다.

그즈음마침집옆쪽으로외곽도로가생기면서커다란길이만들어졌다.
길은만들어졌지만아직개통이안된상태라

엄마혼자자전거연습을하기에는
그보다더좋을수가없었다.

ㅡ첨에는참말내가생각해뵈도웃기드란말이다.

환갑넘은할메가자전거가머시냐자전거가,
달밤에미친년춤추는것맹끼로.
그란디하루지나이틀지낭께재미가솔솔붙드란말이다.
거그다가이자전거를타기만하믄

장에다니는것도짐실는것도걱정이없을거아니냐.
느그아부지한테아순소리할것도없고……..

엄마는무담시라고말씀하셨지만

사실무담시는아니었다.

아버지은퇴하시고장만하신자그마한농장이딸린친정집은

읍내와는약간거리가있었다.

버스가다니는길도아니어서

짐이없으면그냥저냥걸어다닐만하지만

짐을들고걷기에는무리가있는거리였다.

아버지는오토바이를타고다니셔서

아무런불편이없었지만엄마는자주힘드셨던것이다.

ㅡ그날몸이되게안좋았어야장날인줄알면서도몸이움직이기가싫드란말이다.
그란디느그아부지가장에가서조기라도사오라고그라시드란말이다.
가기싫었제만으짜것이냐갔제.

장을보고낭께기운이더없어져서집이까마득하드란말이다.
아는집에들어가서전화를했제,

오토바이로좀태우러오라고,
느그아부지퉁명시럽게지금나가야한다고

택시타고오라고함시롱전화를딱끊어불더라.
시장다봐불고낭께돈도떨어져부렀서야.

집으로터덜터덜걸어오다가

하도기운이없어서길가에쭈구르고앉아있는디

느그아부지가오토바이를타고나를흘긋쳐다봄시롱휙지나가드라.

참기가맥히더라,

내가왜사냐싶기도하고….

벨생각이다들드란말이다.

갠신히걸어서집에를왔는디

그때무담시니가처녀때타고다니던자전거가보이드란말이다.

어느날엄마는통장에서돈을찾아연둣빛새자전거를사가지고
자전거앞시장바구니에는장본물건을싣고대문앞으로들어서신다.
붉은색대문이활짝열려있고뜨락에는꽃이만발해있다.
자전거위에허리를고추세우시고당당하게올라탄엄마.

보지는않았지만

아마그순간엄마는

새자전거보다더반짝반짝빛이났을것이다.

그때아버지가그러셨다던가?
아니시방그것이머시여?

아버지의그것은

새자전거였을까??

아니면

그자전거를타신엄마였을까?

그생각이나면언제나미소가지어진다.

엄마의가장친한벗은아마자전거일것이다.

교회도장에도이웃집마실도자전거를타고다니시는엄마ㅡ.
엄마의별명은자전거할머니시다.자전거할머니,
그렇게멋진이름을어찌풍륜(*주)에비하랴?

엄마가달밤체조로자전거를배우신지가올해로꼭이십년이훨씬넘었다.
팔십여섯이신엄마는

팔십셋되신초봄

햇살따뜻한날

겨우내묵혀두었던자전거를창고에서꺼내깨끗이닦고

길로끌고나가셨다.

그리고자전저위로올라타려고하는데

다리가

아니발이

자전거위로올라가지지가않으시더라고…..

공원을두바퀴째도는데

여전히초로의두부부는자전거를사이에두고가르치고배우노라여념이없다.

아,자전거휘는방향으로몸을휘어야된다니까,………

나는그부부곁을바람처럼지나가며속으로말한다.
인생처럼,
그게얼른배워지는것이아니라니깐요.

*풍륜:김훈의자전거이름

호수공원에어둠이내려앉았다.

등이켜질시간이라사진이시원찮다.

가을초입의장미는이제막봉우리에서피어났음에도노산의산모같고

3 Comments

  1. 벤조

    2011년 9월 22일 at 4:38 오전

    푸엄마스토리가제일재미있어랑.
    왜그리가슴이징한지…
    아,통쾌한그장면,
    ‘아니시방그것이머시여?’
    마누라여?자전거여?

    오래가는감동…참잘쓰십니다.
       

  2. 푸나무

    2011년 9월 23일 at 12:07 오전

    벤조님은
    어느쪽이세요?
    자전거?울엄마?하하,

    엄마들이야기는모두다좀그렇지요,.
    그래도울엄마지금도가끔그런이야기하세요.

    ‘느가부지(네아빠)가그라고미운짓을많이했어도안미운것보믄
    내가느가부지를엄청좋아했는갑서야.’

       

  3. 文井

    2011년 9월 23일 at 2:17 오전

    사진담아가지못하는게아쉽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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