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조림들을베어낸다고한다.유네스코에서그렇게하라고했다던가.
풍혈,겨울엔이돌틈사이로따뜻한바람이여름엔차가운바람이불어온다고
이름은모르는데나뭇잎마다얼룩이있었다.
가이더가물었다.왠줄아느냐고?
무서우라고,대답했더니맞단다.사진은찍었는데
혹시추론아니세요?물었더니아니라고는했는데…..이이야기도처음이다.
살아있는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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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은미국에서다니러온시뉘시다바리
(왜이런단어가느낌이더팍오는걸까?)하노라꼼짝도못했다,
는것은핑계고
사람많은데,더운데,
어디다니는것이오히려더고역아닌가,싶고
여름엔집이최고의피서지다는것이내지론이기도하다.
초추初秋
월요일새벽에출발하고화요일늦게돌아오는일박이일제주도여행은
생각지도않았던갑자기한선물이었다.
저가항공이면어떤가?
블라우스에스카프까지맨늘씬한아가씨들만멋진게아니다.
경쾌한모자와티셔츠에청바지를입은싱싱한총각처녀들도괜찮더라.
쟁반받쳐들고종이컵에따라진주스한잔도시원하기만하더라.
같이간사람과몇마디나누다보니금방제주도.
갑자기삼촌어쩌고저쩌고하는,반말비슷한방송이들렸는데
제주도방언으로하는인사,그역시산뜻하더라..
일곱쌍열네사람의모임은여자남자로나뉘어서렌트카에올라탄다.
나보다더키크고체격존아지매들
둘이서번갈아운전하기로등록을하길래
나는느긋하게제일뒷자리차지하고허리를투욱폈다.
팀의중간쯤나이가편하게쉴수있는자리가제일뒷자리이다.
일부러찾은맛집인지아침식사인
해물뚝배기가그렇게시원할수없었다.
세상에오분자기가세마리나들어있었다.
전복은양식이되나오분자기는양식이안되어서더좋대나어쩐대나……
사소한음식이야기도여행을떠난사람에게는싱그러운고백처럼들린다.
네비게이션에검은오름을쳤다는데
앞차와는여간반대방향으로만인도를하는것이다.
나중에보니거문오름!이었다.
‘검’은제주도말로신령한뜻이어서
거문오름은신령한산으로해석된다고한다.
오름은산의제주도방언이다.
그래선지오름은
오르다라는행위에의미를둔상형문자처럼여겨지기도한다.
과문한탓인지는몰라도오름은최근들어급부상한물건(?)이다.
그래서거문오름앞에설때까지만해도
골짜긴가?야트막한산인가?화산의후유증인가?
가볍게생각했다.
가이더가나타났다.
신발은등산화여야하고우산도스틱도안된다고했다.
사실비가벌써몇방울부슬거리며떨어져서우비를하나사서입고있었다.
비닐옷소리가오름에가면거슬린다며비좀맞으면어떠냐는
가이더의말에참까칠한가이더군,생각이들었다.
오름입구에서
그는닭의장풀과물봉선을보며우리에게말했다.
이게우찌살아가는지
어디에꿀이있고어떻게자손을번식하는지…..
그는식물이살아가는방법에대한이야기를하는듯했다.
내가아는이야기를하는데도
갑자기그가달리보였다.
산수국앞에서도멈추어서서헛꽃에대한이야기를했다.
꽃의미모가없어서대신헛꽃이피어나벌나비를유혹하는일은비일비재하나,
자기할일을다한후몸이뒤집어진다는것은나도처음알았다.
보랏빛이나흰빛이연두색으로변하며
마지막까지엽록소생산을한다는것을,
눈물겹고장렬한최후가아닌가,
그래서시들어가는산수국사진도한장찍었다.
거문오름은동네에서바라볼때자그마한둔덕처럼보였다.
거기에다전나무들이요란하게심어져
차림새만보면흥!소리가나왔다.
그러나동네를벗어나나무데크를지나넓은초원을지나
오름의품에안기는순간,
나는숨을훅들이켰다.
그곳은
밀림이었고
太古였고
식물의始原처럼
식물의어머니처럼
아니식물의자궁처럼여겨졌다.
아마존의숲처럼나무들이유별나게거대해서밀림처럼여겨진것은아니었다.
수많은식물들이얽히고설킨모습이
태초의카오스처럼여겨졌기때문이었다.
시원의고요가있었고
어머니의품처럼넓고깊은풍요로움이넘쳐났고
햇살은간혹들이치는어둑한곳에서
그들식물은편안하고아늑해보였다.
발걸음소리도좀적게내라는가이더의말이그제서야실감났다.
나는일종의침입자였다.
그들만의세계에낯선이물질을뿌려대는이방인이었다.
어둑한숲에주욱갈아놓은나무데크는축축한습기에젖어
금방이라도오래된화산의돌들처럼
이끼가솟아날것같았다.
식나무예덕나무붓순나무등이름만알고
실제로보지못했던나무들도많았고
까마귀베게같은이름도처음듣는나무도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