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참 쓸쓸하네

넓고푸르른초록들판이다.

우람하고잘생긴나무한그루가푸르른들보다더짙은초록으로서있다.

중년의여인이치렁치렁한치마를걷어올리며허위허위나무를오른다.

그녀는그나무중턱쯤자리를잡고앉았다.

그리고가만히하늘을아니먼곳을바라다보았다.

꼭같은들판은아니지만초록들판이다.

노년의여인이뒤뚱거리며나지막한의자를손에들고나무를향해간다.

어디선가옅은바람이불어와풀잎을쓰다듬고나뭇잎들을만지작거린다.

힘겹게나무가까이다가선여인,나무밑에의자를내려놓고가만히앉는다.

불어온바람이나무도스치고여인도스쳐지나간다.

직접각본을쓰고메카폰을잡은마르탱프로보스트의속깊은의도가아닐지라도

이‘세라핀’나오는에두장면은‘인생’에대한스산하면서도침착한단면을보여주고있다.

나무는그녀의꿈일수도있고현재일수도있다.

젊을때는나무위를거침없이오르기도했다.

그러나이젠그나무곁에다가가기도힘겹다.

겨우다가서더라도그저가만히앉아있을수밖에,

‘세라핀’은상리스에살았던‘세라핀루이’라는나이브아트화가를그린영화이다.

나이브아트란정식미술교육을받지않은화가들의작품을말한다.

약간사족이긴하지만우리모두나이브아트가아닌가?

인생이란아무도가르쳐주지않은나만의대작을그려가는화가인^^*

그녀는남의집허드렛일을해주는대가로받은작은돈으로먹고사는처지이다.

집세를내지못하는처지이면서도화구점에는들리곤한다.

그녀는세상모든것에서색과재료를얻는다.짐승의피들판의꽃,교회의촛농,등,

당연히그녀만의독특한색채와질감이있을터,

크다싶은체구에표정없는중년의여인(올랭드모로분)은그림을그릴때빛이난다.

그림을다그리고나서는노래까지흥얼거린다.

실화를바탕으로한이영화에서는실명세라핀외에도

피카소와브라크루소를발굴했던빌헬름우데가등장한다.

그는그림에대한독특한시각과심미안으로그녀의하녀였던세라핀의그림을보는순간

그녀에게서천재성을발견한다.

전시회까지계획을하던시점에전쟁이발발하고세라핀과우데의기약없는세월이시작된다.

오랜세월이흐르고다신만난그들,그동안에도쉬지않던세라핀의그림은놀랍게성숙되고

(영화속에서는실제세라핀의그림이자주등장한다)

경제적으로여유가있어지고이제까지의삶과다른생활이펼쳐지자

세라핀의그림을향한광기는점차그색채를달리하게된다.

유럽에불어닥친대공황으로말미암아우데의지원이끊기자

결국세라핀은정신병을일으키게되고1942년그생을정신병원에서마감한다.

세라핀은글을쓰고있는우데가우울해보이자

‘슬플때면시골길을걷는다’고말한다.

우데는그녀의말에따라여기저기정처없이시골길을걷다가

세라핀이강물속에서목욕하는모습을보게된다.

부스스한머리를위로틀어올린뒷모습,등살은이미쳐지기시작했고울퉁불퉁하기그지없다.

왠만하면초록나무숲새사이,맑은물에벗고있는그녀가신비롭거나

하다못해섹시하기도하련만,전혀아니다.

그런데도왜감독은그녀가목욕하는장면을넣었을까,

그녀의내면이빚어내는찬연한그림과

그녀가지닌외면의차이를통해새로운자유의다리를만들고싶었을까,

혹근원적인미,그관념에대한손사래같은것일까,

아니면삶속에서무수히부딪히는쓸쓸함에대한접근이었을까,

아무도모르게어쩌면

자신에게조차모르는그림을그리다가

그런그림이작품이라고보아준사람의시선속에서

다시태어났다가

결국그림이준정신병(내게는적어도그렇게보였다)속에서

혼자쓸쓸하게세상을떠나간여인,

나무아래의자에앉아점차그림자가되어가는앤딩을보며문득그런생각이들었다.

인생참쓸쓸하네…….

*실제영화속에서나왔던세라핀의그림들

8 Comments

  1. 文井

    2011년 9월 23일 at 1:54 오전

    글도음악도제목도참멋있다.감칠맛나는글솜씨.푹바져있다가갑니다.   

  2. 순이

    2011년 9월 23일 at 4:39 오전

    영화를실제본것보다
    더선명한이미지로남네요.
    우리모두나이브아트라는말도멋지네요.
    그렇지만우리는책임져주시는그분이있어서
    더안전한나이브아트가아닐까?
    그분은우데의지원정도가아니라전적으로주관하시니까!
       

  3. 쥴리아스

    2011년 9월 23일 at 10:44 오전

    까미유끌로델을생각케하는영화군요,..쓸쓸하고씁슬해집니다….   

  4. Lisa♡

    2011년 9월 23일 at 11:41 오전

    이영화다시보고싶네요.

    어찌나좋았던지….그녀의블루옷이..   

  5. 나를 찾으며...

    2011년 9월 23일 at 12:01 오후

    올1월,,그추운날이영화보면서
    영화를끝까지볼까말까고민을
    영화가시작되면서좀하게되더군요.
    사실은’세라핀’이란영화를
    어떻게해서보게된건지
    정확히는기억나지를않습니다만
    아무래도제목에이끌려서보게된것같아요.
    사실은이런여류화가가있는지조차몰랐구요.
    여류화가이야긴지도모르고영화를보다가
    영화가중반을넘어서면서점점더흥미로워졌던것같아요.
    여주인공의이미지가첨은너무강하게와닿았고
    왜있잖아요?대부분의영화여주인공이라면
    그냥상상되는분위기…그런분위기가아니었거든요.
    첨엔이분도여배우인가?란아쭈촌스러븐
    생각까지한나찾아니었겠습니까?에효~
    또시작되는분위기조차너무어둡게와닿는다싶어서…

    하지만영화가끝나면서큰감동을받았던영화였단기억이납니다.

    ‘인생이란아무도가르쳐주지않는나만의대작을그려내는화가인’
    ….이말씀이가슴에크게와닿습니다.

    세라핀…그녀에게주어진재능은누구한테나주어지는것아니지않는가?
    저는어떤재능을부여받았나?아님,,그렇지못한건가?그런고민을…
       

  6. 보리

    2011년 9월 25일 at 1:54 오후

    나에게도강렬한인상으로남아있는영화에요.
    세라핀역을맡은배우가정말좋은연기를보여줬다고
    생갇하고요.

    그녀의ㅜ그림속에선나뭇잎하나하나
    산더미처럼쌓인과일하나하나
    무더기속의꽃하나하나가
    제각각의생명력으로꿈틀거리는발광체같다는
    느낌을받아요.아주기묘하면서도강렬한매력을
    발산해요.세라핀은그독특한광기어린시선으로
    자연속에서일반인이보고느낄수없는다른차원의
    생명력을엿보았을지도모르죠.세라핀의쓸쓸한말년에
    대해느끼는감상은그림으로표현되지못한그녀안의
    세계를알지못하는우리들의한계가아닐까하는의구심도
    한자락가져보았지만어째든가슴이짠한,그것도아주
    많이많이짠한영화였어요.

       

  7. 조르바

    2011년 9월 26일 at 4:25 오전

    처음뵙습니다.^^

    제목에끌리고
    영화에끌리고
    그림에끌리고
    덕분에인사남깁니다.

    좋은영화소개해주셔서감사합니다.

    그림도베껴갔어요…^^
       

  8. 마이란

    2011년 9월 26일 at 10:48 오후

    저도2년전엔가
    디비디로빌려다가족들과함께봤어요.

    저도자주붙들리는말중의하나가
    아름다움혹은쓸쓸함…
    이두단어는동의어라고점점더확신하는요즘이고요.

    영화는더러가물가물합니다.
    하지만푸나무님의글은선명하게남네요.
    ‘광기’라는말때문에
    요새시간의눈치를보며야곰야곰읽고있는
    코엘료의’오자히르’도떠오르고.

    한국의아름다운가을향맡으며많이걸으시길…
    여긴이제우기인가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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