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의 은근한 유혹
BY 푸나무 ON 9. 28, 2011
후배가인사동갤러리<록>에서전시회를한다고
연락을해왔다.
그친구는바느질과디자인을하고
남편은천연염색을한다.
풀빛,그부드러운휴식이란제목이붙은도록을보니
고요한마음이드면서도
아이고이고생을어찌할꼬,…..싶다.
이럴때는정말이지내가부자고싶다.
그래서그수없이염색하고또하고또자르고또바느질한
고생자체의작품들을덮석덮석사주고싶다.
오랜만에친척만나는시간이잔칫날이듯이전시회날을맞추어
고등학교때친했던,
나에게일곱송이수선화를영어로가르쳐주었던
영어샘과도연락이닿았다.
아야,영아,나다,
전화기저쪽의여전히변함없는억양만이아니라
실제봐도예순둘이란나이가믿겨지지않게
아직젊고총총하시다.
아이고이젠벗해도되겠네요,
쌤이랑같이늙어가니…..
하하,한번웃겨드리고
쌤때문에내내웃었다.
난말이다한일년정도집을떠나여행만하고싶어.
집에있으면날마다집멀미가나.
집멀미에서겁나웃고
평범의폭력이란단어에서또웃고
그녀에게정말평범은폭력이다싶은생각도들었다.
몽골여행을하고오니볼것하나도없더라는사람의말에
볼것없는그것이좋더라는말에또웃고..
쌤은,식상을가장싫어하면서도가장즐겨하시네요.
내말에쌤한번더웃겨드리고……
그러면서또그러신다.
야,영아,웃는게말이다.
웃기는것이중요한것이아니라웃는것이중요해야,
웃기는사람보다잘웃는사람이더실력있어!!!
이실력이라는식상한단어가웃음뒤에머무르니너무나상쾌하지않은가,
쌤은은근히내칭찬을하신것이다.
자신의말에잘웃는내가예뻐서……
가만보니쌤은이런이야기들이맨날하고싶은데
할대상을쉬만나지못한듯도하다.
다행히난웃을준비는언제나되어있는사람이니,
이런저런이야기들을인사동을어슬렁거리면서주고받는다.
가을햇살은사람들을어느계절보다더잘보이게하는힘이있다.
잘보이게는단순한시력적인이야기가아닌
내면으로쏘아대는힘을이른다.
가을햇살아래인사동이라는
뒤서가는듯앞서가는동네길을걸어가는사람들
그래서투명하다.
몇군데갤러리를들락거린다.
이게그림이라고…..
쌤의목소리는작지않다.
들려요,쌤,작은목소리의내게
들어야돼,그래야이딴짓안하지,
냉혹하기는,원,하긴그게쌤의매력이다.
육십넘어서도자신의의견을아무데서나당당하게개진할수있는것,
이게젊음아닌가,
그러니나는쌤보다더늙었다는이야기다.
난그림뒤에숨어있는인생이보여서
하다못해
돈있고내실은없어잘난척하고싶은똥(?)폼그림앞에서도
사실못남은또얼마나가여운가……….
내가동정심이많다는이야기가아니라.
쓰잘데기없는두루뭉술잡다한생각과아둔한품성이맞물려서
명료한소리를내지못한다는것이다.
인사아트센터에서도마찬가지였다.
일층에막들어서니
전형적인한국화전시회를하고있었다.
나는봐줄만했는데이쌤,
아야,영아,다른데가자원식상해서……
아이고그래도저천은사그림은괜찮은데요.
눈내리는저퇴락한문으로들어가게하고싶잖아요.
희희낙락
이별
송하음주
동상이몽
망중한
육층에서신찬식의그림을만난다.
주로묵빛이크게펼쳐져있고사람들은조그맣게채색되어있다.
근데그사람들이전부우리가익히보았던
옛날화가들의그림속사람들이었다.
오메야아,이그림들디게잼있다잉,
굵고힘차서더욱간결해보이는붓질과
섬세한묵빛의향연이펼쳐지고
거기조그만사람하나소나무아래술을마시고있는송하음주는
딱다섯장면이었다.
큰산,작은산셋그리고산위의소나무와사람.
겨우다섯이이루어내는그림이수없는생각을주었으니…..
엄청나게대형으로그려진희희낙락이란제하의그림앞에서
쌤과나는폭소를터트렸다.
신윤복과김홍도의그림속보암직한인물들이상당히많이출연을했다.
산도강물처럼유장하게흐르는강가
산은짙고옅은수묵이고강물은희고강가와사람만채색이다.
소줏병이뒹글고바위뒤편에는소주박스가있다.
그리고그림한쪽귀퉁이에는음주및취사금지라는경고판이떠억하니버티고있다.
이대목에서웃음이안나오시거든
그것은순전히글쓰는사람의미성숙한불찰이다.
해학은아이들웃음다음으로맑은웃음이아닐까,
미소를지으며전시관을나서려다가도록을살피니
그냥가지세요한다.
앗젊은남자다.필이팍온다.작가세요?아,녜,
어머,지송한데요엄청웃었어요.아녜웃으시라고요….
그림터치처럼걸죽하고건장하다.
도록의작가노트는글멋을부리지않아서약간촌스러운듯…..
그림잘그리는사람이글까지잘쓰면매력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