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건 흰죽 같은 영화ㅡ 비커밍 제인

정말봄비처럼촉촉하게비님오신다.
오메,단풍물들겄네..
이른아침혼잣말을했다.

이즈음은행나무잎은

초로의중년남자허랑거리는모습으로인생뒤안길슬며시돌아보듯

아주짧은순간새순처럼연두化한다.

거침없는단풍으로가기위한,

여름에대한아주작은배려의몸짓같은것…

담휘가늦은것같아전철역에데려다준다.

도톰한빵두쪽버터에굽고가운데에치즈를넣으면치즈가빵의열에의해녹고.
그리고우유를뎁혀코코아를듬뿍넣은것이담휘아침밥
엄마는운전하고아들은먹고……

담휘를내려주고돌아오는데

가을비쳐연한이길을그대로달리고싶다.

그러나오늘해야할일이있으니….

언젠가는아무때든떠나고싶으면떠나게되는자유가.
생기겠지.


그런자유가주어질때면불꺼진창처럼

혹은사위어가는화톳불처럼
어디론가떠나고싶은일렁거림도사라져있으려나,

비커밍제인은
제인오스틴의일생을그린영화다.

굉장히심하고아주아주맹탕이어서오히려흐뭇한영화.

중국으로패키지여행을가면조식뷔페를먹게되는데

느끼느끼한음식들중에서흰죽이있다.

아무것도가미되지않는그냥쌀에물만부어푹끓인죽,

.
전에울아부지술드시고오신뒷날이면

울엄마가이런죽을끓여드렸는데.
그것을아부지는백비탕이라고하셨다.

어야,백비탕좀끓이소.
나중에보니한방에서백비탕은죽처럼오래끓인물을이른다고,,,,
전라도말에는아주묘한데에한문이가끔씩들어가있는데

선비나으리들귀양오셔서쓰시는고급한단어를

자신들도선비처럼쓰다가

생겨난풍속이라는설을어디선가읽은적이있다.

어야,거흰죽좀끓이소,

어야백비탕좀끓이소

후자가더고급한가?

뷔페중에서가장괜찮은것이

흰죽이다.

죽먹다가도통한사람은없을텐데^^*

언제가흰죽을먹다

삶의맛도이래야하지않겠는가,

성공이라는바벨,
누림이라는바벨,
남들위에서고싶어하는바벨,
이런바벨을떠나서사는
맹탕같은,
심심한,
흰죽같은인생이어야잘사는게아닐까,…

비커밍제인을표현하자면
그흰죽비슷한맛이었다.
자존심센여인,

글을좋아하는여인,

그러다가거친남자에게매료되고
가난때문에혹은인간의도리때문에사랑을접고
혼자글만쓰면서늙어가는여자.

사람들이원하는강렬한것,

드라마틱한것,

매혹당할만한것들은
눈을씻고찾아봐도없는,

그러니영화를보며

영화속으로빨려들어가지않으면

생각하는여유를갖게된다.

.
가을에대해서

다가오는겨울도생각하며

화면의멋진풍광도감상하며,
과장되지않는표현때문에

질박하게살아나는사랑도관조하게된다.

.
제인오스틴의가족들이앤해서웨이를원하지않았다고한다.
이유는너무이뻐서…..
하얗고,가느다랗고목의선도고운……
과연오만과편견을쓴제인오스틴이저렇게이쁠까,
안이뻐서식구들이반대했겠지,

제인오스틴의거의모든글은해피엔딩이라고한다.

그녀의사랑은이루어지않았지만,

오,그래서그녀는모든연인에게해피를부여했을지도,

당연히이영화에서도

사랑은이루어지지않는다.

그러나마지막재회의장면은

사랑처럼

사랑이이루어진것처럼만족스럽기도했다.

심심한영화를아주심심하게즐기는법은
생각하며보기’다
그렇게본다면
심심한영화
더많이심심할수록

도스토에스키의소설만큼은못한다할지라도
적어도파올로코헬료의소설보다는훨씬더멋지다.

비커밍제인좋다는이야기다.

특히

가을날들과궁합맞는영화.

***********

오늘의결심/김경미

라일락이나은행나무보다높은데서살지않겠다
이른저녁에나온별빛보다많은등을켜지않겠다
두개의귀와구두와여행가방을언제고열어두겠다
 
밤하늘에노랗게불켜진상현달을
신호등으로알고급히횡단보도를건넜으되
다치지않았다
 
생각해보면티끌같은월요일들에
창틀먼지에다치거나
내어금니에내혀물리는일이더많았다
 
함부로상처받지않겠다
 
내목에적힌목차들
재미없다해도크게서운해하지않겠다
 
한계가있겠지만담벼락위를걷다멈춰서는
갈색고양이와친하듯이
 
비관없는애정의습관을닮아보겠다

************시인의결심을흉내나내볼까가을비오시는날이니********

.

<가시여뀌>

1 Comment

  1. 조르바

    2011년 10월 3일 at 4:16 오전

    영화를보시며흰죽의깔끔맛을떠올리셨다니….
    전회사에서중국출장이잦았는데…그때호텔조식에서제일반가운건흰죽
    그맛이얼마나정답구좋았는지요…깔끔해서속을편안하게해주고….
    그때생각이먼저떠올라꽤반갑네요.
    그리고향장나무…가로수….영파에서한시간더내려가면베이룬에공장이있었는데
    거기가로수는겨울에도푸른잎을자랑하더군요…좀칙칙한색이었지만
    그래도그나무가늘궁금했는데…푸나님포스팅사진에보니향장나무인듯싶어서
    그때도꽤놀랍고반가웠답니다.

    황금연휴…알차게잘보내고계시겠지요…잠깐다녀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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