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처럼 은은한 두 남자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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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연휴에계획을세웠더랬지요.

추석날은차례를지내야하니하루만빼고

나흘동안그동안못가서생긴산에대한갈증을풀어보자구요.

눈에서멀면마음에서도멀어진다는것은사람과의관계에서나비롯되는일인가봐요.

일하는틈틈이산에대한그리움이밀려오면

산이내게자꾸만질문을하는거예요.

지금잘사는건가?잘살고있어?있냐고?

질문이무섭다는것을알았어요.

실제존립에대한가치관까지흔들리며다가오더라니깐요.

사실평범한샐러리맨으로시작해서

이늦은나이에샐러리맨의꽃이되긴했지만

어디삶이그게다냐는거예요.

산이,

나에게,

이제육십되니아내야

남편이건강해서돈만잘벌어다주면되고

그러려면건강에는등산이괜찮을것이고

무엇보다

휴일에내가집에있는것이더불편할수도있겠지,

도시락정성들여싸주는아내를지레짐작하며집을나섭니다.

그래서북한산줄기와능선을이틀걸었고

수종사를끼고하루걸었고청계산도하루날잡아올랐지요.

날마다평균대여섯시간을걸었어요.

혼자산을걷는맛은뭐랄까,

누구나다하는,

할수있는일인데도

아주특별한나만의것이지요.

나아니면안되는나아니면절대맛볼수없는그런

완벽한기쁨을주는것,

굳이표현해보다면경험해보지않는사람은모를아주깊은개미라고나할까,.

하긴전라도음식에스며들어있는이개미

전라도사람이라다아는맛도아니고

먹어봤다해서알아지는맛이아닌,

느끼는자만이알고

아는자만이느끼는그런깊은맛을일컬음이니

혼자하는산행맛은

얼쑤,바로이개미와아주흡사하군요..

외롭지않냐는사람도있는데

외로움은커녕충일해요.

산이나무가숲이바람이풀이일렁이며

내안으로가득가득스며들어오는데

무슨외로움은요,

불필요한것들이자연의소쇄에의해

청랑해지고

정돈되어지고

부잡스러운것들은스스로떠나기조차한걸요.

한적한곳을찾아걸었기에연휴라해도사람이그다지번잡하지는않았어요.

봉우리를거의다올라가는데

바위에서책을읽고있는한남자가있더군요.

명절을낀휴일에혼자산을올라책을읽는다.

뭔가그림이그럴듯하면서도그냥생각만하며스쳐지나갔지요.

그대도아시다시피내가원래숫기가없는사람이어서

이나이되어서도말을먼저붙이거나먼저건네는것을못합니다.

그래도참인상적이지않아요?

명절무렵에혼자산엘와서책을읽는다.

그런그를봉우리에서다시만났을때

아내가넣어준사과를먹고있다가

한쪽건네볼까,

생각을했더랬지요.

생각만하고있는데그가먼저말을건네오더군요.

혼자오셨느냐고……

나도참이나이될때까지

그런경험은처음이었어요.

처음만난사람과그렇게길게이야기를한다는것이말이지요.

그는마음이심란할때면산엘올라와서그렇게한참책을보고내려간다고하더군요.

그러면마음이진정이좀된다구요.

은행지점장을하다가은퇴를하고새로운사업을시작햇는데

잘되질않아서여간속이상하고

그래서산엘올라책을봤다구요.

그래,

나도올해읽었던책중에서

아주좋았던책을독후감삼아주절거리게되었고…..

산을같이내려왔고

지하철을같이탔고

그동안에도내내이야기를했고

그는딸이둘이고나는아들이둘이란사실까지알게되었지요.

그리고우리는전화번호까지나누었어요.

육십줄에성큼다가앉은사람들이이게머하는짓인가……

생각하면서도말이지요.

그가추석날문자를보내왔더군요.

내가이야기한책을꼭읽겠다고….

나는구조주의에관한정확한책제목을다시그에게문자로보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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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이이야기를들으면서

식사하는자리가좋아선지

가을밤분위기탓인지

이야기하는사람도

이야기속에등장하는사람도참으로아름다이여겨졌다.

젊음이태양빛이라면

홀로산행의두남자는

청랑하고차가우면서도은은한달빛아닌가,….

화분에심은호박줄기가낙엽이되어간다.

심상한목소리로

엄마보기싫다걷어버릴까…..했더니

"아야그냥내비둬라거그거열매한나안열었냐,

인자크도못하것제만,그래도늦게열어각고안불쌍하냐,"

(전라도말에는시도때도없이이들어간다.빼고읽어야맞는데

왜그안은아무데나들어갈까,안은뒷단어보다앞문장에잇대어읽어야한다.)

사진은우리동네새로생긴산길살래길에서찍은사진이다.

멀리북한산보이네

가장아름다운정원….논

4 Comments

  1. 노당큰형부

    2011년 10월 5일 at 8:13 오후

    두분이사돈삼으시면..
    ㅎㅎㅎ노당도조블에서만난이웃과사돈을했답니다.
    아무튼
    좋은글읽었습니다.
       

  2. 푸나무

    2011년 10월 5일 at 11:37 오후

    하하글에는너무길것같아쓰지않았지만
    딸가진쪽에서는그런상상도하는것같았다하더군요.

    아이고정말조블에서만나사돈맺으셧어요?
    스토리가궁금하네요.^^*

    시간을보니정말부지런하신노당님
    고맙습니다.꾸벅**
       

  3. 보리

    2011년 10월 6일 at 6:43 오전

    제가자주가는호숫가옆트레일을걷다보면
    가끔책들고와서홀로삼매에빠진분들이있어요.
    나는딸아이가저장해놓은빠른비트의음악에
    흔들며헉헉걷는중인데물가에가만히ㅡ앉아
    책읽는분들보면부럽죠.
    그런데참신기하거든요.유난히반짝이는수면을
    잠시지그시보려고한발자국만호수쪽으로발을디뎌도
    어찌알고물것들이사정없이몰려드는데
    어떻게고요히앉아독서삼매에빠져들수있는건지….

    새벽달빛같은청량한이야기인데수탉이훼치며우는듯한
    엉뚱한댓글만달아놓고갑니다.

    근데푸나무님은정말타고나신스토리텔러이세요.
    어쩌면한귀로듣고흘릴만한에피소드도
    근사한그림까지그려지는멋진이야기로바꾸어놓으시다니!!

       

  4. 푸나무

    2011년 10월 7일 at 1:25 오전

    근데그게좀물것이안타는사람들이있는가봐요.
    올여름에잠깐계곡에들어가서발을담그는순간
    모기가순식간에예닐곱방을쏘아대더군요.으아,
    그래서
    내년에는혹시족탁을하려면
    모기장부터준비해가지고가려구요.

    수탉이훼치는소리가
    내글을아주잘읽어주는소리로
    들리는군요.
    스토리텔러가정말되고싶은데…..
    아직도요원한건지
    이제는안될건지,
    늙어가니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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