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촨성 여행기ㅡ 공항에서

이번여행은우연하고급속하게이루어졌다.

후배의전시회에서고등학교때내게

일곱송이수선화를가르쳐준영어쌤을정말오랜만에만나게되었다.

내청춘의시절외로울때마다나는드문드문그녀에게편지를보냈고

그녀도내게답장을보내곤했다.

그녀가내게보낸편지에서사용한

에브노멀한봄빛이란단어는

언제나일곱송이수선화속에서이른봄이면피어났다.

그녀와의대화속에서내가절대라는단어를사용했을때

그녀는날카로운힐난조로말했다.

너는어떻게절대라는단어를그렇게함부로사용할수있니!

그러니그녀는내게절대라는단어가지닌무서움을알게해준여인이기도하다.

대학을가서도결혼을해서도그녀와의끈은쉬끊어지지않았다.

내가그녀를무지좋아했던가?

데미지를본것도그녀와함께였다.

지금이라면흥,했을지모르지만

이십여년전그영화는치명적이었고놀라움자체였다

더불어남자주인공은멋있었고,

영화를보고난후나라면….절대안그럴텐데,했더니

그녀는나라면그럴수도있겠다.

해서나보다일곱살위인그녀를낯설게바라보았던기억도있다.

오랜만에만난그녀와

인사동갤러리데이트를하면서

그녀의꿈은그저여행에만있다는것을알게되고

자연히나는얼마전다녀온제주의거문오름과사려니숲에대해이야기했다.

그녀는자신은아직못가본제주의숲에대해

내이야기만으로아주혹한것같았다.

우리같이제주한번가자.나도그숲에가고싶다.

그녀는자신은아직도인터넷을못하니내게다일임한다면서

내년봄에있을한달여간의미국여행은큰비젼이고

나와의여행은작은비전이라고했다.

제주도여행을검색하다가구체구황룡이눈에띄었다.필이팍왔다.

문제는고산증이었다.괜찮을까?

그래서전화를했다.

쌤요,제주보다는조금만더멀리뛸까요?중국쯤

야아,나는중국가면구체구물보고싶다.”

이런,이런,놀라운이심전심이라니,

중국국내선타는비행기투어는좀비싸고버스투어는싼데요.”

야아,비행기여행이머여행이냐,당연히버스여행을해야지여행은보는것이야

싼것하믄먹는것이랑잠자는곳이좀부실할텐데요,”

야아먹으러가냐?잠자러가?며칠불편하면되지.”

시간이남아있어공항안을어슬렁거리며돌아다닌다.

공항은지붕이높아사람이작아보여서아주좋다.

유리창밖역시넓기도하다.

언제보아도비행기는신기하고또신기하다.

도무지무슨힘이있어저무거운고체들이공중부양을하고도남아서

새처럼날수있다는말인가?

하긴지금도여전히나는손에든전화기도신기해하는사람이니

알랭드보통의공항에서일주일을이란책생각을한다.

히드로다이어리라는부제가부은이책은가볍고얇지만

그가쓴모든글들이그렇듯이인생이녹아있다.

보통은일주일동안히드로공항에서상주하며다이어리를적는다.

그는여행을간다는것은일상을떠나는것,

비일상을경험하는것이라고말한다.

그러나모든여행자는금방여행을잊기시작하고

하나의대륙은몇줄의문장으로압축될것이다라고도말한다.

여행만이랴,

세상의모든역사도한줄로귀속되는것을,

떠남과만남이돌아옴과헤어짐이공존하는곳,

일상과일탈이자연스레존재하는곳,

영아차가엄청막힌다.어떡하지?”

쌤요차안에서열심히달리셈!^^*”

문자를찍고혼자웃는다.

차안에서열심히달리는신쌤의모습이생각나서다.

그녀는여전히나의선생님이라

이번여행에서도역시

‘너덜컹’이란처음들어본단어를내게가르쳐주었다.

사실여행을다닐때마다

거의남편과함께나아니면남편을줄기로편성된팀들과의여행이었다.

여자단둘이,,,,

낯선사람들과의여행은처음이었다.

그러니처음벗으로미묘한적막이찾아들었을것이다.


7 Comments

  1. 느티나무

    2011년 10월 18일 at 10:16 오후

    고등학교때,
    ‘일곱송이수선화’라는아름다운시를가르켜준쌤과
    단둘이한여행,
    그것도,
    지금까지간간이편지로이어져온긴인연으로맺어진분끼리…^^

    쌤을잘보필하면서,
    여행의묘미를즐겼을푸나무님,

    아…부럽네요.^^
       

  2. 세인트

    2011년 10월 19일 at 9:20 오전

    쓰신글을보니선생님이사람내음그득하신분인것같네요.
    원래여행이란사람내음그득한사람들과다녀야훨씬많은추억들이남는거죠.

    사진을보니일년에몇번보기힘든…
    아주멋진구름이있는하늘을보신듯싶군요.
    멋진여행이셨을것같습니다…^^   

  3. 푸나무

    2011년 10월 21일 at 12:42 오전

    아하,
    언제나느티나무님여행을부러워했는데^^*
    육십두살이먹어도전혀변하지않는
    쌤관찰하노라여행이더즐겁긴했지요.
    난아지매에서할매가되어가는데
    쌤은
    여전히파릇한
    삼십대사십대에멈춰서계시더라구요.
       

  4. 푸나무

    2011년 10월 21일 at 12:43 오전

    세인트님사람냄새라기보다는
    자신만의
    독특한색깔이너무선명한분이시죠.

    녜에,참좋았어요.
       

  5. 보리

    2011년 10월 22일 at 9:18 오전

    거대한산맥위에가볍게드리워진구름그림자
    와!!저사진정말맘에듭니다!
    쌤과함께한여행은말할것도없고요.
    삼십대엔혼자만의배낭여행을꿈꾸었고
    직접다녀오기도ㅜ했지만
    오십이다되가는지금은동행자한사람쯤은
    있어도ㅜ좋아…로바뀌었네요.
    재작년여름엔딸과둘이서유럽으로
    자유여행방식으로ㅜ다녀왔는데
    무수리와투어가이드를절반쯤섞어놓은
    역할에충실하다보니많이아쉬웠어요.
    딸이지만저와는취향도다르고세대차이도있고…
    ㅎㅎㅎ
    푸나무님과쌤은나이차이로는같은세대이지만
    그래도함께여행하면분명다른점들이있었을텐데
    어떻게그다름과같음을조화롭게엮어
    여정을꾸려나가셨는지,여행기즐겁게기대하며
    읽어볼께요.
       

  6. 푸나무

    2011년 10월 23일 at 12:19 오후

    그치요,
    나도그구름그림자
    너무좋아서아주여러컷찍었어요.

    음쌤은거침없이이야기하고
    나는멍하게듣고…..
    주로그랬어요.   

  7. 유인권

    2011년 11월 11일 at 1:13 오전

    와!두번째사진에서여인이확실히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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