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 장해에 걸린사과

내어릴때사과종류로는가을엔홍옥겨울엔국광이었다.

혹시다른종류가있었을지도모르나내기억은그렇다.

‘사과한알’이라는사랑스러운문장이

지극히어울리는사과가바로그홍옥이다.

지금아이들은껍질안깍은사과를감히먹을생각도못하나

아,요즈음은또껍질에영양이많다고하여껍질채먹는사과가출하되니

꼭맞는이야기는아니지만하여간,)

우리때사과는한알씩통째로주어졌다.

사과가많디않을때는반개씩나눠지기도

그도안되면네쪽으로나눠지기도했지만,

짙으면서도맑은담홍색의홍옥은참가을스런(?)과일이었다.

알맞은크기,

소박하면서도윤기그득한자태,

사과한알내몫으로돌아오면바로먹지않았다.

분명히얼마쯤그냥들고다녔다.

왜그랬을까?

오져서다.좋아서다.기뻐서다.흐뭇해서다.

그러니아마도추측해보자면자랑스러이들고다니지않았을까싶기도하다.

사과를뽀드득손으로문지르거나옷으로닦으면정말반짝반짝거렸다.

지금도그럴거라고?그럴지도모른다.

하지만지금은사과를보자마자칼부터들이민다.

그러고보니이단순한이야기속에과거와현재의다름이여상히도녹아있구나.

그렇게들고다니던사과를어느순간한입팍깨물어먹는다.

붉은껍질속의우윳빛속살,

그속살이지닌달콤한과즙과새콤한향기가입안으로가득차오른다.

가만이것은가을,홍옥이지닌절묘한섹시함아닌가,

겨울이되면푸르뎅뎅한겨울날씨처럼때깔훨씬덜이쁜국광이나타난다.

푸른줄무늬가있고붉다기보다는왠지추워서미리얼어있는듯한빛깔,

겨울의추위에질렸는지속도누르뎅뎅했다.

그래도또그맛이제법이었다.차갑고신선하고향기로웠다.

아마도먹을것귀한시절에어디맛없는것있으랴만,

그래도향기만큼은참그윽했다.

그리고세상이달라지기시작했다.

검은전화에붙어있는핸들을식식돌리면

‘교환입니다’.교환이나오고‘0000번대주세요’.하던시절

미국사는아이들고모와컴앞에서대화를하게될지어디생각이나했겠는가.

마찬가지로우리의사과들도무지무지종류도많아지고종류가많아지는만큼

단맛은일취월장증가되고

아쉽게도새콤한맛은사라져간다.

꼭맞는추론은아니더라도

새로생기는것들의양만큼혹은질만큼

사라지는것들이있다고본다.

사과만하더라도단맛이증가하는대신

새콤한사과특유의향취가사라져가는것아닌가말이다.

맛의미학적인견지에서추론한다하더라도약간의새콤한맛이

오히려단맛을강하게느끼게하는결정적인작용을하는것이아닐까,.

사과에서사과의새콤한맛을점점제거해서

그저입맛에맞는달콤한맛만남기게된다면

그것이정녕사과일까,

요즈음단맛나는사과를잘라보면

그안에노오랗게‘사과의꿀’이눈에보인다.

어떤사람은그것을파인애플이라고부르기도한단다.

단맛내주는사과의꿀-밀증상은원래사과의생리장해로일종의사과병이었다.

하여밀에病이붙어밀병이된것이다.

온도가높거나아침과저녁의온도차이가높을때생기는제증상으로

이밀병이사과안에생기면사과를저장할때이부분부터갈색으로변화되고

나중에는썩어들어가게된다는것이다.

참으로공평하지않는가,

사과들은단맛을내는대신,

그달콤함에몸을주는대신때이른죽음을택하게되는것이다.

사과뿐이랴.

가을알밤을쪄서먹을때도황당할때많다.

너무나외양은멀쩡한데깊은속이까맣게썩어있다.

벌레가들어가서밤을먹거나썩게한것이아니라

오히려밤속에서부터썩어오는것이다.

무도예외는아니다

커다랗고실한무,겉은너무나매끈한무,그무를김장에쓰려고채를썰어보라.

겉은단단하고매끄럽기이를데없는데속은까맣게썩어있다.

겉은멀쩡하면서속깊숙이에서부터썩어가는

밤이나무그리고사과의밀병을생각해보니

우리가너무그들을피곤하게해서이다.

맛있게,

멋있게,

크게탐스럽게,

하여그들

안간힘쓰다가저렇게보이지않는곳부터썩어들어가는것아닌가,

그런데혹시,

우리아이들도저무처럼저밤처럼저사과처럼키우고있질않는가,

실력있어야된단다.

그래야살아남아.

무엇보다우선한것이학벌이야,

스팩이있어야살아남을수있지.

배려는좀이따배워도돼,

니가자리를잡아야남도도울수있으니까,

우선은공부야.

우선순위가인생살이에선아주중요한단다.

무시무시하고화려한언어의채칙이다.

혹시

그래서

그리하여

우리아이들도겉은그럴싸한데

깊고깊은속에

아무도모르게밀병들어가는것아닌가……


4 Comments

  1. Elliot

    2011년 10월 21일 at 2:21 오후

    전엔후지사과를좋아했는데요점막뜨는달고아삭한맛의
    Honeycrisp이란사과를더찾게되었어요.^^

    홍옥,국광….귀에익은이름인데맛이어땟는진이제기억이멉니다-_-

       

  2. 보리

    2011년 10월 22일 at 9:38 오전

    제가한국에있을때밀양얼음골사과라고해서
    가장가운데저런밀병이들어있는사과가인기있었는데
    요즘사과는사과반밀병반이네요.
    맛은달지모르겠지만자른사과의단면은
    좀덜사과스럽게보입니다.

    여기에온뒤로는무슨사과를좋아해야할지
    갈피를잡지못하다가최근부터마켓에많이
    나오는honeycrisp을자주사먹네요.
    위의엘리엇님도좋아하신다고요?
    반갑습니다!ㅎㅎㅎ
       

  3. Elliot

    2011년 10월 22일 at 2:55 오후

    핫-보리님도?^^

    각자Honeycrisp항개씩들고쨍~위하야~우적우적ㅎㅎ

       

  4. 푸나무

    2011년 10월 23일 at 12:17 오후

    사과들고도쨍하는구나.

    나도사실홍옥국광맛은아득해요.
    홍옥은어저다가보이지만
    국광은사라져버린것같기도하고

    보리님
    honeycrisp한개만이리던져봐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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