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음악회ㅡ 샤론캄의 크라리넷 콘서트

깊어가는가을해저물녘은

초겨울의스산하고차가운느낌을담고있습니다.

어느문학녀가탄식처럼그랬지요.

도대체문학은왜<우울>에근본을두는지도무지알길없다구요.

그녀의말대로라면만추의일몰즈음은

가장문학과통하는길일듯싶기도합니다.

저어두워지는하늘빛은봄이나여름의장렬한황혼과는전혀다른

푸르른우수를가득담고있으니말입니다.

몇년전이과수폭포를갔을때악마의목구멍이라불리우는

엄청난회오리수를보았어요.

그무엇이든다빨아드리는블랙홀처럼보이더군요.

빠져버리고싶은기묘한유혹도생겨났지만

그보다는빨려들어갈것같은,

나를빨아드리고야말겠다는엄청난흡입력이그안에서솟아나고있었어요.

한없이쏟아져내리는엄청난양의물이지닌뒷모습이었을까요.

오늘하늘도그렇더군요.

어두워지는하늘가,

같은빛으로어둠을담아가는구름들,

자유로의하늘은유별나게넓고깊어요.

음악회보다는그대로한없이가고싶더군요.

구름에게하늘에게어둠속으로…….

치기어리다며당신한숨쉬신다해도도리없군요.

내겐진실이었으니말입니다.

하지만진실보다삶은우위를점하고있지요.

가장도저한인생도처유상수가삶이니말입니다.

그러니가긴어딜가겠어요.

아람음악당주차장으로들어섰지요.

메세나활동의일환으로이건기업에서마련한

이스라엘연주가크라리넷티스트샤론캄의연주회였어요.

그녀를세계목관계에서는크라리넷여신으로부른다는군요.

.

지인세분과함께음악당에앉았는데

좋더군요.

피아노외에는아무것도없는휑한무대두좋았구요.

좋은사람들과함께하는것도좋고

무엇보다잠시후에일어날거대한사건…..

음악세계에대한기대가

충만한시간이었지요.

나처럼평범한생활인에게

음악회는일종의<격리>랍니다.

격리된속에서침묵을견지한채

새로운세상으로떠나는거지요.

신과가장가까이존재하는것이음악이라는말에난깊게동의합니다.

정신의고향이있다면아마그것은음악일거예요.

음악은흐르고사라져가며

굳이남아있다면기억만으로현존하는

우아하고고요한존재이지요.

귀에익숙한곡은하나도없었어요.

난은근히모짤트의크라리넷협주곡정도를생각하고있었거든요.

말랑거리고부드럽고그래서사람을일시에무장해제시키는…..

웬걸요.

처음곡은이름도처음들어보는베르크라는사람의

클라리넷과피아노를위한소품네곡이었어요.

현대음악,

새로워서,

도무지균형과안정감과는완전히벼리된외로운물체,

그러면서도

하나도외롭지않아!

소리치는씩씩하기그지없는젊음!

을바라보는느낌이었어요.

사회를보는분은클라리넷의소리를

커피위에얹어있는부드러운휘핑크림이라는표현을쓰더군요.

난그보다는보리피리가생각났어요.

아뇨보리피리의소리가아니라그보릿대말이지요.

부드러운보릿대를약간눌러서부르면피리소리가나는데

그보릿대느낌이,

그부드럽고상냥함이생각나더라는거지요.

두번째곡은브람스였어요.클라리넷소나타……

우린아주잠시클라라이야기를속삭이듯주고받았어요.

그많은아이를낳고도연주를하고

평범하지않는두남자의집중적인사랑을받은여인,

그녀는아주어여쁜여성합창곡도썼다고….

합창을하시는지인이일러주시더군요..

난그랬어요.

클라라가끝까지음악을했기때문에

브람스보다훨씬더많은나이에도불구하고

브람스가그녀를사랑하지않았을까,

만약클라라가평범한여자였다면그대도록긴인생을두고

사랑하기는어렵지않았을까,

당신지금제가너무기능에점수를준다고생각하시는거지요.

그게아니라그들의사랑이음악으로더깊어졌을거라는말이지요.

저두유행가좋아해요.님그림자….산골소년의슬픈사랑이야기한계령등..

익숙한곡은언제나우리에게향수를불러일으켜서

감정을아래로잡아채는경향이농후하곤하지요.

사람의감정을수직으로세워놓고본다면

유행가는사람을아래로끌어당기는고

크래식은적어도중용을지키거나약간위로밀어올리는경향이있곤하지요.

유행가와클래식의결정적인차이점은,

,논란을불식시키기위해서하는말인데요

제생각이그렇다는거예요.

유행가는사람을끌어가거나흔들거나빠지게해요.

가령요즈음의나처럼뭔가에마음이열려풀어져있을때

유행가를들으면헤퍼진마음이더헤퍼진다는거지요.

더낮게나즈막하게가라앉구요.

크래식은사람을가만히둬요.

거리를두는거지요.

오히려빠지려하면못빠지게하고

흔들리려하면흔들리지않게잡아주지요.

너무가까이다가서는것도그는원하지않아요.

유심히브람스를들었지요.

피아노첼로그리고클라리넷

전혀다른소리를지닌세악기가.

전혀다른음표를노래하면서

서로가각자의소리로나를향해다가오는데

하나면서셋이고셋이면서하나인

그소리가어쩌면그리아름다울수있을까요.

요란하고화려하지않는소박하고조촐한아름다움,

자신의자리를지키며

그은근한모습으로

내게일러주는,

나를지탱해주는,

존재에대한성찰을담은곡.

이건음악회가벌써22년이되었다는군요.

매해가을이면한번씩열리는음악회.

음악메세나활동을하는박영주사장은

그나이열살때

한창육이오전쟁이발발하고있을때

미군을위로하기위한위문공연에서마리안앤더슨….

최초의흑인성악가의노래를

학교마당에서들었다는군요.

조명도없어군용차전조등을비쳐가며…….

그곳이이건음악회의시원이라는이야기를듣는순간

여러가지생각이들더군요.

밤하늘에울려퍼졌을아름다운소리가

한소년에게다가서는모습,

그노래가어린소년의마음을휘어잡고

결국음악을나누는아름다운사람으로까지만든

그수많은스토리들이요..

삶에무슨가정이필요하리요만,

만약그어린소년이

그때마리안앤더슨의노래를

그밤

그학교운동장에서듣지않았더라면,….

나는생각했어요.

삶이란무거운물체가

얼마나사소한것들에의해변할수있는가……

그러나그것을눈치챘을때는

이미우리오랜삶을살아온후여서되돌아갈수없다는것두요.

별닦는나무/공광규

은행나무를별닦는나무라고부르면안되나

비와바람과햇볕을쥐고

열심히별을닦던나무

가을이되면별가루가묻어순금빛나무

나도별을닦는나무가되고싶은데

당신이라는별을

열심히닦다가당신에게순금물이들어

아름답게지고싶은데

이런나를별닦는나무라고불러주면안되나

당신이라는별을

열심히닦다가당신에게순금물이들어

삶이지고싶은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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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밤입니다.

지금도여전히잠못든은행나무

아주작은바람에도

안타까운마음으로나뭇잎내어주고있겠지요.

4 Comments

  1. 雲丁

    2011년 10월 30일 at 7:40 오전

    조곤조곤들려주는음악회이야기,마음의현을톡톡건드립니다.   

  2. Lisa♡

    2011년 10월 30일 at 11:15 오전

    이건음악회몇번가다가요즘은..
    못가고있네요.

    좋았겠다…….흐흐…흑
    이가을에클라리넷이라~~   

  3. 순이

    2011년 10월 31일 at 4:47 오전

    제목을"아줌마꼬시기"로했으면
    거의폭발할번했네요.
    블로그를하면서느끼는건데
    신문기사에왜그렇게낚시밥을던지는지알것같아요.
    기사화하면많은사람들이봐야하는데제목이쿨하면
    아무도클릭하지않으니그런거지요.
    그래서핫한타이틀을엮는것같아요.
    이건음악회후기는이게훨씬좋은데….
    이건블로그에등록했나요?
    난못하겠더라구요.로그인이안되요.   

  4. 사슴의 정원

    2011년 11월 1일 at 11:05 오후

    사실음악듣는것을좋아하면서도집의오디로로만듣다보면무엇인가타성적이되지요.

    가끔실황에가서연주자와같이박자를맞추어보는것생의활기를찾을수있는즐거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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