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음악회ㅡ 샤론캄의 크라리넷 콘서트
BY 푸나무 ON 10. 29, 2011
깊어가는가을해저물녘은
초겨울의스산하고차가운느낌을담고있습니다.
어느문학녀가탄식처럼그랬지요.
도대체문학은왜<우울>에근본을두는지도무지알길없다구요.
그녀의말대로라면만추의일몰즈음은
가장문학과통하는길일듯싶기도합니다.
저어두워지는하늘빛은봄이나여름의장렬한황혼과는전혀다른
푸르른우수를가득담고있으니말입니다.
몇년전이과수폭포를갔을때악마의목구멍이라불리우는
엄청난회오리수를보았어요.
그무엇이든다빨아드리는블랙홀처럼보이더군요.
빠져버리고싶은기묘한유혹도생겨났지만
그보다는빨려들어갈것같은,
나를빨아드리고야말겠다는엄청난흡입력이그안에서솟아나고있었어요.
한없이쏟아져내리는엄청난양의물이지닌뒷모습이었을까요.
오늘하늘도그렇더군요.
어두워지는하늘가,
같은빛으로어둠을담아가는구름들,
자유로의하늘은유별나게넓고깊어요.
음악회보다는그대로한없이가고싶더군요.
구름에게하늘에게어둠속으로…….
치기어리다며당신한숨쉬신다해도도리없군요.
내겐진실이었으니말입니다.
하지만진실보다삶은우위를점하고있지요.
가장도저한인생도처유상수가삶이니말입니다.
그러니가긴어딜가겠어요.
아람음악당주차장으로들어섰지요.
메세나활동의일환으로이건기업에서마련한
이스라엘연주가크라리넷티스트샤론캄의연주회였어요.
그녀를세계목관계에서는크라리넷여신으로부른다는군요.
.
지인세분과함께음악당에앉았는데
좋더군요.
피아노외에는아무것도없는휑한무대두좋았구요.
좋은사람들과함께하는것도좋고
무엇보다잠시후에일어날거대한사건…..
음악세계에대한기대가
충만한시간이었지요.
나처럼평범한생활인에게
음악회는일종의<격리>랍니다.
격리된속에서침묵을견지한채
새로운세상으로떠나는거지요.
신과가장가까이존재하는것이음악이라는말에난깊게동의합니다.
정신의고향이있다면아마그것은음악일거예요.
음악은흐르고사라져가며
굳이남아있다면기억만으로현존하는
우아하고고요한존재이지요.
귀에익숙한곡은하나도없었어요.
난은근히모짤트의크라리넷협주곡정도를생각하고있었거든요.
말랑거리고부드럽고그래서사람을일시에무장해제시키는…..
웬걸요.
처음곡은이름도처음들어보는베르크라는사람의
클라리넷과피아노를위한소품네곡이었어요.
현대음악,
새로워서,
도무지균형과안정감과는완전히벼리된외로운물체,
그러면서도
하나도외롭지않아!
소리치는씩씩하기그지없는젊음!
을바라보는느낌이었어요.
사회를보는분은클라리넷의소리를
커피위에얹어있는부드러운휘핑크림이라는표현을쓰더군요.
난그보다는보리피리가생각났어요.
아뇨보리피리의소리가아니라그보릿대말이지요.
부드러운보릿대를약간눌러서부르면피리소리가나는데
그보릿대느낌이,
그부드럽고상냥함이생각나더라는거지요.
두번째곡은브람스였어요.클라리넷소나타……
우린아주잠시클라라이야기를속삭이듯주고받았어요.
그많은아이를낳고도연주를하고
평범하지않는두남자의집중적인사랑을받은여인,
그녀는아주어여쁜여성합창곡도썼다고….
합창을하시는지인이일러주시더군요..
난그랬어요.
클라라가끝까지음악을했기때문에
브람스보다훨씬더많은나이에도불구하고
브람스가그녀를사랑하지않았을까,
만약클라라가평범한여자였다면그대도록긴인생을두고
사랑하기는어렵지않았을까,
당신지금제가너무기능에점수를준다고생각하시는거지요.
그게아니라그들의사랑이음악으로더깊어졌을거라는말이지요.
저두유행가좋아해요.님그림자….산골소년의슬픈사랑이야기한계령등..
익숙한곡은언제나우리에게향수를불러일으켜서
감정을아래로잡아채는경향이농후하곤하지요.
사람의감정을수직으로세워놓고본다면
유행가는사람을아래로끌어당기는고
크래식은적어도중용을지키거나약간위로밀어올리는경향이있곤하지요.
유행가와클래식의결정적인차이점은,
아,논란을불식시키기위해서하는말인데요
제생각이그렇다는거예요.
유행가는사람을끌어가거나흔들거나빠지게해요.
가령요즈음의나처럼뭔가에마음이열려풀어져있을때
유행가를들으면헤퍼진마음이더헤퍼진다는거지요.
더낮게나즈막하게가라앉구요.
크래식은사람을가만히둬요.
거리를두는거지요.
오히려빠지려하면못빠지게하고
흔들리려하면흔들리지않게잡아주지요.
너무가까이다가서는것도그는원하지않아요.
유심히브람스를들었지요.
피아노첼로그리고클라리넷
전혀다른소리를지닌세악기가.
전혀다른음표를노래하면서
서로가각자의소리로나를향해다가오는데
하나면서셋이고셋이면서하나인
그소리가어쩌면그리아름다울수있을까요.
요란하고화려하지않는소박하고조촐한아름다움,
자신의자리를지키며
그은근한모습으로
내게일러주는,
나를지탱해주는,
존재에대한성찰을담은곡.
이건음악회가벌써22년이되었다는군요.
매해가을이면한번씩열리는음악회.
음악메세나활동을하는박영주사장은
그나이열살때
한창육이오전쟁이발발하고있을때
미군을위로하기위한위문공연에서마리안앤더슨….
최초의흑인성악가의노래를
학교마당에서들었다는군요.
조명도없어군용차전조등을비쳐가며…….
그곳이이건음악회의시원이라는이야기를듣는순간
여러가지생각이들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