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아가흐르는강물을생각하면서거문고를타면
종자기는거문고에서강물소리를들었고
백아가산을생각하는운률을노래하면
종자기는음에서산을보았다.
종자기가죽자
백아는거문고줄을끊고다시는거문고를타지않았다고한다.
知音.
음을안다는단어이다.
종자기와백아의깊은우정에서비롯된
知音.이란단어는
깊은속마음을알아주는친구라는뜻으로우리에게이해된다.
<知音>이란단어를가만히입술에굴려보라.
거기깊은고독이빈항아리의울림처럼공명되어오는것을느낄수있지않은가?
고독의날카로운정수리는누구에게나잔존하면서
누구에게나불편한기이한존재이다.
가끔불꺼진방에들어서며머리끝을스치는모골송연한느낌처럼
실재하나
실재하지않는….
아니실재하지않는듯하나실재하는
고독.
누가누군가를알고이해한다면
혹은사랑까지이르른다면
고독은그따뜻한장소에서사라질것인가?
백아가타는음을종자기가알았다해서
종자기는정말백아를안것일까?
종자기가죽자백아는그좋아하는거문고줄을끊었는데
그렇다면정말백아는종자기를사랑했던것일까?
가령,
백아는음악이라는단두대에자신의목을실었을것이다.
득하지않으면내리치라.
삶에게강한어조로명령했을지도.
그렇게상상해보자.
음을사랑하고음에재능이있기에
산을묘사하고강물을그려낼정도로까지음에심취해있었을것이다.
그가득음의경지에이르는동안,
그는일상인이었을까?
아이를낳고아내를거느리고
그들의호구책을위해걱정근삼하는일상인말이다.
인내하고
수용하며고통을견지해내지않을수없는그일상인
언제나알수없는삶의모호함이이틈새에존재한다.
두마리토끼를다잡을수없늗딜레마가
바로일상과비범이다.
다정한듯하나언제나다른길을가고있는
수평과지평처럼.
그러니조금더깊게생각해본다면
종자기는아마도백아의음을알고이해하고사랑했던거지
백아자신은아니었을확률이높다는것이다.
아,
음악은백아자신의전존재이므로
백아의음을알고사랑한다는것은백아를그리한다는것이리라?
우리가아는우정은
인격에대한깊은신뢰속에서가능한일이다.
재능에대한감읍이과연우정까지이르를것인가?
아마도백아는그의행위로비추어보아아주날카롭고단호한사람이었으리라.
평생을일궈서어느경지에이르른
무엇보다자신을행복하게해주고
남에게음을알려주던
그
음을
일격에버릴수있다는것,
그외골수적성향을누가이해할수있으며
또한보통의사람들이거기어딘가를비집고들어설틈이있었을까?
그러니
생각컨데
지음에는
우정이없었으리라는것이매우과격한
그러나범상한생활인인나의추론이기도하다.
그럼에도불구하고
사람들은
그들의사이에서
표현할수도없는고아한우정을본다.
음을앎으로우정이생겨나고
천사를그리워하듯
그들의절묘한공간서커스
우정에후한점수를준다.
자신들은절대그리할수없는것을알기에.
아~
혹시그랬을까?
백아와종자기두사람은너무도음을좋아하여
음외에는그들사이에는아무것도필요치않았을수도
그렇다면
음이있는그들사이는정말완벽한우정이거기있었겠구나.
눈밝은사람들거기서맑은우정을보았겠구나.
고독을이해하는음악이그들사이에서
오히려그들을맑게비추며
독특한정을쌓아가게했겠구나.
일상을떠난사람들의비범한언어의교감을바라볼수있었겠구나.
서로사랑하면서더욱고독할수있었겠구나.
전혀달라서
오직음만있었겟구나.
지음을생각하니
아득하고
우정을그려보니일상이란거대한강이흐르고있다.
내게있는거라고는
참으로잡다한일상들.음식들,열량들,건강들,
그리고……
그러니어디지음이있으랴,
십일월이다가오고
내한해가저물어가는데
지음
내게는없다
***
"異哉!"이상도하지!구양수의추성부에서나온문장
雲丁
2011년 11월 3일 at 12:41 오후
백아와종자기의우정,그너머까지
풀어내심대단하십니다.
늘감탄합니다.
푸나무
2011년 11월 4일 at 1:15 오전
시인의감탄이라니…..
고맙습니다.
가을우체국노래좋지요?
벌써우리동네는은행잎많이져내렸는데요.